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옆에 개복숭아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키 높이가 2m가 조금 넘을까? 그리 크지 않는 과수다.
이곳 영월에 오기전 개복숭아 말은 종종 들어봤지만 직접 본 것은 처음이다. 봄부터 조그만 열매가 매달리기 시작하더니 알이 제법 굵어졌다. 앵두보다 약간 큰 정도.
얼마전부터는 다 익은 알들이 집앞 길위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비가 오고나면 그 숫자는 엄청 늘어났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개복숭아는 약효가 뛰어나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과일이라 한다. 나는 먹어보지 않았지만 맛이 매우 달고 시며 유기산 및 알코올류, 펙틴 등 섬유소질이 풍부,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단다. 기침 완화, 신경 안정에 좋다고 한다.
자연산은 크기가 다양하고 모양이 이쁘지 않다고 하나 집 옆 개복숭아는 분명 인위적으로 심고 키운 것이 아님에도 동글동글하고 귀엽다.
집 옆에 떨어져 하릴없이 곯아가는 개복숭아를 볼 때마다 먼저 떠난 아내가 떠오르곤 한다.
만약 아내가 있었다면 이런 개복숭아들을 그냥 두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개복숭아의 특징, 효능 등을 배워 분명히 유용하게 활용했을 것이다. 아마도 길 위에 뒹구는 개복숭아는 한 알도 남기지 않고 수거했을 것이다. 아니 나무에 매달린 열매까지 따달라고 나를 졸랐을 것임에 틀림없다.
지금처럼 지나다니는 차나 사람들의 발에 밟혀 터지는 모습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변에서 보이는 것은 버리지 않고 아끼고 갈무리하는 아내의 절약 습관이 발동, 개복숭아 역시 무엇으로든 활용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떨어져 뒹구는 개복숭아는 엉뚱하게도 아내의 꼼꼼함, 알뜰함, 절약, 정리 정돈 습관 등을 떠오르게 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아내의 이런 습성들 가운데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게 쓰고난 비닐 봉지 갈무리 방법이다. 슈퍼 마켓이나 가게에서 물건을 넣어준 비닐 봉지를 아내는 언제나 위와 같은 방법으로 개켜 갈무리했다.
그렇게 접은 비닐 봉지는 두루루 뭉친 것보다 훨씬 부피가 작고 다시 끄집어 내어 사용하기에 편리했다.
나는 비닐 봉지를 개키는 아내를 보고 "뭐 그리 대단한 물건이라고 그렇게 공들여 접느냐"고 핀잔을 주곤했다.
도와주지는 못했을 망정 왜 그렇게 퉁명했을까! 지금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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