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필자에게 얼굴을 붉게 하는 홍우(紅友)이면서 하늘에서 내려 준 좋은 녹(祿)이라는 뜻의 천지미록(天之美祿)이라 할 것이다.

맛이 좋은 술을 지주(旨酒)라 하고, 신선이 마신다는 좋은 술을 유하주(流霞酒)라 했으니 장부(丈夫)가 이 좋은 술을 마다할 리가 없다.

그래서 늦게나마 최근에는 적당한 선에서 술자리를 자주 갖는다.

불교에서 술은 지혜를 흐리게 한다하여 술 마시는 것을 오계(五戒)의 하나로 금지하고 있다. 호탕한 스님들은 술을 곡차(穀茶), 반야탕(般若湯), 현수(玄水)라는 고상한 이름을 붙여 즐기는 경우도 있었다.

선지식인 중에 진묵대사(震默大師, 1562~1633)나 경허스님, 근저에 고봉스님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술 잘 먹는 사람치고 악인이 없다고 한다. 술을 적당히 마시면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풀려 대화가 술술 풀리고, 진솔한 말들이 오고가 친교가 돈독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넘치면 사람을 미치게 한다는 뜻에서 광약(狂藥)이라 했으니, 술은 적당히 마시면 모든 약 중에서 으뜸인 약이라는 뜻의 아가타(阿伽陀, agada)와 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 하여 옛 선비들은 술 석잔의 반주를 즐겼다.

명(明)나라 영락제(永樂帝) 때 호광(胡廣, 1370~1418) 등이 칙명(勅命)을 받아 찬정(撰定)한『예기집대설대전(禮記集說大全)』곡례(曲禮) 상(上) 제1(第1)에 ‘식사를 마친 뒤에 술로 입안을 씻어내어 청결하게 하고 먹은 것을 편안하게 하려는 것이다.

물[漿]로 입가심하는 것을 수(潄)라고 하니, 청결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했다.

이 말은 식사 후 물로 입가심하는 것은 양치질하는 것과 같으니 청결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그리고‘술로 입가심하는 것을 윤(酳)이라고 하니, 윤(酳)은 널리 퍼지다[연(演)]라는 뜻이니, 널리 퍼져서 그 기운을 기른다는 의미이다.’라고 했으니 이는 술로 입가심을 하여 술의 기운이 몸에 널리 퍼져서 훈훈한 기운을 기른다는 의미라고 한 것이다.

반주(飯酒)를 중국에서는 하반주(下饭酒),좌반주(佐饭酒) 일본에서는 우리와 같이 반주(飯酒)라고 한자를 똑 같이 쓴다.

옛 선비들은 반주(飯酒)를 유기(鍮器)로 만든 주발(周鉢) 뚜껑에 즐겼는데, 주발(周鉢) 뚜껑은 가마솥에서 금방 퍼온 밥의 열이 가해져 있는 상태로 이 뚜껑에 약주(藥酒)를 따르면 3~4분 후 술이 데워져 술맛이 부드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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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飯酒)는 밥주발(鑄鉢) 뚜껑에 술을 따라 엄지손가락이 닿지 않을 정도면 약주(藥酒)잔 한잔이며, 이 양(量) 석 잔이 기본이다.

반주(飯酒)는 주발(周鉢) 뚜껑 세뚜껑 즉 약주잔(藥酒盞) 세잔(盞)을 넘기지 않는다.

만약 3 잔(盞)을 넘기면 그 상(床)은 밥상[飯床]이 아니라 주안상(酒案床)이 되는 것이다.

반주(飯酒) 세 잔(盞)의 의미는 첫째 식도(食道)를 열어 음식물의 목 넘김을 원활하게 해주고, 둘째 술의 산미(酸味)로 구미(口味)를 돋아주며, 셋째 소화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술 석 잔의 재미있는 일화로 조선 3대 주호(酒豪)의 한 사람인 손순효(孫舜孝,1427~1497)이야기가 있다.

성종(成宗)은 명상[名相] 손순효(孫舜孝)에게 “술 석 잔을 넘게 마시지 말라”는 계주령(戒酒令)을 내렸다.

어느 날 손순효(孫舜孝)가 대전(大殿)에 입시하고 있는데 성종(成宗)이 불러 중국에 보내는 국서(國書)를 지으라고 했다.

하지만 손순효(孫舜孝)를 보니 이미 몹시 술에 취해 있었다. 성종은 노기를 띠며 “나의 경계를 잊어버리고 대취하는 법이 어디 있는가. 그렇게 흐린 정신으로 막중한 국서를 어떻게 지을 것인가. 경은 물러가고 다른 신하를 불러 오너라”고 했다.

손순효(孫舜孝)는 황공해서 부복한 채로 “오늘 신의 출가한 딸이 친정에 들러서 뭇사람의 권함을 이기지 못하고 주는 대로 받아먹었사오나 글을 짓는 데는 과히 지장이 없을 듯하니 다른 사람을 부르실 것 없이 신에게 하명(下命)하옵소서”라고 아뢰었다.

성종(成宗)은 취중에 과연 어떻게 하나 보려고 성종이 붓과 벼루를 내주니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일필휘지(一筆揮之)로 문장을 풀어놓았다. 성종이 그것을 받아보니 한 자, 한 구가 틀리지 않았다. 성종은 다소 괘씸했으나 그 취기에도 놀랄 만한 정신력을 지녔음을 보고 크게 칭찬하며 “너는 취한 정신이 한층 맑구나” 하고는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건강에 해롭다 했다. 그리고 “하루에 이 잔으로 석 잔 이상은 마시지 말라”면서 은잔(銀盞) 한 개를 하사했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