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때기국수

김인규 기자 승인 2021.10.10 21:04 의견 0

깔때기국수는 해녀들이 미역을 채취하거나 돌을 맬 때 주로 먹었던 음식이다. 미역은 주로4월에서 5월 사이에 채취한다. 돌을 매는 시기는 10월에서 11월 사이 보름 정도. 밭에 나는 잡초를 뽑아 버리는 것을 가리켜 ‘김맨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돌을 맨다는 것은 바닷가 바위에 지저분하게 붙어 있는 해초나 굴껍질 등을 제거하는 것을 뜻한다. 바다 속에서 떠돌아다니는 미역포자가 제대로 와서 붙게 하기 위해서 하는 작업이다. 물질이라는 것이 하루 종일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하는 일이라 체력 소모도 많고 시간을 다투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니 한 상 제대로 갖춰서 점심을 해먹기가 쉽지 않다. 몸은 힘들고, 시간이 부족한 해녀들은 간편한 한 끼 식사로 깔때기국수를 선택했다.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시키기힘들어 물질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짭짤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맵고 자극적인 음식 대신 삼삼한 음식이 당겼을 것도 자명한 일. 포항 바닷가 해녀들은 거의 일년 내내 쉬지 않고 일을 한다. 이미 70대 이상 80대에 이른 연령대는 해녀들은 제주에서 시집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못해 60년 이상 물질을 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창바우’라고 불렸다는 신창 2리만 해도 12명 정도의 해녀들만 남아 작업을 하고 있다.

깔때기 국수를 끓이려면 도다리, 참가자미, 물가자미, 곰치처럼 생긴 미역초, 물곰처럼 생긴 장치곰 등의 생선을 준비한다. 껍질은 그대로 두되, 비늘은 잘 긁어서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먹을 때마다 입에서 비늘이 굴러다니기 때문이다. 생선을 폭 끓여서 뼈를 발라 버린다. 그런 다음 냄비에 참기름을 듬뿍 두르고 어린 미역을 불려서 넣은 다음 뽀얀 물이 우러나도록 볶는다. 여기에 준비한 생선살과 국물을 붓고 끓이다가 칼국수와 들깨가루를 넣어서 마저 익힌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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