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기자
승인
2021.11.20 10:10
의견
0
어학사전을 보면 흑임자 (黑荏子)를 ‘한방에서 검은 참깨를 이르는 말’이라고 해놨다. 그리고 유의어로 ‘흑지마 (黑芝麻)’라고 쓰여져 있다.
그리고 ‘검은 깨’를 검색하면 ‘빛깔이 검은 깨’라 해놓고 유의어로 ‘ 거승 (苣蕂) , 흑유마 (黑油麻) , 흑임자 (黑荏子) , 흑지마 (黑芝麻) , 흑호마 (黑胡麻)’ 이라 했다.
과연 어떤 이름이 참깨의 정확한 한문명일까? 바로 ‘지마(芝麻)’이다. 그러므로 ‘검은 참깨’는 바로 ‘흑임자 (黑荏子)’가 아닌 ‘흑지마 (黑芝麻)’라고 불러야 옳다.
그러면 ‘들깨’를 알아 보기로 하자.
‘들깨’는 한문으로 ‘임(荏)이요. 들깨의 열매를 임자(荏子)라 한다.
어학사전 등에 ‘참깨’의 이름이 이처럼 잘못 쓰여져 있으니 ‘요리연구가’들이나 교수님들이 쓴 요리책 요리명이나 재료는 물론 칼럼 내용이 틀릴 수밖에 없다.
농민신문 2010. 7. 19 자에 게제 된 ‘윤숙자의 계절따라 음식따라 - 임자수탕’을 보면 “임자수탕은 참깨를 뜻하는 ‘임자(荏子)’가 들어가 ‘깻국탕’이라고도 불리는데..중략.”라고 쓰여져 있다.
한양대 예종석 교수의 ‘[예종석의 오늘 점심] 여름보양식, 임자수탕’ “중략....조선시대의 궁중잔치를 기록한 1901년의 <진연의궤>에 임수탕(荏水湯)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고 “영계를 고아서 받힌 찬 국물에 껍질을 벗긴 참깨를 볶아 갈아서 받힌 것을 섞어서 만든다”고 요리법까지 설명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귀한 음식임에 틀림없다. 우리 궁중음식의 특징으로 음식을 상약으로 보는 약선(藥膳)의 개념을 들 수 있는데 임자수탕은 그 전범이라 할 만한 찬선이다. 영계와 참깨로 만든 임자수탕은 삼복더위에 땀을 많이 흘려 지쳐있는 사람들의 열을 내려주고 기혈의 순환을 도와 체력을 보강해 준다고 한다. 담백한 닭고기와 고소한 참깨가 잘 어우러져 맛도 있을 뿐 아니라 소화도 잘되는 건강식이다. ...중략“
2013.05.29 문화일보에 게제 된 공주대 명예교수이며, 영양학자인 ‘김갑영의 우리 음식 이야기-임자수탕(荏子水湯)’에는 “중략...임자수탕은 닭국물과 참깨를 함께 갈아 차게 하여 냉국으로 먹던 여름 전통보양식이다. 임자수탕의 ‘임자’는 흰 참깨를, ‘수탕’은 찬물을 각각 의미한다. 그래서 임자수탕을 ‘냉깻국탕’으로도 불렀다. ....중략”
[한국세시풍속사전]은 대전보건대학교 전통조리과 김상보(金尙寶) 교수가 집필한 임자수탕 (荏子水湯)의 정의는 “어린 암탉인 연계(軟鷄)를 곤 국물에 찢어 놓은 닭고기와 껍질을 벗겨서 볶은 깨[荏子, 白麻子]를 갈아 밭친 물을 섞고, 미나리, 오이채, 버섯을 살짝 데쳐 넣어 먹는 삼복 음식. 깻국탕 또는 백마자탕(白麻子湯)이라고도 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내용에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하월시식(夏月時食)으로 밀로 국수를 만들어 호박과 닭고기를 조합하여 백마자탕에 말아 먹는다.”라고 하였다. 흰참깨[白麻子, 荏子]와 닭이 가진 성질을 이용하여 복(伏)을 물리치고자 한 것이 임자수탕인데,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흰깨에 대하여 “성평(性平) 허로(虛勞)를 보하고 오장을 윤(潤)하며, 풍기(風氣)를 소통(疏通)하고 대장에 풍열(風熱)이 결체(結澁)한 것을 다스릴 뿐만 아니라, 소변을 이(利)하게 하고 열림(熱淋)을 다스린다. 또한 대변을 통리(通利)한다.”라고 하였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인용하여 ‘백마자탕(白麻子湯)’이라 해 놓고 굳이 흰 참깨를 [白麻子, 荏子]라 한문명을 표기하고 『동의보감(東醫寶鑑)』의 흰깨에 대한 약성을 설명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임자수탕 (荏子水湯)과 백마자탕(白麻子湯)을 정확하게 분리하여 구분해 놔야 할 필요가 있었다.
2014.05.29 조선일보에 게제 된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정재균 PD 의 ‘푸드이야기-선조들이 먹던 시원한 여름철 보양식, 콩국수와 임자수탕’에 보면 “임자수탕은 주로 궁중과 양반가에서 여름철에 즐겨먹었던 보양식이다. 차게 식힌 닭육수와 볶은 깨를 갈아 섞어 면이나 채에 걸러 육수를 만들고 여기에 닭고기, 달걀지단, 오이채, 미나리, 표고버섯 등의 고명을 취향에 따라 얹어 먹는다. 요리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한 들깨를 임자(荏子)라 불렀기에 임자수탕(荏子水湯)이란 명칭이 붙었고 흰 깨를 사용하면 백마자탕(白麻子湯)이라 부르기도 한다.”라고 정확하게 짚어 놓았다.
‘검은 깨’의 한문명은 ‘흑임자(黑荏子)’가 아닌 ‘흑마자(黑麻子)’로 검은 깨로 죽(粥)을 쑤면 ‘흑마자죽(黑麻子粥)’이며, 연계(軟鷄)에 흰참깨(白麻子)를 넣으면 백마자탕((白麻子湯)이 되며, 들깨를 넣으면 임자수탕(荏子水湯)이 되는 것이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저작권자 ⓒ 해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