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리미티브 앤틱'들

김인규 기자 승인 2024.07.08 10:42 | 최종 수정 2024.07.08 16:12 의견 0

기자는 가끔 제 어린 시절 집에 있다가 버림(?) 받았던 4가지 물건이 생각나 마음이 착잡해질 때가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버림받았다'고 표현한 것은 지금 돌이켜보면 꽤나 소중했을 물건임에도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없앴기 때문입니다.

그 4가지 물건은 '오동 나무장', '유기 식기세트', '약장가사'(藥章歌詞)란 제목의 고서, 그리고 '청동주전자' 였습니다.

오동 나무장은 대략 높이 150cm, 폭 60cm, 두께 30cm의 장에다 정면, 문, 모서리 등에 조각 주석(확실치는 않으나 아마도 주석이 맞을 겁니다) 장식을 화려하게 붙여놓았습니다.

이 장은 외할머니가 시집오면서 당시 장인에게 특별히 부탁해 제작한 것이었다 합니다. 외할머니는 유일한 친 혈육이던 저희 어머니집으로 합가하실 때 이 장을 갖고 오셨습니다.

오동 나무장은 얼마동안은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수시로 동백기름으로 장을 닦아독특한 모양에다 윤기가 자르르 흘러 한 마디로 귀티가 났습니다.

그러나 1960~70년대 한국에서는 장농 등 가구에 대한 새로운 유행이 거세게 몰아닥쳤습니다. 왠만한 집에서는 기존의 전통 가구를 버리고 호마이카(Formica)란 가구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호마이카는 나무 등의 표면에 멜라민 수지를 덧입혀 내열성을 갖는 동시에 깨끗한 느낌을 주는 플라스틱 박판을 말합니다. 이 호마이카 가구는 단숨에 한국 가구계를 정복해버렸습니다.

저희 집에 있던 오동 나무장도 어중간한 크기에다 사용상 불편함, 특히 구식 가구라는 이유로 서서히 무시받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에는 호마이카 장롱 등이 안방을 차지해 들어오자 오동 나무장은 버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다 어느날 고물장사에게 넘어갔습니다.

이 오동 나무장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면서 안타깝습니다. 다만 운이 아주 좋아 진가를 알아본 이에게 골동품으로 사랑받고 있기를 기원합니다.

흔히 놋그릇이라 불리던 유기 그릇 세트는 아직까지 그 생명은 유지하고 있으나 외양은 전혀 몰라볼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오동 나무장이 호마이카에 밀렸다면 유기 그릇 세트는 스테인레스에 제 정체성을 완전히 말살당했습니다.

저희 어릴 때만 해도 봄부터는 사기그릇이 밥상에 올려졌습니다. 그러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사기그릇은 놋그릇으로 대체됩니다. 몇 달동안 창고에 보관돼있던 놋그릇은 얼룩이 지는 등 때가 타 깨끗하게 닦아야 합니다.

주로 기왓장을 아주 잘게 간 가루를 볏집에 묻혀 놋그릇을 닦았습니다. 이 작업은 온 식구가 모여 반 나절을 소비해야 할만큼 만만찮은 일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테인레스 식기가 등장했습니다. 스테인레스 식기는 우선 겉보기에도 깨끗하고 세련돼 보이는 데다 그릇 닦는 연례 노동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기에 단숨에 인기를 끌었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사기 그릇이나 놋 그릇은 사라지고 스테인레스 그릇으로 바뀌었습니다. 저희 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느날인가, 생판 처음 보지만 아주 깨끗하고 세련된 그릇이 상 위에 올라왔습니다. 놋 그릇이 스테인레스 그릇으로 바뀐 겁니다.

모두들 의아해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아주 자랑스런 표정으로 말하더군요. "놋그릇에다 스테인레스를 입혔다"고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던 놋그릇 표면을 전기분해 방식(?. 당시는 그렇게 얘기를 들었습니다)으로 스테인레스를 입혔다는 것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이 스테인레스 그릇은 우리 식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놋 그릇 즉 유기 그릇은 뒤늦게 귀하게 인정받았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어머니 역시 유기 그릇의 귀중함, 진가를 뒤늦게 알고 본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엄청 노력했습니다. 스테인레스 겉껍질을 벗기는 업체 등을 찾느라 대구 전통 시장, 그릇 가게 등을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방법을 찾지 못하고 속은 유기, 겉은 스테인레스인 혼혈(?) 그릇으로 남아 있습니다.

약장가사란 고서는 저자가 누구인지 언제 제작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고서였습니다. 저희집 다락방에 뒹글러 다니던 단순한 헌책 취급을 받았습니다.

제목처럼 의술과 관계된 책으로 어떤 식물은 어떤 질병에 좋으며 약제로 사용하기 위한 방법 등을 칠언절시 형식으로 기재해놓은 고서였습니다.

약장가사란 제목은 고려 이후 조선전기에 걸쳐 악장으로 쓰인 아악과 속악 가사를 모아 엮은 가집 악장가사(樂章歌詞)의 이름을 본떠 지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약장가사 역시 무관심하게 대하다 대학생 시절 불현듯 이 책이 심상치 않은 가치를 가졌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해 여름 방학 때 대구 집으로 와 찾아 보았으나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우리집은 한옥이어서 부엌이 실외의 독립된 공간이었습니다. 제가 서울로 간 뒤 기존의 부엌이 불편했던 어머니는 사람을 시켜 이를 입식 부엌으로 수리했습니다. 이때 다락방을 없애면서 약장가사란 책도 휩쓸려 사라진 것같았습니다.

청동 주전자는 어머니가 부업으로 키우던 닭들에게 물을 주기 위해 사용했던 주전자였습니다. 가끔가다 범상치 않은 포스로 인해 닭 물주기용 주전자로 사용하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지 않았습니다.

겉의 조각 장식도 그런대로 멋있었고 외양도 옛스러웠지만 무게가 너무 나가는 바람에 구박도 꽤나 받았습니다.

이 청동 주전자도 닭 키우기를 중단하면서 아마도 엿장수 손에 넘어간 것같았습니다.

이같이 캐캐묵은 얘기를 꺼내는 것은 미국인들이 하찮아 보이던 '꼬물'이라도 얼마나 큰 애정을 갖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깨닫고 뒤늦게 반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서는 고급스럽진 않지만 선조들이 쓰던 일상적 생활용품들도 당당히 앤틱 취급을 받아 판매대에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 물건들은 일반적으로 원시적 물건 이라는 의미로 프리미티브(primitive)라고 불립니다.

우리가 보기엔 하찮아 보이지만 당당히 '프리미티브 앤틱'으로 분류된 것들을 소개합니다.

팬트리 박스 앤티크, 스태퍼드 스프링스, 코네티컷 주 팬트리 박스 앤티크의 찰리 기니페로는 큰 파란색 통의 가격을 200달러로 책정했습니다.


메사추세츠 주 브룩필드 - 크리스 카수치와 그녀의 남편 폴은 매년 두 번 열리는 워커 홈스테드 쇼를 골동품과 원시적인 쇼라고 광고합니다. 프리미티브 앤틱은 페인트칠을 한 목기, 초기 시골 가구, 바구니, 석기, 붉은 기, 초기 조명, 그림, 민속 예술품으로 가득합니다.

크리스 카수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작품 중 하나가 1823년 이전에 만들어졌음을 나타내는 "베닝턴 팩토리(Bennington Factory)"라는 표시가 있는 2갤런짜리 주전자라고 말합니다. 표시 외에도, 그녀는 코발트 블루 숫자 "2"가 코발트 나무 또는 꽃 디자인과 함께 눈에 띄는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가격은 1,200달러.

그녀의 상품에는 395달러의 붉은 식기와 19세기 후반의 작은 로킹엄 찻 주전자가 포함되었습니다.

Lorraine German, Mad River Antiques, North Granby, Conn.는 석기와 도자기를 전문으로 취급합니다. 그녀의 손은 "Bennington Factory"라고 서명된 2갤런 석기 주전자에 얹어져 있고 가격은 1,200달러입니다.

조지 브라우닝 3세, 스완지, 노스캐롤라이나 주, 스완지는 석기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판매하지 않습니다. 그는 제조업체에 따라 35달러에서 145달러 사이의 가격을 가진 여러 개의 석기 병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650달러에 "스완스콧 미네랄 스프링 워터"라고 표시된 덮개가 있는 석기 병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리스 카수치는 그녀의 집과 가게에 있는 18세기와 19세기 도색 가구에 전시된 수십 점의 석기와 홍기를 보유한 전문 딜러 중 한 명입니다.

매사추세츠 주 웨스트브룩필드에 있는 고향 골동품들은 또한 다양한 색으로 칠해진 목기들과 특이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19세기의 커다란 녹색 양동이를 가져다가 새집으로 바꿨습니다. 그것은 원뿔 모양의 금속 지붕이 주어졌고 깃털이 있는 주민들이 들어가고 나올 수 있도록 행거와 구멍이 옆으로 잘려져 있습니다. 가격은 160달러.

매사추세츠 주 웨스트 브룩필드의 고향 골동품은 다양한 종류의 채색된 목기들을 제공합니다. 특이한 물건은 채색된 녹색 양동이로 만든 새집입니다. 원뿔 모양의 양철 덮개가 새들을 막고 옆으로 잘린 구멍이 새들을 드나들게 했습니다. 가격은 160달러.

매사추세츠주 로클랜드의 베이베리 골동품. 로라 맥카시는 31개의 작은 독일산 장난감 양들의 수집품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독특하고 장식되고 패널로 된 2개의 문이 있는 캐비닛을 가져왔고, 가격은 575달러입니다.

그녀의 돌 과일 수집품은 50달러 이하에서 개별적으로 가격이 매겨졌고, 적포도 한 다발은 예외적으로 145달러입니다. 매우 큰 펑퍼짐한 바구니는 395달러.

매사추세츠 주 페퍼렐의 메리 엘리엇은 수 년 동안 채색된 목기를 팔았고 다양한 크기의 채색된 그릇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름이 20인치가 훨씬 넘는 큰 것은 오래된 파란색 페인트와 그것이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는 내부 인테리어가 있습니다. 가격은 300달러였습니다. 빨간색은 150달러부터고, 테두리가 돌려져 있는 빨간색 큰 예시는 725달러입니다.

코네티컷 주 사우스 윈덤에 있는 이안 맥켈비 골동품은 2개의 단순한 패널 문과 잘 마모된 표면이 있는 작은 원시적인 건조 싱크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격은 1,800달러.

그는 또한 595달러의 낡은 녹색 표면이 있는 10피트 길이의 수확 테이블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밀포드에서 격주로 열리는 그래닛 스테이트 앤티크 쇼를 운영하는 데브 러너와 릭 마틴은 오래된 붉은 표면이 있는 3개의 담요 상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가격은 375달러이고, 그들의 부스는 다양한 다른 목기류를 포함했습니다.

Conn. South Windham, Ian McKelvey는 매우 적극적인 딜러이며 항상 흥미로운 가구 및 기타 품목 그룹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가 제공한 것에는 이 작은 페인트 칠을 한 드라이 싱크가 포함되어 있는데, 가격은 1,800달러입니다.

코네티컷 주 브룩필드의 트위스티드 시스터즈 프리미티브는 초기 곰들, 스티프 그리고 다른 제작자들에 의해 선택된 일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코네티컷 주 스태퍼드 스프링스의 팬트리 박스 앤티크 찰리 기니페로는 항상 많은 종류의 스티프 동물들을 가지고 있고 이 쇼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호그스페이퍼 양초 거치대부터 뚫린 양철 랜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명 장치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특출난 초창기 양철 샹들리에가 미국 메인주 이스트포트의 존 멜비 골동품 부스에 있는데, 가격은 밝히지 않습니다.

멜비는 또한 경쟁 상대가 거의 없는 흥미로운 부업을 개발했습니다. 그는 초기 가죽으로 된 제본 책을 완벽하게 모방한 나무로 된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18세기 성경처럼 보이는 두 개의 큰 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가격은 200달러였습니다; 작은 예시들은 그에 따라 가격이 매겨졌습니다. 돌로 된 책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는 그것들 중 일부도 가지고 있습니다.

릭 하멜린(Rick Hamelin)과 그의 배우자 개린 아라켈리안(Garine Arakelian)은 매사추세츠주 워렌(Warren)에서 아메리칸 레드웨어(American Redware)를 운영합니다. 둘 다 숙련된 도예가들이며, 다양한 현대식 레드웨어와 슬립 장식 도자기를 제공합니다. 그들의 작품의 대부분은 100달러 미만입니다.

그 쇼는 역사적인 시대 환경에서 잘 어울리는 아이템을 만드는 사람들을 몇 명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매사추세츠 주 워렌의 피에드 포터 하멜린으로 더 잘 알려진 릭 하멜린은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것뿐만 아니라 레드웨어와 슬립웨어의 진짜 복제품을 생산합니다.

그는 올드 스터브리지 빌리지에서 일했고 히스토리 디어필드와 다른 곳에서 워크샵에 참가합니다. 그의 작품에 대한 수많은 전시회가 있었고 그는 레드웨어, 슬립웨어, 스그라피토 장식 작품도 생산하는 자신의 배우자 개린 아라켈리안과 스튜디오 공간을 공유합니다. 함께, 그들은 아메리칸 레드웨어를 운영합니다. 그들의 작품 대부분은 100달러 미만으로 가격이 매겨지지만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한 티팟과 같은 더 큰 작품들은 200달러 이상에 팔릴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공예가는 캐씨 리 아미스, 킨포크, 테리빌, 콘입니다. 그녀의 작품은 6달러의 가격이 매겨진 딸기와 같은 천으로 만든 과일과 바구니에 완전히 깃털이 달린 닭이 각각 45달러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버지니아 주 이스트 루퍼트의 루실 페스타는 19세기 양탄자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는 동물 디자인으로 갈고리 모양의 양탄자를 만듭니다.

코네티컷 주 노스 스토닝턴의 밀타운 프리미티브는 정원을 위해 물건들을 만듭니다. 조롱박으로 만든 새집은 개당 가격이 34달러입니다. 닭들이 정원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4피트 길이의 울타리가 49달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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