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한인여고생 살해범’ 전격 석방

‘23년만에 열린 재심서 유죄판결 뒤집어… 종신형 복역중 사이드 일단 가택연금

김인규 기자 승인 2022.09.21 17:18 의견 0

1999년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한인여고생 피살사건의 판결이 뒤집혔다. 당시 18살 이혜민 양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20년 넘게 복역 중이던 아드난 사이드(Adnan Syed, 41)씨가 9월19일 풀려났다.
19일 볼티모어 순회법원에서 열린 재심 심리에서 판사는 2000년 유죄판결을 뒤집은 다음 석방을 명령했다. 이날 재판을 진행한 멜리사 핀 판사가 “사이드씨, 다 잘 됐습니다. 이제 가족들에게 돌아가십시오”라고 말하자 방청객들의 환호와 탄성이 터져나왔다.

재심을 요청한 메릴린 모스비 볼티모어 검사장이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가운데 사이드 씨가 법원 밖으로 걸어 나오자 취재 경쟁을 펼치던 언론들은 “믿을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앞으로의 과정에 주목했다. 23년 만에 감옥에서 나오게 된 사이드 씨는 위치추적(GPS)장치를 통해 가택연금에 들어간다. 법원은 앞으로 30일내 새로운 재판을 진행할지 또는 사건을 기각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2000년 유죄선고 이후에도 사이드 씨는 줄곧 무죄를 주장해 왔다. 지난 2014년 온라인 팟캐스트(Serial)를 통해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다른 진범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됐으나 재심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다 최근 모스비 검사장이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 재심을 요청했으며 마침내 유죄판결을 뒤집고 23년만에 석방됐다.

# 초기수사에서 제외된 다른 용의자
검사장은 1999년 살인 사건 수사 당시 다른 2명의 용의자가 거론됐으나 별다른 조사 없이 이들이 용의선상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용의자 가운데 1명이 “이 양을 죽이겠다”고 위협했다는 증거도 찾아냈다.
팟캐스트에서 지목한 용의자 가운데 한명은 로날드 리 무어(Ronald Lee Moore)로 전과자인 그는 볼티모어에서 살인혐의로 복역 중이었으며 이양이 살해되기 10일전에 출소했다.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으나 당시 용의선상에서 제외돼 단순 조사만 받고 풀려났다.

# 제이 와일스는 누구?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사이드의 유죄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그의 친구 제이 와일스(Jay Wilds)의 증언이었다. 그는 사이드가 이 양을 살해했으며 사체를 묻기 위해 땅을 파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조사 자료를 보면 와일스의 증언에 일관성이 없고 사체를 본 장소도 번복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는 당시 마약을 거래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처벌이 두려워 솔직하게 증언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사이드의 범죄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사이드는 와일스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부실한 수사, 신뢰할 수 없는 증거와 증인 등 사이드의 무죄를 주장하며 석방을 요청했다.

<워싱턴 한국일보 유제원 기자>

저작권자 ⓒ 해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