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 김형석씨의 귀농일기

철저한 사전 준비와 중장기 계획으로 '성공 귀농' 예감

김인규 기자 승인 2021.07.22 09:43 의견 0
3년차 귀농인 김형석씨가 제2의 인생을 수놓을 1,200평 비닐 하우스 앞에 서있다.

김형석씨는 36세에 귀농을 했다. 본인은 물론이고 부모님 역시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는데도 30대 청년이 생경한 농사일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제법 놀랄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해 첫 본격 농사에서 나름대로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올해는 최소 5,000만원 이상의 순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1,200평의 비닐 하우스를 3,000평, 5,000평으로 점차 늘려가고 나중에는 법인을 만들어 수만평을 경영하는 대농을 꿈꾸고 있다.

짧지만 철저한 영농 계획과 큰 포부를 안고 있는 김형석씨의 귀농 일지를 들여다 본다.

-귀농을 하게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10여년전 어머니가 건강이 좋지 않아 외숙모가 살고 계시는 영월로 이사오셨다. 몇 년전 친구들과 부모님댁에 놀러왔다 영월에 반해 나도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깐 갖게 됐다.

2022년부터는 토마토를 스마트팜 방식으로 키우기 위해 하우스 높이를 높였다.

-그러면 바로 귀농을 결정하게 되었는가.

*아니다. 대학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 졸업후 개인적으로 디자인 관련 사업을 하거나 회사에 다녔고 그런대로 수입도 괜찮았다. 그러나 몇 번 다녀와 본 영월이 자꾸 생각나 본격적으로 귀농을 생각해보게 됐다. 인터넷 등 여러 가지 정보를 검색해보니 귀농을 하려면 40세 전에 해야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부 등 각종 기관으로부터 여러 가지 혜택을 받으려면 40세 전이라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2018년 귀농을 결정하고 실천에 옮겼다.

-귀농을 하려면 우선 거처할 장소가 필요했을텐데 집은 어떻게 구했는지. 그리고 귀농 자금은 얼마를 어떻게 마련했는지.

*10년전 영월로 오실 때 부모님이 집(강원 영월군 무릉도원면 두무골길)을 넓게 지어서 내가 살 공간은 충분했다. 부모님과 함께 살게 돼 부모님도 좋아하셨고 나는 주거비 부담이 없어 좋았다. 귀농 자금은 내가 벌어 모은 6,000만원에 부모님이 1억원을 대어주셨다. 이후 본격 농사일에 들어갈 즈음 영월군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농사 경험이 전혀 없는 나였지만 귀농에는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 2018년 3월부터 9월까지 ‘춘천 미래농업기술원’에서 농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았다. 미래농업기술원은 강원도에는 춘천 밖에 없어 그곳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교육을 받았다. 귀농하려는 분들은 반드시 미래농업기술원에서 교육받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비닐 하우스 안에는 원수통과 영양제 등을 배합하는 용기들이 들어차있다.

-미래농업기술원은 어떤 점이 좋았나.

*말 그대로 농업에 필요한 갖가지 지식은 물론이고 간접적인 경험을 실감나게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이 기간 중 굴삭기, 지게차 운전 자격증, 농기계 수리 면허까지 취득했다. 이런 것들은 농사를 짓는데 정말 필수적인 기술이었다. 이외에 농업 선배들의 경험담과 충고가 정말 유익했다. 재차 강조하지만 귀농하려는 분들은 꼭 이곳에서 교육 받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비닐 하우스 안에는 원수통과 영양제 등을 배합하는 용기들이 들어차있다. 김형석씨 뒤로 보이는 건물은 사무실과 휴게 공간.

-미래농업기술원에서 얻은 정보나 지식 중 또다른 유익한 것이 있었다면.

*나는 그곳에서 농업 멘토 한 분을 만났다. 인제에서 파프리카 농사를 크게 짓는 분이다. 그 분이 농사를 짓더라도 지역 청년단체 등에 꼭 가입하라는 충고를 해주어 4H에 가입했는데 그들로부터 많은 유무형의 도움을 받고 있다. 또 그분 말씀이 농사를 지을 때 시설 투자에 망설이지 말라는 충고도 해주셨다. 그분은 파프리카 비닐 하우스 재배에 시설 투자비로 30억원을 투자했으나 이를 10년만에 다 회수했다며 과감한 시설 투자를 강조하셨고 현재 나도 그분 말씀을 따르고 있다.

-현재 비닐하우스 크기는 어느 정도이며 언제 완공되었는지.

*비닐 하우스는 미래농업기술원 교육을 마친 뒤부터 공사에 들어가 1,200평 크기로 지난해 5월 완공했다. 물론 비닐 하우스 제작은 전문가들의 손을 빌렸지만 나 역시 현장에서 일을 거들며 관련 노하우를 체득했다.

-그럼 완공 후 바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지. 작물은 어떤 것인지.

*완공과 거의 동시에 6월부터 오이고추를 심었다. 오이고추는 오이만큼 크고 안 매우면서 씹으면 아삭아삭하고 물기가 많은 품종이다. 본래 오이고추는 4월에 심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6월에 심다 보니 많이 타죽게 되었다. 당초 예상보다 수확량이 많이 줄었고 인건비 부담이 많아 손해가 날 줄 알았으나 정말 운좋게도 조금 이익을 보아 한 숨을 돌렸다. 이는 지난해 오이고추가 흉작이어서 값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올해도 오이고추를 심을 계획인지. 올해 수입은 어느정도를 예상하는지.

*아니 올해는 4월20일 경에 청양고추를 심는다. 오이고추보다 이것이 수익이 더 많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청양고추는 11월까지 계속 연작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청양고추는 평당 7만5,000원에서 8만원까지 수입을 올릴 것으로 보여 조수익은 8,000만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 인건비 등 각종 경비를 제한 순수익은 얼마 정도인지.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절반 이상은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닐 하우스를 지은 농지는 매입했는지 아니면 임차했는지.

*농지은행 매입분인 강원도 영월군 무릉도원면 무릉리 논을 10년간 임차했다. 원래 개인 소유 땅이지만 농지은행이 10년간 임대를 보증했고 이후 이 땅을 판다하더라도 나에게 가장 먼저 매입 우선권을 준다는 조건이어서 안심하고 임차했다.

-앞으로도 계속 청양고추를 재배할 계획인가.

*아니다. 내년부터는 토마토를 심을 계획이다. 비록 토마토와는 전혀 다른 고추지만 2년간 농사를 경험했기에 이를 바탕으로 토마토 재배에 본격 나서기로 계획을 잡았다. 토마토 재배 역시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스마트 팜을 채택, 일손은 줄이고 유기농이면서 수익을 최대한 높이기로 했다.

-스마트 농법을 하려면 현재의 비닐 하우스에 또다른 투자가 필요하지 않는가.

*아니다. 스마트 농법을 위한 신규 투자는 필요가 없다. 이 비닐 하우스를 지을 때 이미 이를 계산에 넣고 건축했기에 더 이상 투자가 필요없다.

(젊은 초짜 농부지만 귀농 첫 단계부터 철저하게 준비했고 재배 작물 역시 이미 사전에 중장기 계획을 세워놓았다는 점에서 ‘준비된 귀농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농을 고려중인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제 겨우 귀농 3년차인 초보 농사꾼이 충고를 한다는 게 건방지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많은 시간과 경험이 축적되어야지만 제법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충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내 주위와 지인들로부터 들은 사례를 볼 때 귀농인들은 평범한, 일반적인 작물을 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특이 작물을 선택했다 빚까지 지고 도시로 다시 돌아가는 사례를 몇 번 보았다. 특이 작물은 신경쓸 일이 무척 많고 특히 판로에 문제가 많아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는 것같다.

-다시 서울로 돌아갈 생각은 없는지. 귀농인으로서 사는데 불편함은 없는지.

*전혀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고 농촌 생활이라고 해서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다, 물론 연세 드신 분들 가운데 차를 운전하지 못해 병원에 가시거나 할 때 불편한 점은 있겠지만 우리같은 젊은이들에게는 별다른 불편함은 없다고 본다.

-귀농인들은 종종 선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있다는데.

*내 경우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운학리는 거의 모두가 귀농인들이다. 물론 귀농한지 오래된 분들도 많지만 갈등이나 배타성을 느낀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나 뿐아니라 후배 귀농인들에게 오히려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운학리 안충선 이장님은 마을 발전과 화합에 엄청 공을 들여 이같은 갈등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시는 것같다. 나도 그 덕을 많이 보고 있다.

-부인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서울 살 때도 그렇고 지금도 꼭 결혼해야겠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때가 되면 좋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형석씨는 비닐 하우스 한켠에 사무실과 피곤할 때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아마도 한창 일이 바쁠 때나 비상 상황시 이곳에서 밤을 세워가며 일할 공간으로 사용할 작정인 듯하다. 일반적으로 귀농인치고는 젊고 경험이 부족해 보이지만 그와 반비례해 철저한 사전준비와 계획이 탄탄하다는 점에서 그의 귀농 일기는 희망과 기쁨으로 쓰여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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