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산 참두릅 농원’ 김윤자 대표

"이미 행복과 천수를 보장받았다" 자족

김인규 기자 승인 2021.07.22 10:42 의견 0
김윤자 대표가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라고 있는 눈개승마를 살펴보고 있다.


산에 산 참두릅 농원’ 김윤자 대표는 당초 ‘귀농에 목숨을 건 사람같다’는 착각이 들게 했다.

“깊이 생각하면 귀농은 할 수 없다. 단순 무식해야지만 그게 가능하다. 서울살던 김윤자는 이미 없어졌고 다시는 도시로 돌아가지 않는다”

김 대표의 이 말을 처음 듣는 순간, “귀농에 한맺힌 사연을 가졌거나 아니면 서울과 무슨 악연이 있었던가” 하는 의심이 살풋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막무가내 표현은 귀농에 대한 철학이랄까 결심을 나타내는 굳은 의지의 발로였음을 곧 알아챌 수 있었다.

일체의 비료나 농약도 치지 않은 산자락에서 가장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곰취.

인생 제2막을 시작하기에는 결코 이르지 않은 53세되던 6년전, 김 대표가 귀농을 입에 올렸을 때 주위에서는 찬성하는 이들이 단 한명도 없었다.

당시 김 대표와 남편 이희태씨는 제법 규모있는 아파트 단지의 관리소장직을 각각 맡고 있었다. 특히 김 대표는 ‘주택 관리사’는 물론이고 ‘조경사 자격증’까지 가진 전문인이었다. 사회적으로는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이같은 상황에서 굳이 낯선 농사일에 뛰어드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게 모든 이들의 반대 이유였다.

시집은 물론 친정 부모님, 가족들이 모두 “말도 안된다”고 펼쩍 뛰었다. 심지어 형제 이상으로 가깝게 지냈고 누구보다 자신의 속을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친구들조차 “너 돌았니?”하고 고개를 내저었다.

자양강장제 중 최고로 치는 산마늘이 산 중간중간에 자라고 있다.

김 대표 역시 이들의 반대가 일리있고 나름대로 합리적이라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귀농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때 김 대표의 가슴과 머리를 치고 간 영감(?)이 바로 ‘깊이 생각하면 귀농은 할 수 없다. 단순 무식해야지만 그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이 ‘단순 무식’의 법칙에 따라 부군과 함께 귀농했다.

2015년 11월, 부동산 중개소를 통해 구입한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김삿갓면 마대길 192로 이주해왔다. 결코 따기 쉽잖은 자격증을 두 개씩이나 가진 소위 전문인의 ‘단순 무식’ 귀농 행보를 한번 추적해보자.

-어찌보면 맹목적 귀농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귀농전 우연인지 모르나 적지 않은 친구들이 잇달아 세상을 떠났다. 빈소에 가보면 대부분이 각종 암에 걸린 것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나를 포함, 우리 세대는 120세까지 살 수 있다는 데 조기 사망하는 친구들이 너무 안쓰러웠고 한편으로 나는 천수를 누릴려면(웃음) 산으로 들어가야 겠다고 판단,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김윤자 대표 뒤로 비닐하우스 2개동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 귀농 대상 토지는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우리가 구입한 산은 4만6,000평이다. 처음 이곳에 옮아올 때는 전체가 산이었으나 도로에서 거주 공간으로 들어오는 길을 닦았고 570평의 밭을 개간했다. 여기에는 비닐하우스 2동을 차려 눈개승마를 재배하고 있다. 또한 농막, 저장고, 냉동고용 컨테이너를 설치해놓았다. 그리고 이런 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산 자락은 모두 다양한 종류의 무공해 산나물 재배지나 마찬가지다.

-귀농자금이랄까 투자비는 어느 정도 들었나.

*산을 구입하는데 1억원 이상이 들었고 울타리 조성비 8,000만원, CCTV 설치비 6,000만원, 그 외 기타 경비 5,000만원이 들었다.

-생각보다 많은 액수가 투자된 것같다. 모두 본인들의 돈으로 충당했는가.

*아니다. 조합을 포함해 영월군 등에서 8,000만원을 지원해주었고 그 외 여러 가지 도움과 혜택을 많이 받았다. 현재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으로 건조기와 관수 시설 설치 등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영월군과 관계기관이 도움을 주겠다고 전해왔다.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다’라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정말 고맙다는 말을 이 기회에 꼭 하고 싶다.

김윤자 대표가 서있는 곳은 당초 산비탈이었으나 중장비를 이용해 길로 다듬었다.

-부군은 현재 보이지 않는데.

*남편은 정선에 소재한 아파트 단지에 관리소장직을 구했기에 출퇴근를 하고 있다. 사실 이곳에 와서 6개월만에 1,000만원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그래서 한 사람이라도 안정적인 수입원을 가져야 겠다고 판단, 정선의 아파트를 관리하는 직장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남편은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 언제나 내 일을 도와준다. 회사일에다 농사일까지 하느라 힘들겠지만 언제나 웃는 얼굴로 농사일에 뛰어들고 있다.

-처음부터 영월로 귀농할 계획이었나.

*아니다. 당초 귀농 예정지는 다른 곳이었다. 포천에 매실을 키우는 웬만한 크기의 땅이 있었다. 매실 나무 밑에 풀을 베지 않는 재배 작물로 산나물이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포천서의 매실과 산나물 재배가 영월로의 본격 귀농의 단초를 제공했는지도 모른다. 하여튼 귀농을 하기로 결정하고 포천 근처의 특정 도시 두 군데를 찾았다. 그러나 한 곳은 너무 추운 지방이라, 또 다른 한 곳은 토양에 중금속 성분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영월로 방향을 틀었다.

-귀농 전에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지.

*실제 귀농은 2015년이지만 이보다 앞서 MBC 자회사가 운영한 3개월짜리 ‘귀농 아카데미’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영월에 와서는 영월 농업기술센터와 춘천 미래농업기술원에서 자주 관련 교육을 받았다. 이들 교육이 참 많이 유익했다. 산채 재배 방법 등은 물론이고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교육을 받은 것이 특히 판매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재배 작물은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는지.

*현재 비닐하우스 2개 동에는 눈개승마를 재배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키우고 있는 작물은 눈개승마가 유일하다. 2만1,000평의 산지에는 참두릅이 자라고 있다. 두릅은 참두릅, 개두릅, 땅두릅 등 3종류가 있는데 일손 부족으로 참두릅 일부만 겨우 따서 판매했다. 지난해에는 근 한달간을 수확할 수 있었으나 올해는 4월에 갑자기 더위가 닥치는 바람에 10일 정도 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이외의 산에는 곰취, 산마늘 등도 자라고 있다. 그러나 건강에도 좋고 맛도 뛰어난 이들 산나물은 솔직히 제대로 다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다.

-왜 수확을 제대로 못하는지.

*일손이 달려서다. 나는 하루종일 산에서 산다. 그러나 혼자만으로는 지천에 늘린 산나물들을 제대로 딸 수가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미혼인 둘째 오빠가 종종 이곳에 와서 도와주지만 여전히 노동력이 부족하다.

-한 해 수입은 어느 정도인지.

*2,000만원 정도 된다. 물론 큰 액수는 아니지만 수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불만은 없다. 서울 살 때 수십년간 심한 아토피로 고생했는데 이곳에 오고나서 싹 없어졌다. 이것만해도 큰 혜택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천수를 누릴 수 있게 해줄 단서를 이미 확보한 셈이다. 앞으로 연간 수입은 5,000만원 가량 되리라 예상한다. 비록 자생적으로 자라는 작물들이지만 산꼭대기에 있는 물을 아래로 흐르게 해 수확량을 늘이고 두릅같은 경우는 3종류를 모두 제때 수확, 수입을 올리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현재 수확한 산채들은 대부분 생으로 팔다보니 판매량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건조기를 들여와 유효 기간을 늘이거나 장아찌 등 가공품으로 변환시킬 경우 수익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귀농을 후회하거나 불만은 없는지.

*전혀 없다. 선택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농장 이름은 ‘산에 산 산채 농원’, 상표는 ‘산에 산 참두릅’으로 등록했다는 김윤자 대표가 인터뷰 도중 가장 많이 한 사용한 단어는 “고맙다”였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농사일을 거드는 남편이 ‘고맙고’, 영농 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수시로 관심을 가져준 영월군과 조합이 ‘너무 고맙고’, 산지를 잘 활용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산림청도 ‘고맙기 그지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 대표가 앞으로 가장 고마워하게 될 대상은 다름아닌 눈개승마, 곰취, 산마늘 등 산나물들이 되리란 느낌이 들었다.

<산나물에 대한 간단한 소개>

1. 눈개승마는 이른 봄 제일 먼저 올라오는 산나물이다. 삼잎을 닮아 삼나물, 고기 두릅, 인삼 등 3 가지 맛이 난다 하여 삼나물이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한방에서 전초(잎, 줄기, 꽃, 뿌리 따위를 가진 풀포기 전체를 일컫는 말)를 해독, 편도선염, 지혈 및 강정제로 사용해 왔다.

인삼처럼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고, 인삼의 효능에 버금가며,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한다. 혈액순환을 촉진, 뇌경색, 뇌질환, 심근경색 등을 예방하거나 치료에 효과가 있다.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모든 음식이 그렇듯 스태미나에도 아주 좋은 건강 식품이기도 하다.

고사리 대신 사용하면 아주 좋다. 고사리 특유의 비린내가 전혀 없다.

2. 곰취는 비타민C와 베타카로틴 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이들 성분은 항산화 작용을 해 피부의 노화를 막아주면서 피부를 탱탱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곰취를 평소 챙겨 들면 암 예방과 함께 항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평소 고기를 먹을 때 곰취 쌈을 해서 들면 발암물질의 60~80%를 억제시켜 준다.

다이어트 및 면역력 강화에도 크게 도움을 준다. 다이어트를 할 때는 운동 50, 식단 50이라고 할 정도로 식단이 매우 중요하다. 곰취에는 섬유소질이 풍부하고 열량이 100g당 23kcal 정도여서 다이어트할 때 부담없이 먹기에 좋다. 다양한 영양소도 들어있다.

간에 좋은 효능도 있고 가래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3. 산마늘은 울릉도에서는 춘궁기에 목숨을 이어준다 하여 명이나물이라고도 불린다. 잎에서 마늘 향이 나며 섬유질이 많아 육류와 궁합이 잘 맞는다.

울릉도의 해발 800m 이상 지역에서 자생하며 1994년 울릉도에서 반출돼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최근에는 구이류와 함께 섭취하는 수요가 크게 늘면서 경상도 및 전라도 등에서도 재배를 하기 시작했다.

주로 장아찌로 많이 이용되며, 쌈, 튀김, 초무침, 샐러드 등 다양하게 요리에 이용한다. 약용으로 마늘보다 효능이 월등하다. 자양강장제 중 최고로 치며 해독, 동맥경화, 이뇨, 당뇨, 피로 회복, 감기, 건위, 소화 등에 약효가 있다.

김인규 기자 kik04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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