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전후 19-1990년대 세계적 히트송 Donde Voy 가사에 들어있는 불체자의 불안한 삶

김인규 기자 승인 2021.08.15 15:28 | 최종 수정 2021.08.15 15:57 의견 0

미국에서 살고 있는 불법체류자들은 이민국 수사관에게 적발돼 추방당하지 않을까 항상 불안과 초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미국내 불법 체류자는 나라와 민족을 가리지 않고 망라돼있지만 한국 중국을 포함한 아시안계, 멕시코 등 중남미 히스패닉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중남미 히스패닉들은 국경선이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육로로 이어져 있다는 지역적 유리함 때문에 예전에도 그렇고 현재도 밀일북하는 이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이 밀입국하거나 아니면 관광 등 합법적 비자를 받아 입국한 뒤 체류기간을 넘겨 불법 체류자가 되면서까지 미국에서 살려고 하는 이유는 당연히 돈 때문이다.

불법체류자들은 미국에서 일자리를 얻더라도 합법 체류자에 비해 적은, 때로는 법적 최저임금보다 훨씬 낮은 저임금으로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자기네 나라에 있다면 일자리가 아예 없거나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싼 임금을 받을 수 밖에 없기에 모험을 무릎서고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으로 입국하기 전에도 불체자로서의 간난과 고초를 겪어야 한다고 각오하지만 막상 현실적으로 이에 맞닥뜨리면 심적 고통이 보통이 아니다.

이같은 불체자 특히 미국에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는 비합적 체류 히스패닉들의 불안한 삶을 표현한 '돈데 보이'(Donde Voy. 어디로 가야하나)란 노래가 1989년 발표돼,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히트했다.

스페인어를 모르는 일반 음악팬들은 서정적인 선율에 애잔한 목소리로 표현한 이 노래를 연가로 착각하기 쉽지만 불법 체류자가 된 멕시칸 더나아가 히스패닉들의 애환이 담긴 노래임을 알 필요가 있다.

이 노래의 가사 중에는 ‘Muy pronto te llega un dinero’(돈이 아주 빨리 당신에게 도착하기를)란 부분이 나온다. 노래속 주인공이 미국에서 불체자로 일하면서 번 돈이지만 고국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송금했으며 그 돈이 빨리 전해지기를 바란다는 애절한 부분이 특히 우리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이 노래는 멕시코계 미국 가수 띠시 이노호사(Tish Hinojosa)가 불렀다. 그녀는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아에서 멕시코 이민자 가정의 1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 히스패닉 커뮤니티에서 보고 들은 수많은 불체 히스패닉들의 추방 사례를 마음 아파하다 이같은 노래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미국내 불법 체류자들은 분명히 미국 이민법 상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형사범죄와는 달리 생존을 위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가족 친지와 떨어진 이국만리에서 외롭고 불안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무작정 비난받을 처지는 아니라고 본다.

나 주위에도 소위 일류대학을 나와 어쩌다 보니 불체자가 되어 미국에 살고 있으면서 자라나는 일남일녀를 수십년간 보지 못하고 전화로만 만나는 아픈 사연을 목도하기도 했다. 십여년전에는 그 일남일녀가 관광 비자로 미국으로 들어오려다 부모의 체류 신분이 드러나는 바람에 존 에프 케네디 공항에서 바로 한국으로 송환되는 사례를 보았다.

부부는 공항대기실에서 자녀들을 기다리다 이를 알고 한동안 오열했다. 특히 부인은 수십년만에 아들 딸의 얼굴을 보고 살을 맞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순간이 좌절되자 거의 실신할 정도가 되었으며 이후로도 상당 기간 몸을 추스르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돈데 보이’ 노래는 멕시칸 등 히스패닉들의 애환만 표현한 게 아니라 한국인 불법체류자들 역시 아픔의 한편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돈데 보이’의 가사를 소개한다. 직역 및 의역을 섞어 번역했으나 혹시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많은 양해 있으시기를.

Donde Voy-Tish Hinojosa(돈데 보이-띠시 이노호사)

Madrugada me de corriendo

새벽마다 나는 도망치고 있네.

Bajo cielo que empieza color

점차 밝아지는 태양 아래서

No me salgas sol a nombrar me

태양이여 나를 비추지마라!

A la fuerza de ‘la migracion’

이민국(la migracion=INS)이 전해오는 압박

Un dolor que siento en el pecho

내 가슴속에서 느껴지는 고통

Es mi alma que llere de amor

사랑과 함께 상처를 받고 있는 내 가슴

Pienso en ti y tus brazos que esperan

나는 당신과 당신의 팔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거라 여기고 있네

Tus besos y tu passion

당신의 입맞춤과 당신의 열정이

Donde voy, donde voy

어디로 가야하나, 어디로 가야하나

Esperanza es mi destinacion

희망이야 말로 나의 마지막 목적지라네

Solo estoy, solo estoy

나는 혼자네, 단지 내 혼자라네

Por el monte profugo me voy

산을 넘고 넘어 나는 도망치고 있네

Dias semanas y meces

날마다 주마다 달마다

Pasa muy lejos de ti

나는 당신에게서 멀리 떠나고 있네

Muy pronto te llega un dinero

돈이 아주 빨리 당신에게 도착하기를

Yo te quiero tener junto a mi

나는 내 옆에 있는 당신을 사랑하고

El trabajo me llena las horas

끝없는 시간동안 나는 일을 하네

Tu risa no puedo olividar

당신의 미소를 나는 결코 잊지 못하네

Vivir sin tu amor no es vida

당신의 사랑없이 나는 살지 못하네

Vivir de profugo es igual

도망자로 사는 것 역시 삶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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