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을 잘 받는 사람들이 많다. 몸에 나는 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만 기분 나빠도 버럭 화부터 내는 사람들 말이다.
이런 사람들과 대화를 하려면 웬만한 인내와 참을성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화를 내는 사람 앞에서 그 화를 참아야 하는 남다른 인내가 필요하다.
한인사회 한 직장 고위직 간부가 주변 지인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퍼붓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이 간부는 성을 잘 내기로 소문이 나 있다고 한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더 큰소리로 성을 낸다. 자기 과시성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스트레스 해소용이었다는 것이다.
분노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몸에 해롭다. 또 화도 전염된다. 화 잘 내는 상사 밑에서 자란 부하 직원도 윗 자리로 올라가면 또다시 부하 직원에 똑같이 퍼붓는 상사가 된다.
화는 정신 건강뿐 아니라 심장 건강에도 좋지 않고 뇌와 소화기 시스템에도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득도’한 사람이 아닌 이상 화를 참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화”를 멋대로 뿜어내 봐야 자신만 손해라는 것이다.
명상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밖으로 나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동을 한다. 나쁜 기를 버리고 좋은 기를 듬뿍 받는 방법도 있다. 그래서 ‘득도’를 한다면 세상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보여 화보다는 입에서 칭찬이 먼저 튀어나오지 않을 까.
심장에 좋지 않다
미국 심장협회 5월 관보에 실린 한 연구서에 따르면 화는 심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화(분노)는 혈관 기능을 파괴하기 때문에 심장마비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 연구원들은 심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를 알아보기 위해 ‘분노’(화), ‘걱정’, ‘슬픔’ 등 3가지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해 봤다.
한 그룹에는 ‘분노’를, 두 번째 그룹은 ‘걱정’을, 세 번째 그룹에서는 ‘슬픔’을 주는 일들을 주입해 실험을 한 것이다.
연구원들을 각 그룹에 속한 사람들 각자의 혈관 기능을 조사했다. 팔에 혈압측정 띠를 채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화를 내는 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 혈류가 매우 나빴다. 혈관이 충분히 팽창하지 못했다.
논문을 발표한 컬럼비아 의과대학의 디아치 심보 교수는 “화를 자주 내서 동맥에 만성적 위해를 가한다면 결국 심장병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을 것이라는 가설이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소화기계
논문을 작성한 연구원들은 분노가 소화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를 잘 이해하게 됐다고 적었다.
사람은 화를 낼 때 신체에서 몸에 염증을 증가시키는 수많은 단백질과 호르몬을 만들어 낸다. 이 만성 염증은 많은 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우리 몸의 교감 신경계(도피 반응 : 만만하면 싸우고 감당 못 할 것 같으면 도망)도 작동된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위장 간장 및 영향학과 스테븐 루페 행동의학과장은 피가 소화기 주요 근육에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소화기 운동이 느려져 변비 같은 문제가 생긴다.
특히 장벽에 있는 세포사이 공간이 벌어져 다 많은 음식과 찌꺼기들이 그 공간으로 스며들어 염증을 더 심하게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복통, 개스 또는 변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뇌
분노는 인간의 인지 기능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시카고 러쉬 의과대학의 정신 행동과 조이스 탬 부교수가 밝혔다.
전두엽체 피질에 있는 신경 세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뇌의 앞쪽에 위치한 부위로 주의력, 인지 조절, 감정 조절 기능 등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다.
분노가 생기면 우리 몸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혈액에 분비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면 우리 뇌 전두엽 피질과 대뇌 측두엽 해마의 신경 세포를 파괴한다고 탬 교수는 설명했다.
전두엽 피질이 손상되면 판단에 문제가 생기고 주의력과 실행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된 판단이나 행동을 하지 못한다.
해마는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주요 부위다. 따라서 신경절이 손상되면 정보를 모으고 학습하는 능력에 방해를 받을 수 있다. 무슨 일을 했는지 또는 기억을 떠올리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 까
우선 자주 그리고 정도가 심하게 분노를 하는 지 스스로 판단해 본다.
이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다만 앤토니아 셀리고우스키 하바드 의과대학과 매사추세츠 병원 정신과 부교수는 수일간 분노가 가라 앉기 않거나 하루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면 우려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녀는 하지만 잠깐 화가 나는 것은 만성 분노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셀리고우스키 교수는 “이따금씩 대화 중 화를 내거나 이따금씩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일상적인 일로 봐야 한다”면서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정도를 넘고 더 심하게 지속된다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태라면 정신 건강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셀리고우스키 교수가 이끄는 분노 조절 클래스에서는 대화 요법 또는 심호흡 법 등 정신건강 치료를 진행하면서 분노로 유발된 물리적 문제들을 개선해 나간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루페 교수는 최면술, 명상, 마음챙김 명상도 분노 조절 또는 정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반응을 천천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분이 어떤 지를 느껴보고 반응을 천천히 한다. 또 이를 표현하는 방법을 익힌다. 특히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노력한다. 감정에 휘둘리면 역효과가 나며 과하게 반응하게 된다.
루페 교수는 화가 날 때 가족에게 소리지르 거나 무언가를 내리치지 말고 “이런 일 때문에 화가 나므로 함께 밥을 먹을 기분은 아니다 또는 포옹이 필요하다”등의 말을 해 보라고 조언했다. “반응을 늦춰 보도록 애쓴다”.
자넷 김 기자 janet@usmetr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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