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드릭 아버르캄프: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과 겨울 풍경》, 약 1630년작. 이미지: 위키커먼즈

1978년,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에서 벌어진 강도 사건은 미술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도둑들은 헬렌과 로버트 스토다드 부부의 집에 밤중에 침입해,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 J.M.W. 터너 등의 작품을 포함한 회화 12점을 훔쳐 달아났다.

이들은 부부의 인상적인 컬렉션 중에서도 가장 값진 작품들이었으며, 총 가치는 약 1천만 달러에 달했다.

용의자에 대한 단서는 전혀 없었고, 수사 당국은 수년간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FBI는 1998년에 도난당한 피사로의 작품 중 하나를 회수했고, 이는 스토다드 부부가 원래 기증하려 했던 우스터 미술관에 기증되었다. 그러나 나머지 도난 작품들의 행방은 오랫동안 오리무중이었다.

2021년, 변호사이자 스토다드 자선 신탁의 이사장, 그리고 스토다드 부부의 조카인 워너 플레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했다.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추적해온 미술 수집가 클리퍼드 쇼러 3세에게 연락했다. '아마추어 미술 탐정'으로 알려진 쇼러는 도난 미술품 전문가는 아니지만, 유명 작가의 작품임에도 잘못 평가되어 저평가된 ‘슬리퍼(sleeper)’를 발굴하는 데 특화된 인물이다.

도난당한 그림들 중에서 쇼러는 특히 헨드릭 아버르캄프(Hendrick Avercamp, 1585–1634)의 겨울 풍경화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과 기타 인물들이 있는 겨울 풍경》(Winter Landscape with Skater and Other Figures)에 주목했다.

헨드릭 아버르캄프: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과 겨울 풍경》(약 1630년작). 이미지: 위키커먼즈

그는 온라인 검색을 통해 뜻밖의 장소에 도달했는데, 바로 주문형 인쇄 웹사이트인 Pixels.com이었다. 이 사이트는 아버르캄프의 얼음 스케이팅 장면을 인쇄한 쿠션을 18.40달러에 판매 중이었다.

이 웹사이트는 해당 그림을 헨드릭 아버르캄프의 제자이자 조카인 바렌트 아버르캄프(Barent Avercamp)의 작품으로 잘못 표기하고 있었지만, 그림은 분명히 스토다드 부부의 도난 작품이었다.

쇼러는 이 이미지가 실린 디지털 아카이브를 추적했고, 메타데이터를 통해 1995년 어느 아트페어에서 그림을 촬영한 한 미술상에 도달했다. 이후 쇼러는 이 작품의 가장 최근 소유자에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는데, 그 주인은 익명을 요청한 네덜란드의 한 가족이었다.

드디어 도난당한 고가의 예술품들의 행방이 밝혀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