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앤틱 이야기-앤틱의 정의, 구하는 방법

김인규 기자 승인 2021.11.20 17:31 | 최종 수정 2022.09.02 20:22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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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몰려든 앤틱 샵들이 앤틱 쇼에서 부스를 차리고 손님들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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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초 앤틱 쇼가 열리는 뉴욕 롱아일랜드 힐튼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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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외곽의 한 병기고에서 열리고 있는 앤틱 쇼.

엔틱(Antique)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앤틱이란 과연 무엇인가부터 정의해보고자 합니다.

한국인들은 앤틱하면 흔히들 고미술품, 고가구, 각종 골동품 등을 떠올리곤 하죠. 이는 유럽의 오래된, 화려하고 값비싼 가구, 동양의 희귀 도자기 등이 앤틱이라고들 생각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말하는 앤틱은 100년 정도의 시간을 지닌 물건, 좀 비하해서 말하면 ‘고물’을 의미합니다. 또한 미국에서의 앤틱은 골동품처럼 값이 엄청나게 비싼 것이 아니라 ‘착한 가격’, ‘소박한 가격’, 때에 따라서는 ‘싸구려’ 몸값을 가진 경우도 많습니다.

대략 100년 나이를 가진 물건을 앤틱이라고 규정한다 해서 70~80년 밖에 안된 것은 앤틱이 아니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40~50년 된 물건이라도 그 희소성이라든지 특이성을 보고 앤틱이라고 규정하고 동의하기도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오래된 특정 물건을 가진 소유자나 이를 사려는 구매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앤틱이냐 아니냐 정의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앤틱 이야기’는 미국 앤틱을 근거로 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혹 유럽의 화려한 고가 골동품 얘기를 기대하는 분들에게 내 얘기는 아주 허접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2020년 말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영구 귀국하기까지 20여년간 매주말 ‘앤틱쇼’, ‘앤틱 플리마켓’, ‘북 세일’을 찾아 수집하면서 느낀 미국 앤틱 관련 얘기도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보고 이를 알리고자 합니다.

자! 그럼, 미국에서 그들이 말하는 소위 앤틱을 구하는 방법이 어떤 게 있는지부터 살펴보도록 하죠.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손쉽게 앤틱을 구할 수 있는 곳은 ‘거라지 세일(garage sale)’입니다. 거라지 세일이란 단독 주택 차고에서 집 주인이 쓰지는 않지만 남들에게는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옷 등 일상 중고 물품들을 파는 것을 말합니다. 거라지 세일은 날씨가 풀리는 부활절부터 본격 추위가 닥아오는 추수감사절까지 열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거라지 세일에서 앤틱을 구하기는 덤불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그러나 거라지 세일의 파생 형태라 할 수 있는 ‘무빙 세일’(moving sale 이사 세일), ‘이스테이트 세일(estate sale 동산 세일)’ 등에서는 괜찮은 앤틱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무빙 세일이나 이스테이트 세일은 집 주인이 다른 곳으로 이사가거나, 은퇴 노인들이 시니어 아파트로 들어가기 위해 벽장이나 차고에 보관하고 있던 오래된 물건들을 파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처럼 자주 이사를 다니지 않으므로 수십년간 살면서 집안 곳곳에 깊숙이 박아놓았던 오래된 물건, 소위 앤틱들을 이때 햇빛 속에 나오게 하는 것입니다.

무빙 세일이나 이스테이트 세일은 집 주인들이 직접 물건을 팔기도 하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맡아서 처리해주는 업자들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부동산 업자들로부터 주택 매도자들의 정보를 입수, 집 주인이 갖고 있다 처분하고자 하는 앤틱은 물론이고 일반 물건들을 일괄 계약해 목, 금, 토. 일요일 등 주말에 무빙, 이스테이트 세일을 감행하는 것입니다.

무빙, 이스테이트 세일에서는 운이 좋으면 아주 괜찮은 품목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무빙, 이스테이트 세일을 전문으로 하는 업자들과 친분을 쌓으면 이들은 주말에 정식 판을 벌리기 전에 “어떤 어떤 물건을 갖고 있는데 관심있으면 하루 전이나 당일 일찍 오라”고 전화를 해오기도 합니다.

나 역시, 아주 차갑게 생겼지만 특이한 물건을 잘 구하던 북구계 아줌마, 진한 농담조차 종종 던지던 자매, 품위있게 인사를 건네곤 하던 꽁지 머리 남편과 타이스 차림 부인 등으로부터 특이한 물건을 구했습니다. 이외 다른 몇몇 업자들이 있었지만 어떤 인간관계는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무빙, 이스테이트 세일은 그럼 어떻게 찾아낼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정보를 알려줄 전문 업자와의 관계가 형성되기 전에는 현지 신문, 특히 로칼 신문 주말판 광고면 ‘garage sale’난을 통해 접할 수 있습니다. 무빙이나 이스테이트 세일도 ‘거라지 세일’난에 함께 들어있으므로 여기서 주소를 가지고 찾아가는 것입니다.

무빙, 이스테이트 세일은 그러나 물건을 구하는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가진 물건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는 등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입니다.

앤틱을 구하는 가장 일반적인 루트는 바로 ‘앤틱 쇼’(antique show)에 가는 것입니다. 앤틱 쇼는 커뮤니티 센터나 학교 강당, 빈 무기고, 도서관 부속 시설 등 넓은 장소에서 주로 주말에 열립니다. 이곳에는 멀리는 타주에서 앤틱 샵을 운영하는 점주들 등 수백명이 부스를 열고 각자 가지고 온 앤틱들을 전시해놓고 있습니다.

앤틱 쇼는 설사 물건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눈으로 구경하고 신기한 물건들은 점주들로부터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재미와 보람을 늘낄 수 있습니다.

그럼 앤틱 쇼에 관한 정보는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죠. 가장 보편적이 방법이 거주지 부근 앤틱 숍을 찾는 것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앤틱 숍 입구에는 앤틱 쇼가 열리는 시간과 장소 등을 알리는 광고 전단지, 팜플렛, 플라이어 등이 쌓여있습니다. 이것들을 하나씩 구해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앤틱들을 워낙 좋아하므로 웬만한 동네에는 앤틱 샵이 영업하고 있습니다.

앤틱 쇼가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는 로칼 신문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로칼 신문에는 주말은 물론이고 주중에도 관련 광고나 기사가 나올 수 있으므로 앤틱 쇼에 관심이 많다면 로칼 신문을 거의 매일 챙겨보기를 추천합니다.

무빙, 에스테이트 세일, 앤틱 쇼 외에 앤틱을 구하는 세 번째 방법은 ‘앤틱 플리마켓’(antique fleamarket)을 찾는 것입니다. 소위 앤틱 벼룩 시장입니다.

앤틱 플리마켓은 비상설, 상설로 나눠집니다. 비상설 플리마켓은 특정한 날, 특정한 장소에 앤틱 업자들이 부스를 열고 손님들을 맞습니다. 비상설 플리마켓은 특정 마을이나 커뮤니티가 한 장소를 정해놓고 매년 특정 날짜에 장을 서게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 기간에는 음악제나 다양한 행사와 함께 축제의 일환으로 앤틱 플리마켓을 여는 것입니다.

상설 플리마켓은 내가 한동안 살았던 뉴욕 경우 맨하탄 어느 건물의 넓은 지하실, 뉴욕에서 승용차로 두어시간 가야하는 커네티컷에서 매 주말 열렸습니다. 특히 커네티컷 플리마켓은 축구장 몇 배 크기에 풍부한 주차장, 다양한 스트릿 푸드점까지 들어서 있어 하루 온종일 소풍하는 기분으로 앤틱 부스들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시카고에서는 오헤어 공항 옆에 상설 플리마켓이 서곤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골프를 치지 않는데다 별다른 취미가 없어 오로지 앤틱만을 쫒는 주말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2015년 이후부터는 오래된 책에 꽂히는 바람에 ‘일반적인 앤틱’ 구입은 중단했습니다.

이번 호는 앤틱을 구하는 일반적인 방법에 대해 얘기했고 다음부터는 앤틱에 얽힌 보다 구체적인 인연들을 밝히고자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소개하는 앤틱 관련 글들은 최근의 사안들도 있지만 필자가 미국에 거주할 당시 겪었던 과거사도 상당수 있음을 아울러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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