표주박 속에 애끓는 유언 남겼던 어머니의 자작 병품도 발견돼

김인규 기자 승인 2021.10.29 17:20 | 최종 수정 2021.10.31 10:40 의견 0

◆ 펼쳐진 병풍

◆ 병풍 오른쪽

◆ 병풍 왼쪽

◆ 병풍에 그려진 작은 그림과 글씨들

표주박 속에 애끓는 유언을 남겼던 오남순 할머니가 생전 스스로 수리했던 또다른 유품인 병풍도 발견됐다.

모두 10폭인 이 병풍은 가운데 8폭의 상단에 '웃' '으' '며' '살' '아' '갑' '시' '다'란 글자가 각 폭마다 붓글씨로 써여져 있다. 또한 맨 오른쪽 폭 상단에는 새 한 마리와 꽃 그림이 있고 그 옆으로 '1981년 9월19일 수선'이라는 아주 작은 붓글씨가 발견된다.

의미있는 사실은 꽃과 새 그림 오른쪽 밑으로 삼남(三男)이란 아주 작은 글씨가 있다. 이같은 그림과 글씨가 써여진 병풍 아래로는 '무언의 행'(無言의 行, 말로써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라)이란 큰 붓글씨도 보인다.

맨 왼쪽 병풍에는 역시 상단에 꽃과 나비 그림이 있고 그 밑으로 1981년 9월20일 정묘생(丁卯生)과 4녀(四女)이란 작은 글씨가 보인다. 맨 오른쪽과 왼쪽 병풍 위의 작은 글씨는 결국 슬하에 3남4녀를 두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다복한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의 자부심의 발로가 아닌가 하고 해석해본다.

이 밑으로는 부자유친(父子有親, 아버지와 아들 사이는 친밀해야 한다)이란 큰 붓글씨가 세로로 쓰여져 있다.

이 병풍의 글씨 등을 종합해보면 오남순 할머니는 1981년 9월19일 낡은 병풍을 수리하기 시작, 이튿날인 9월20일 이를 마무리 하고 자신의 출생연도인 정묘생을 써놓고 있다.

오남순 할머니는 성장기 당시 소학교를 다녔으나 외부에 나타날 경우 일본군 정신대로 끌려갈 위험이 있다고 판단돼 중퇴하고 집안에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의사이자 한의학자인 부친으로부터 교육을 받아 한글보다 오히려 한문에 더 능통했다고 자녀들은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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