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차 트렁크에서 시신으로 발견

살인 용의자 6명 모두 한인
한국서 종교단체 가입위해 입국…감금한 채 굶기고 폭행
조지아주 로렌스빌 주택서 범행…15세 소년 포함 3형제 모두 체포

김인규 기자 승인 2023.09.16 09:52 | 최종 수정 2023.09.16 10:02 의견 0
한인 여성 살해 용의자들

지난 12일 조지아주 최대 한인타운인 둘루스 한인 사우나 주차장의 한 차량 트렁크에서 발견된 시신이 한국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귀넷카운티 경찰은 13일 오후 3시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당 시신은 지난 7월 18일 한국에서 조지아주로 입국한 20대 중반의 여성이라고 밝히고 “종교 단체 가입을 위해 입국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피해자는 로렌스빌에 위치한 ‘그리스도의 군사(Soldiers of Christ)’라는 종교단체의 초청으로 애틀랜타 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후안 마디에도 공보관인 “이 단체 소속인 용의자 6명이 피해자를 로렌스빌의 주택에 감금한 채 굶기고 폭행해 숨지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체포된 용의자들은 에릭 현(26), 이가원(26), 이현지(25, 여), 이준호(26), 이준현(22), 이준영(15) 등으로 이준호와 준현, 준영은 형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피해 여성을 로렌스빌 스테이블 게이트(Stable Gate) 선상의 주택 지하실에서 숨지게 한 뒤 에릭 현의 재규어 승용차 트렁크에 시신을 은닉했다.

마디에도 공보관은 “에릭은 12일 다른 이유로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자 가족 중 한 명에게 둘루스 제주사우나 주차장에 주차한 자신의 차량에서 물건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부탁을 받은 가족이 수상한 냄새 때문에 트렁크를 열어 시신을 확인한 뒤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제주사우나는 이번 사건과 전혀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여성 용의자인 이현지는 용의자 중 한명의 여자친구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범행 장소인 로렌스빌의 주택은 3형제의 아버지 명의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용의자 3형제의 부모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는 발견 당시 몸무게가 70파운드(32kg)에 불과했다”면서 “부검결과가 나와야겠지만 심한 영양실조와 함께 폭행을 당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주택의 지하실을 수색한 결과 바닥에서 피해자의 피를 발견했고 폭행 흔적으로 보이는 외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용의자 가운데 이가원을 제외한 5명은 모두 미국 시민권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가원은 한국 국적이며 비자 종류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마디에도 공보관은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해 애틀랜타총영사관(총영사 서상표)에 통보해 가족과 연락하고 있다”면서 “가족의 확인이 끝나면 신원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총영사관측은 “현재 귀넷 경찰과 협조해 사건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제공=애틀랜타K(시애틀N 제휴사)>

한인 용의자들 ‘한 직장, 한 교회’로 연결

청년들 ‘끔찍한 범행’ 동기 갸우뚱…’그리스도의 군사’ 존재 여부도 의문

에릭현-이준호 같은 직장, 이가원도 동료인 듯…3형제는 같은 교회 다녀

한인 운영 사우나 주차장에서 발견된 한국 여성의 시신과 관련해 살인과 시신은닉, 감금 등의 혐의로 체포된 한인 청년 및 청소년 6명의 범행에 대해 의문점이 커지고 있다.

귀넷 경찰은 이들이 ‘그리스도의 군사(Soldiers of Christ)’라는 종교단체 소속으로 피해자를 이 단체에 가입시키기 위해 유인해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조지아주에 존재하는 같은 한글 이름의 단체는 이들과 전혀 관계없는 사역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발표 이후 한인사회에서는 이들이 사이비종교에 심취한 컬트 집단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본보의 취재 결과 용의자 대부분이 정상적인 생활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용의자들의 정체와 범행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의문점을 살펴본다.

◇ 용의자들 누구인가?

우선 시신을 자신의 은색 재규어 세단 차량 트렁크에 은닉했던 에릭 현(26)은 2020년 조지아대학교(UGA)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3년만인 지난 5월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기술석사(MBT) 학위를 받은 ‘모범형 청년’이다.

에릭 현의 한국이름은 현동윤으로 지난 7월 대형 온라인 결제 솔루션 업체 G사에 취업해 애널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다.

링크드인 프로필에 따르면 에릭 현은 대학 졸업후인 2020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3년간 한인이 운영하는 교육센터에서 매니저 등으로 근무했는데 다른 용의자인 이준호(26)도 이 교육센터의 자매회사에 근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호는 동생인 준현(22), 준영(15)과 함께 자신의 아버지가 부목사로 재직하던 한인 교회에 출석했었는데 이 교회는 이들 회사와 관련된 곳이다.

이준호는 지난 2019년 이 교회에서 ‘성령의 치유’라는 제목으로 1시간 이상 간증을 했다. 해당 간증에서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내용은 찾을 수 없었으며 이준호는 “고교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고 밝혔다.

이준호의 가족은 이민 후 존스크릭에서 거주하다 이번 범행이 발생한 로렌스빌 주택을 구입해 2021년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3형제의 아버지는 이 교회에서 전도사로 재직하다 2019년 목사 안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이가원(26)은 서울 N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다 애틀랜타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가원이 어느 교회에 출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3형제가 출석했던 교회의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클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가원의 주소지는 로렌스빌로 이들 3형제와 함께 생활하면서 이준호와 같은 직장에 다녔을 것으로 추정된다. 용의자들의 변호인은 “이들은 모두 친척 관계”라고 전했다.

경찰은 유일한 여성 용의자인 이현지(25)가 남성 용의자 중 한명의 여자친구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둘루스 소재 한인 비즈니스 관계자는 본보에 “지난 주 이준호와 이현지가 함께 방문했었는데 자신들을 오빠와 동생이라고 소개했다”면서 “이들의 주소가 같아 진짜 남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용의자들이 함께 다니던 교회와 직장을 떠난 시기도 묘하게 일치한다. 에릭 현은 지난 6월 교육센터를 사직하고 현재의 회사로 자리를 옮겼고 이준현과 준영 형제도 부모와 함께 6월25일 둘루스의 다른 한인교회에 등록했다. 이준호도 교회를 옮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범행 동기 과연 무엇일까?

목회자 가정에서 자란 15~26세의 3형제가 대기업에 다니는 청년, 한국에서 방문한 친척, 그리고 여자친구와 함께 20대 한국 여성을 미국으로 유인해 살해했다는 경찰 발표가 나오자 한인사회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피해 여성을 체중이 70파운드(32kg)에 이르기까지 굶기고 다량의 핏자국이 발견될 만큼 폭행을 가했다는 혐의가 공개되자 과연 범행 동기를 종교적인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후안 마디에오 귀넷 경찰국 공보관은 기자에게 “피해 여성은 7월 18일 애틀랜타 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며 보름 뒤인 8월 3일 경부터는 음식을 전혀 제공받지 못한 채 주택 지하실에 감금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은 “피해자가 8월 말 경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최소 수일간 차량 트렁크에 은닉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범행이 일어난 로렌스빌 스테이블 게이트(Stable Gate)의 주택은 면적이 2847 스퀘어피트(약 80평)이며 5개의 침실과 3개의 욕실, 그리고 지하실을 갖추고 있다. 경찰은 3형제의 부모가 이 집에 함께 있었다고 밝혔지만 어떻게 최소한 1달 가량 지하실에서 벌어진 참극을 숨길 수 있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체포된 용의자들은 또래의 청년들과는 달리 소셜미디어 등에서 매우 폐쇄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호와 이현지는 SNS 계정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이준현과 에릭 현은 계정을 비공개로 설정해놓았다. 이가원과 이준영도 소셜미디어에 포스팅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종교단체 가입을 위해 미국 애틀랜타를 찾아왔다는 피해 여성의 신원도 미스터리다. 특히 이들이 주장하는 ‘그리스도의 군사’의 실제 존재 여부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다른 입국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애틀랜타총영사관 조우형 경찰 영사는 “귀넷카운티 경찰로부터 피해자의 신원 정보를 받아 한국 가족과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아직 연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시신을 자신의 차량에 은닉했던 에릭 현은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다 뒤늦게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귀넷 경찰은 에릭 현의 부상이 ‘자해(self-inflicted)’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피했다. 일각에서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에릭 현이 자신의 범행을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가족에게 트렁크를 열게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트렁크 살인’ 혐의 한인 3형제 배경은?

한인 목회자 가정서 자라…경찰 “부모는 범행사실 몰랐을 것”

다른 용의자도 친척 관계…경찰 “종교단체 미끼 피해자 유인”
경찰 “6명중 1명만 한국국적”…총영사관 “한국국적 더 있다”

한국 여성 살인 및 시신은닉 등의 혐의로 체포된 6명의 한인 용의자 가운데 이준호(26), 준현(22), 준영(15) 3형제가 목회자 가정에서 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귀넷 경찰은 최연소 용의자인 이준영이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이지만 살인 등 중범죄 탓에 성인범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름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이준영의 머그샷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귀넷카운티 경찰과 지역 한인교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형제는 지역 한인교회 목사의 아들들이며 범행이 발생한 집에서 부모와 함께 생활해 왔다. 범행이 발생한 주택은 3형제의 아버지 명의로 돼있으며 지난 2021년 6월 해당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7월 한국에 거주하는 20대 추정의 여성 피해자에게 자신들의 종교단체인 ‘그리스도의 군사(Soldiers of Christ)’에 가입하라고 유인(lure)해 미국에 입국시켜 자신의 주택에 감금한 뒤 살해했다. 경찰은 범행 장소에서 다량의 피해자 혈흔이 발견돼 폭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직업과는 관계없이 이들이 독자적으로 벌인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하실에서 감금과 폭행 등이 이뤄져 부모는 몰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최소한 8월 3일부터 아무런 음식을 제공받지 못했으며 굶주림과 폭행에 시달리다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의 확인 결과 이준현과 준영 형제는 지난 6월 부모와 함께 둘루스의 S 한인교회에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회 관계자는 기자에게 “다른 교회에서 시무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최근 우리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면서 “지난 주에도 새벽예배와 주일예배를 함께 드렸다”고 말했다.
용의자 가운데 한명인 에릭 현(26)은 현재는 스와니가 주소이지만 이전에는 3형제의 집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차량의 주인인 에릭 현의 거주지를 확인하다 범행이 발생한 주택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3형제와 다른 남성 용의자들은 서로 친척관계이고, 여성 용의자 이현지는 용의자 가운데 한명의 여자친구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들의 변호를 맡은 제이슨 박 변호사는 “현재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법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다음주 초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귀넷카운티 경찰은 이번 사건의 용의자 6명 가운데 이가원 1명만 한국 국적자라고 발표했지만 애틀랜타총영사관(총영사 서상표)은 “본국 조회 결과 한국 국적자가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국적일 수도 있어 경찰과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귀넷 경찰이 피해자의 신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가족과 연락하고 있다”면서 “가족이 장례 절차 등을 위해 미국에 입국할 경우 최대한의 영사 조력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본보는 용의자들의 부모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휴대폰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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