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감자, 꽃은 이렇게 이쁜데 이름이......

김인규 기자 승인 2021.09.07 18:03 의견 0

집 앞 길가에 예쁜 샛노란 꽃이 폈기에 '영월 컬쳐 클럽' 조석현 사장에게 물어봤다.

"이게 무슨 꽃이냐"고.

후배인 조 사장이 망설이지도 않고 단숨에 대답했다.

"돼지감자지요"

돼지 감자라는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쁜 꽃이기에 조 사장이 잘못 알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네이버 지식백과를 찾아보니 돼지 감자 꽃이 맞았다.

돼지 감자 꽃 입장에서는 이 이름을 지어준 이에게 꽤나 불만스러웠지 않았을까하는 나름의 상상도 해보았다. 뿌리를 아무리 봐도 '돼지'는 전혀 연상되지 않는데다 이쁘고 샛노란 꽃을 엿먹이는 작명같았기 때문이었다.

'뚱딴지'라는 또다른 이름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길쭉한 것부터 울퉁불퉁한 것까지 뿌리 모양은 물론이고 크기와 무게도 제각각이어서 뚱딴지라 할 만하다.

돼지 감자니 뚱딴지니, 그렇게 품위있는 이름은 아님에도 인터넷 상에는 아주 고급스런 요리 재료로 쓰이고 있다고 알려준다.

시카고에 있을 때 식당에서 만난 한 미국인 K팝 팬이 나한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한국 여자 아이돌들은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추고 모든 게 세련 됐는데 왜 이름은 우리 할머니적 이름을 쓰느냐?"고.

말하자면 한국 아이돌들 가운데 몇몇은 이름을 미국식 '금순이' '홍도'라는 식으로 지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그 미국인이 말한 구식 이름의 아이돌이 누군지는 알지 못한다.

그 미국인 K팝 팬이 나에게 그같은 질문을 한 것은 나름대로 좋아하는 아이돌이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쓰는 무신경이 안타까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예쁜 꽃을 가진 돼지 감자의 이름을 내가 한번 지어볼까하는 뚱딴지같은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그중 하나가 '생강 감자?'

몇 수 접어주어 모양은 생강하고 비슷하다고 억지를 부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맛은 생강하고는 전혀 딴판이라 내가 생각해도 그럴듯한 작명은 아닐 듯싶다.

돼지 감자야! 어쩔 수 없이 그 이름 그대로 갖고 가야겠다.

저작권자 ⓒ 해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