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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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8 13:44 | 최종 수정 2021.09.0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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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도로를 건너려다 아스팔트 위에 있는 손톱만한 크기의 은빛 물체를 발견했다.
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내려다 보니 말라붙은 조그만 뱀의 사체였다. 길이가 15cm도 채 안되는.
은빛 물체는 뱀의 3각형 머리 부분이었다. 머리 밑 몸체는 살쩜은 없고 가느다란 뼈만 남아 있었다.
아마도 이 작은 꼬마뱀은 길을 나섰다 지나는 차의 바퀴에 치인 것같았다.
3각형 머리는 차바퀴에 눌리면서 변형된 것인지 아니면 원래 독사의 특징인 세모꼴이 그냥 남은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 사이 수많은 차량 바퀴가 그 위를 지나갔을 터인데 꼬마뱀은 아스팔트위의 '상감'처럼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특히 머리 부분은 햇빛에 반사되는 은종이처럼 반짝이기까지 한다는 점이 신기했다.
며칠이 지난 후 차를 몰고 나가기 전 '은색 머리 꼬마뱀'(내가 지어준 이름)이 있던 자리로 가보았다. 며칠 사이 위치는 조금 달라졌으나 사체는 꼴이 말이 아닐 정도로 형편 없어져 있었다. 그사이 많은 차 바퀴에 치이고 끌려다닌 탓이었으리라.
그러나 이같은 몰골도 또 며칠이 지나면 사라지겠지. 그 운명을 위령하고 싶은 것은 아니나 당분간은 이곳을 지날 때 마음 속에 그 흔적은 남아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뱀은 독사든 아니든, 크든 작든 조우하는 순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곤한다.
아스팔트 위의 꼬마뱀도 살아서 꼬물거리며 내 앞에 나타났다면 나 역시 화들짝 놀랐을 것이다. 크기가 작기에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 곧 마음의 평정을 되찾긴 하겠지만 한동안 기분이 좋지 않을 것임은 분명했으리라.
살아있었다면 이처럼 환영받지 못할 존재였음에도 꼬마뱀은 죽어 있기에 오히려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듯하다.
죽음!
꼬마뱀의 죽음에도 이같은 마음의 변화가 있을진데 지인, 주변 인물, 사랑하는 이의 떠나감은 오죽 가슴을 저릿하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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