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杏仁)은 살구씨를 일컷는 단어지만 어진 의원(醫員)을 빗대서 하는 말이기도 하다.
진(晋)나라 한의학자 갈홍(葛洪)이 쓴 『신선전(神仙傳)』 동봉편(董奉篇)에 ‘삼국 시대 오(吳)나라의 동봉(董奉)이 예장(豫章)지방의 여산(廬山)에 은거해 살면서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였는데, 환자들에게 치료비는 받지 않고 중한 병을 치료받은 자는 치료비 대신 살구나무 다섯 그루를 심게 하고 가벼운 병을 치료받은 자는 한 그루를 심게 하였으므로, 몇 년 뒤에는 살구나무가 숲을 이루었다고 한다.
살구나무에 살구가 달리면 동봉은 사람들에게 살구와 곡식을 바꾸어 가도록 하였다. 그렇게 모은 곡식을 동봉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러한 선행을 베풀며 인간 세상에 백 년을 머물러 살던 동봉은 홀연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사람들은 살구나무 숲을 동선행림(董仙杏林)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동선(董仙)은 동봉을 신선(神仙)에 빗대어 부른 것이면, 행림(杏林)은 살구나무 숲을 지칭하지만 동봉의 집에 대한 택호(宅號)이기도 하였으며 나아가 동봉에 대한 존칭이기도 하였다.
중국에서는 화타(華陀), 장중경(張仲景)과 더불어 ‘건안 삼신의(建安三神醫)’라고 불린다. 동봉(董奉)은 명의(名醫)를 넘어 신의(神醫)라고 추앙을 받은 것이다.
중국 진(晉)나라 때 진수(陳壽)가 편찬한 역사서『삼국지(三國志)』의 「사섭전(士燮傳)」에는 사섭(士燮)이 죽고 3일이 지나자 신선 동봉(董奉)이 환약(丸藥)을 가져와 물에 탄 뒤에, 사섭의 머리를 끌어안고 흔들고 때리며 마시게 했다. 그러자 즉시 눈을 뜨고 손을 움직이고 얼굴 색이 점점 살았고 반나절이 지나자 일어나 앉을 수 있었다. 4일이 지나자 말을 할 수 있었고, 곧 평상시 상태로 되돌아왔다. 는 일화와 함께‘행림춘만(杏林春滿)’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살구나무 숲에 봄이 가득하다는 뜻으로 의술이 고명하고 성품이 훌륭함을 칭송할 때 쓰며, 나아가 훌륭한 의사의 미덕(美德)을 칭송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살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살구는 한문 살구(殺狗)에서 왔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로 옛말은 '살고'였으므로 이는 한자 부회(군두목)로 인해 만들어진 민간어원일 가능성이 높다.
광견병 즉 미친개에게 물리면 살구씨가 약이되며, 개고기 먹고 체한데 살구씨가 약이된다고 한다.
살구나무열매를 따서 살을 벗기고 굳은 껍질을 까 버린 다음 끓는 물에 담가서 씨껍질을 없애고 쓴다.
성분인 아미그달린이 기침을 멎게 하고 천식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며 씨앗류의 정유(精油,essential oil) 성분이 노인성 변비에 효과적이어서 대변을 잘 나오게 한다.
그리고 올레인산, 리놀렌산 같은 불포화 지방이 많아 피부에도 좋다."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행핵인(杏核仁) 즉 깐 살구씨는 기침이 복받쳐 오르고 가래가 끓어 숨이 가쁜 것을 다스리고 땀이 나게 하며 구독(狗毒)을 푼다고 한다.
행인두부(杏仁豆腐)는 살구씨에 물을 넣고 갈아 뽀얀 물을 걸러 한천 같은 식용 응고제를 첨가해 만드는 중국식 젤리의 일종이다. 본래는 우유가 들어가지 않지만 일본식이 본토에도 퍼지면서 아몬드와 우유가 들어가게 되었고, 응고제로 젤라틴을 쓰기도 한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