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법률 칼럼/ 과실 입증이 필요 없는 경우

김인규 기자 승인 2022.01.17 13:29 의견 0

일반적으로 사고상해 케이스를 성립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과실(negligence)을 입증하는 것이 필수다.

교통사고와 낙상사고 등 대부분의 사고상해 케이스에서 승소하려면 피고소인(가해자)가 상식적인 기준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과실을 범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과실을 입증할 필요가 없는 사고상해 부문도 있다.

과실 입증이 필요 없는 대표적인 무과실 책임(Strict Liability) 사고상해로는 ■비정상적으로 위험한 행동 ■직장상해보험 (Workers' Compensation) ■제조물책임법 (Product Liability) ■애완 및 야생 동물로부터 공격을 당해 다쳤을 경우 등이 있다.

무과실 책임 사고상해는 원고가 피고의 과실을 입증하지 않아도 자신이 해당 상황에서 다쳤다는 것만 입증하면 케이스가 성립될 수 있다.
‘비정상적으로 위험한 행동’으로는 폭발물(다이너마이트, 무기 등등)을 소지하거나 운반하는 것, 핵발전소에서의 방사물질 유출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직장상해보험의 경우 독립 계약 직원(independent contractor)이 아닌 정식 직원이 업무를 하는 도중 다쳤을 때 적용된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무직원이 사무실 서류 캐비닛에 심하게 손가락을 찧어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A는 자신의 부주의 외에는 그 누구도 탓할 수 없지만 일을 하다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과실이 없어도 직장상해보험을 통해 부상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애완동물의 경우 주인이 아무리 주의를 기울였다 해도 그 동물이 누구를 공격해 부상을 입혔다면 주인에게 무과실 책임이 적용될 수 있다. 단, 주인에게 무과실 책임이 적용되려면 그 동물이 상당히 공격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거나 과거에도 누군가를 공격했다는 것을 주인이 알고 있었음을 입증해야 된다.

제조물 책임법은 어느 상품의 결함으로 소비자가 부상을 입었을 경우 상품 생산자나 판매자의 과실 유무에 관계없이 피해자의 부상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무과실 책임은 천재지변도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다이너마이트를 운반하는 트럭이 벼락에 맞아 폭발해 주위에 있던 차량의 운전자가 부상을 입었다면 부상당한 운전자는 운반 회사를 상대로 피해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벼락이 치는 것을 아무도 방지할 수 없었다 해도 무과실 책임이기 때문에 천재지변 항변의 효력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무과실 책임 사고상해는 누군가의 과실 없이 케이스가 성립되지만 피해자가 이를 악용하기 위해 일부러 자해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사기로 간주돼 기각된다.

<정지원/상해사고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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