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황후를 위해 만들어진 듯한 눈부신 수정 달걀이 파베르제 아이콘의 새로운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1913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제작된 파베르제의 임페리얼 윈터 에그, 디자이너 알마 테레지아 필, 제작 책임자(워크마스터) 알베르트 홀름스트룀

**파베르제(Fabergé)**라는 이름은 즉각적으로 사치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이 회사의 유명한 달걀 작품들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범한 작품 가운데 하나인 *윈터 에그(Winter Egg)*는 1913년 **니콜라이 2세**의 주문으로 제작되었으며, 런던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2,290만 파운드(약 3,020만 달러)에 낙찰되어 새로운 경매 기록을 세웠다.

이 달걀은 12월 2일 열린 크리스티의 라이브 경매 **“겨울 달걀과 왕족 소장품에서 나온 주요 파베르제 작품들(The Winter Egg and Important Works by Fabergé from a Princely Collection)”**의 최고가 출품작이었다. 정교한 장인정신, 귀중한 재료, 그리고 중요한 역사적 배경 덕분에, 이번 경매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일찌감치 예상되었다.

파베르제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윈터 에그는 단연 돋보인다. 암석 수정(록 크리스털)을 정교하게 조각해 만들었으며, 얼음 덩어리를 연상시키는 받침대 위에 놓여 있다. 달걀 내부에는 서리 무늬가 새겨져 있고, 외부에는 플래티넘과 로즈 컷 다이아몬드로 만든 눈송이 장식이 흩뿌려져 있다. 숨겨진 경첩 덕분에 달걀은 열릴 수 있으며, 그 안에는 보물이 들어 있다. 이 작품은 **니콜라이 2세(1868~1918)**가 부활절을 맞아 어머니인 **마리아 페도로브나**에게 선물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평민들은 부활절 달걀 안에서 초콜릿을 즐기지만, 황실의 선물은 훨씬 비싸고—또 영구적이다. 윈터 에그 안에는 높이 약 3과 1/4인치의 플래티넘 바구니가 들어 있는데,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이 바구니에는 작은 금과 보석으로 만든 꽃들이 부케처럼 채워져 있다.

자연주의적 디자인은 파베르제의 황실 달걀들 가운데서도 드문 사례인데, 이는 핀란드 보석 장인 가문 출신의 예술가 **알마 테레지아 필**이 창안했다. 그녀는 스무 살의 나이에 파베르제에 고용되었고, 여러 친척들이 이미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여가 시간에 디자인을 구상하던 그녀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삼촌이자 파베르제의 워크마스터였던 **알베르트 홀름스트룀**이 윈터 에그를 완성했다.

이 달걀의 디자인은 단지 ‘달걀’이라는 형식 때문만이 아니라, 부활절 선물로서도 매우 적절하다. 겨울의 껍질이 열리면 봄의 첫 꽃이 드러나는데, 이는 부활절이 전하는 재생과 부활의 메시지를 담아내며, 부활절 전후의 계절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포착한다.

그러나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윈터 에그는 한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니콜라이 2세가 이 달걀을 어머니에게 선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혁명이 발발했다. 황제는 1917년 퇴위했고, 황실의 파베르제 달걀들은 보관을 위해 **크렘린 무기고**로 옮겨졌다. 이후 20세기 동안 소련 정권은 이 달걀들 가운데 다수를 매각했다.

윈터 에그는 현존하는 43점의 파베르제 황실 달걀 가운데 하나다. 처음에는 영국의 한 수집가가 구입했으며, 1994년 제네바와 2002년 뉴욕에서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두 차례 다시 판매되었다. 그때마다 파베르제 작품 가운데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번에 다시 기록을 경신함으로써, 윈터 에그는 그 전통을 또 한 번 이어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