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자미(Eopsetta grigorjewi)는 가자미과의 바닷물고기이다. 동북 방언으로 감중어라 부르기도 한다. 고기에 수분이 좀 많은 편이어서 물가자미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경북에서는 물가자미를 ‘미주구리’라고도 하는데, 미주구리는 기름가자미도 함께 방언으로 쓰고 있다.

미주구리는 일본에서 건너온 ‘미즈가레이(みずがれい)’가 우리식으로 토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말로 ‘물가자미’란 뜻. ‘미즈(みず)’는 물, ‘가레이(がれい)’는 가자미를 뜻한다.

일본에서도 ‘미즈가레이’를 검색하면 물가자미와 기름가자미가 같이 뜬다.

주로 태평양 북서부, 수심 60 ~ 1325m 바다에 서식한다.

그러나 원산지는 한국, 일본, 중국, 타이완이다.

여름 동안 황해의 백령도, 중국 산둥성 연안에 분포하다가 수온이 내려가는 가을에 남하하여 제주도 서쪽 해역에서 겨울을 나는 어군과, 가을·겨울 동안 제주도 동남쪽 해역에 분포하다가 북상하여 쓰시마섬 서쪽 및 동해에서 봄·여름을 나는 어군이 있다

몸은 긴 타원형으로, 두께가 얇고 폭이 넓어 납작하다.

입은 큰 편이고 이빨이 뾰족하다. 위턱에는 이빨이 2줄 있는데, 안쪽 이빨이 바깥쪽 이빨에 비해 아주 작다. 아래턱에는 이빨이 1줄이다. 아래턱이 위턱보다 조금 앞쪽에 위치하며, 위턱의 끝이 아래쪽 눈 앞까지 이어져 있다.

두 눈이 오른쪽에 있는데, 위쪽 눈이 아래쪽 눈보다 조금 크다. 눈이 있는 오른쪽은 연한 암갈색 바탕에 무늬가 있으며, 눈이 없는 왼쪽은 흰색이다. 오른쪽의 무늬는 크고 작은 흑갈색 또는 유백색 반점이 흩어진 모양으로, 특히 옆줄 아래위로 각각 3개의 큰 흑갈색 반점이 마주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옆줄은 가슴지느러미 윗부분에 서 시작해 반달 모양으로 볼록하게 휘어 등쪽으로 굽어 있으며, 뒤쪽에서는 몸 옆면의 중앙을 가로지른다. 머리 등쪽 가장자리에서는 거의 일직선에 가깝다.

등지느러미는 윗눈 앞쪽에서 시작하고, 꼬리지느러미는 마름모꼴이다. 가슴지느러미의 중간과 아래쪽은 연조(지느러미를 이루는 연한 뼈)가 갈라져 있다. 눈이 있는 쪽의 가슴지느러미 연조 11개 중 7개가 갈라져 있다.

눈이 있는 오른쪽은 빗비늘로, 눈이 없는 왼쪽은 둥근비늘로 덮여 있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는 비늘이 끝까지 줄기에 있는 반면,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는 기저부위에 비늘이 있다. 꼬리지느러미의 기저는 2/3부위까지 비늘로 덮여있다. 눈 사이는 2∼3줄의 작은 비늘로 덮여 있다.

수심이 깊고 모래밭이 적은 동해안에서 어획된 것이 서해안에서 어획된 것에 비하여 육질이 여리고 맛이 좋다. 특히 산란기인 겨울철에 잡힌 돌가자미는 지방함량이 높아 인기가 있다.

물가자미 비늘제거는 꼬리 쪽에서부터 말끔하게 긁어내야 하며 내장을 제거한다. 또한 껍질을 깨끗이 벗겨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 조리한다.

쫄깃쫄깃 고소한 물가자미 맛을 한번 본 사람은 그 맛을 절대로 잊을 수 없다.

영덕 사람들은 "전라도에 홍어가 있다면 경상도엔 미주구리제"라며 미주구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미주구리는 예부터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온 생선이면서 마을 잔치나 대소사에 빠져서는 안 되는 음식이었다. 그러니 미주구리를 먹고 자라고 미주구리를 먹고 살아간다.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마을과 마을들 사이에는 집집마다 마당에 미주구리를 줄줄이 걸어놓고 해풍에 말려, 밥물에 쪄서 양념해 먹기도 하고, 은근한 연탄불에 구워 먹기도 하고, 얼큰하게 끓여 찌개로도 해 먹는다. 또한 번철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자글자글 튀기듯 하여 통째로 바싹바싹 씹어 먹기도 한다.

미주구리는 예부터 '썩어도 파리가 꼬이지 않는 고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상하지 않는 물고기였다고 한다.

미주구리는 생선 그대로도 다양한 조리법이 있지만, 말려서 조리하면 한 맛이 더 난다.

미주구리는 고기 맛이 담백하며, 구이, 튀김, 회, 찜, 탕, 건어, 전, 조림, 젓갈 등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 수 있는데, 살이 부드럽고 뼈가 연해 주로 물회나 회무침으로도 먹는다. 뼈째 씹히는 식감과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물회나 회무침이 일품이다. 새콤한 초장에 오이, 배, 미나리, 무 등을 채 썰어 넣고 맛깔스레 무쳐서 먹으면 아삭아삭, 새콤달콤하면서도 고소하고 상쾌한 맛에 저절로 입맛이 돈다. 여기에다 소주 한 잔 곁들이거나 밥을 비벼 먹으면 더할 나위 없다. 영덕 사람들은 가슬가슬한 식감이 좋아 ‘지느러미(날감지)’도 제거하지 않고 먹는단다.

특히 영덕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 지방에서는 미주구리로 밥 식해를 담는다.

생선과 밥을 적당히 섞어 삭혀서 만드는데 가자미와 오징어, 고둥을 사용하며 그중 최고로 치는 게 미주구리 밥식혜이다.

미주구리 밥 식혜는 가을에 담으면 그 맛이 한결 더 난다. 가을엔 육질이 쫀득할 뿐 아니라 제 철인 가을무를 넣으면 단단해서 식혜가 무르지 않고 찰지기 때문이다. 깨끗이 손질한 미주구리를 소금과 엿기름을 뿌려 하루정도 발효시켜 둔다. 잘 발효되었으면 고슬고슬한 밥과 소금에 절인 무, 고춧가루, 생강, 마늘, 엿기름가루를 넣어 골고루 섞은 다음 사나흘 더 묵히면 맛있는 밥 식혜가 된다.

이렇듯 물가자미에는 비타민과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한데 특히 비타민 B1이 풍부하여 시력 보호에 효과적이다.

한방에서는 몸이 허한 것을 보하고 기력을 증진시킨다고 하여 약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