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포츠 시장은 미디어 시장과 궤를 같이 한다. 미디어 시장이 커야 메이저 프랜차이즈 팀이 여럿 구성된다. ‘세계의 캐피털’로 통하는 뉴욕과 LA가 바로 그렇다.
뉴욕의 4대 메이저 종목만 NHL 아일랜더스, 레인저스, NBA 닉스, 브루클린 네츠, NFL 자이언츠, 제츠, MLB 양키스, 메츠 등이다.
범 LA(애너하임 포함)는 NHL 킹스, 애너하임 덕스, NBA 클리퍼스, 레이커스, NFL 램스, 차저스, MLB 다저스, 에인절스 등이다. 양 도시 메이저 프랜차이즈가 두 팀씩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임을 스포츠 팀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동안 뉴욕은 스포츠 메카로 통했다. 스포츠의 성지로 통하는 매디슨 스퀘터 가든(MSG)이 상징이었다. MLB 양키스는 4대 메이저 전 종목을 통해서도 최다 27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뉴욕의 자존심이었고, 스포츠 역사를 가름했다.
지난해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가 43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해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우승 배당금이 역대 최고였다. 선수 1인당 477,441 달러가 분배됐다.
두 팀은 미국 스포츠 사상 챔피언십에서 최다 12차례 격돌했다. NBA LA 레이커스-보스턴 셀틱스도 12차례로 타이 기록이다. 다저스-양키스가 라이벌이었지만 브루클린 시절에는 뉴욕이 일방적이었다. 1958년 다저스와 자이언츠가 LA, SF로 프랜차이즈를 옮기기 전까지를 뉴욕 3국지라고 부른다. 뉴욕 양키스, 자이언츠, 브루클린 다저스. MLB의 황금기이기도 했다.
뉴욕 3국지 때 양키스-다저스는 1941~1956년까지 월드시리즈에서 7번을 맞붙었다. 양키스가 6승 1패로 다저스를 압도했다. 다저스는 1955년 4승 3패로 딱 한 차례 이겼다. LA로 이적 후 다저스는 2024년 승리를 포함해 3승 2패로 드디어 우위를 점했다.
현재 뉴욕과 LA 프랜차이즈 가운은 서부로 완전히 기울었다. 뉴욕은 더이상 미국 스포츠의 메카가 아니다. NBA 경우 레이커스는 통산 17차례 정상에 오른 반면 닉스는 1973년이 마지막이다. 51년 동안 정상을 탈환하지 못하고 있다.
닉스는 플레이오프 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네츠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고, 올해도 어렵다. LA의 두 프랜차이즈 클리퍼스, 레이커스는 우승 전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PO 진출은 무난하다.
최근 뉴욕 팬들을 분노케하는 게 NFL 두 팀이다. 자이언츠와 제츠는 일찌감치 PO 탈락에 결정됐다. 이에 비해 LA의 램스와 차저스는 나란히 PO에 진출했다. 풋볼은 다른 모든 스포츠를 압도한다. 풋볼이 보통의 미국인 정서를 담는다고 봐야 한다.
뉴욕의 두 프랜차이즈 동시 몰락은 NFL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마켓은 물론이고 스폰서, 시청률 등에 악영향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빅마켓 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 PO에 진출하는 것을 원한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일본 프로야구도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우승하는 것을 모든 미디어들이 바란다. 그래야 떡고물(광고)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자이언츠는 슈퍼볼을 4차례 우승한 명문 팀이다. NFL을 대표하는 구단이다. 그러나 2011년 쿼터백 일라이 매닝이 팀의 마지막 슈퍼볼 우승을 안긴 뒤 급격히 추락했다. 13년 동안 딱 두 차례 PO에 진출했다. 슈퍼볼 감독 톰 카플린이 2015시즌을 마치고 물러난 뒤 현 브라이언 다볼까지 4명의 야전 사령관이 교체됐다. 성적 부진이 원인이다.
제츠는 더 무기력하다. 2010년 이후 14년 연속 노 플레이오프다. AFL 팀으로 1960년에 창단된 제츠는 1968년 슈퍼볼 우승이 유일하다. 제3회 슈퍼볼에서 예상을 깨고 볼티모어 콜츠를 16-7로 눌렀다. 우승을 이끈 쿼터백 조 네이머스는 경기 전 우승을 장담하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츠가 콜츠를 꺾은 것은 슈퍼볼 사상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풋볼 명문 앨라배마 대학 출신의 네이머스는 자유분방한 스타일로 유명했다. 닉네임이 ‘브로드웨이 조’다.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제츠는 미래 명예의 전당 쿼터백 애런 로저스(41)를 영입했지만 이 카드마저 무용지물이 됐다. 로저스는 그린베이 패커스와 마칠을 빚어 2023시즌을 앞두고 제츠로 트레이드됐다. 2008년 풀타임 쿼터백이 된 뒤 경력이 화려하다. 패커스에 몸담은 15년 동안 슈퍼볼 우승을 포함해 No PO는 4시즌 밖에 안된다. 지난해 이적해 데뷔 경기서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을 끝내고 올해는 4승에 그쳤다. ‘흘러간 물은 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격언이 베테랑 로저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이언츠, 제츠를 포함해 시카고 베어스 등 빅마켓 팀들의 부진은 무능한 프런트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공통점이다. 구단주들의 전횡도 한몫한다. 고액을 투자해서 유능하고 우수한 제네럴매니저를 영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팬들을 실망시키는 팀들은 적당한 돈으로 프런트맨을 보강한다. 성적이 좋아질리 만무다.
프로 스포츠는 선수의 임팩트가 아마추어보다는 훨씬 크다. 하지만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프로 종목은 GM의 역할이 선수못지 않다. 사실 다저스의 경우 이 팀을 이끄는 것은 베이스볼 오퍼레이션 사장 앤드류 프리드맨이다. 데이브 로버츠의 지도력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뒀다고 믿을 전문가는 별로 없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최연소 GM을 지내고 2015년 다저스로 발탁돼 팀을 해마다 PO로 이끌었다.
현재 미국 스포츠의 메카는 로스앤젤레스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구단주 아테 모레노가 망가뜨리고 있는 에인절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팀들이 PO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NBA 클리퍼스는 잉글우드에 인투이트 돔을 개장해 클립토 닷컴 아레나에서 레이커스와의 동거도 끝냈다. 2020년 이후 메이저 종목 우승을 봐도 2020년 다저스, 레이커스, 2022년 램스, 2024년 다저스 등이다. 램스와 2024년 다저스는 카퍼레이드로 시민들과 우승의 가쁨을 나눴다. 뉴욕은 2024년 여자 농구 WNBA 뉴욕 리버티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메이저 최다 챔피언 양키스도 2009년이 마지막이다.
스포츠 팀들도 정상으로 가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고꾸라지는데는 순식간이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고 했다. 뉴욕 스포츠에 언제쯤 봄날이 올지가 흥미롭다. 아쉽게도 자이언츠와 제츠는 2025시즌 전망도 밝지 않다.
<usmetrnews 문상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