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전후 24-태권도가 불안한 미국인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김인규 기자 승인 2021.08.16 18:49 의견 0

9.11 테러 참사로 뉴요커들의 생활 패턴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태권도 등 호신술을 배우는 미국 성인들이 증가하는 이색 현상이 발생했다.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인 사범들에 따르면 9.11 이후 호신술을 배우겠다며 도장은 찾는 미국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는 비단 뉴욕 뉴저지 뿐만아니라 미 전역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기존의 수련 외국인 연령층인 청소년들과는 달리 30대에서 50대에 달하는 기성세대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들은 테러 사건으로 인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강한 자신을 만들기 위해 무술을 배우겠다고 나서고 있다.

9.11 테러에서 추락한 아메리칸 에어라인 소속 여객기의 에드워드 스테이츠 기장도 테러 사건 이후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프린스턴에서 태권도를 배웠다.

스테이츠 기장에게 태권도를 직접 가르친 최예봉 사범은 “테러 사건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근래들어 외국인 수련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최 사범에 따르면 스테이츠 기장 역시 태권도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상태였으나 태권도가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YH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연환 뉴욕주 롱아일랜드 전 한인회장은 “테러 사건 이후 태권도를 배우려는 미국인 특히 여성들이 많이 증가했다. 테러 이후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안정을 찾기 위해 교회를 나가듯 태권도장을 찾는다. 이는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인 것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국기 태권도는 위의 사례처럼 자신을 위험에서 방어하기 위한 호신술이지만 인격 고양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1970년대 중후반부터 한인 태권도 사범으로부터 무술과 인생을 배운 미국인 제자들이 스승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거의 매년 도장을 찾고 있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주인공들은 뉴욕한인회장을 지낸 강익조씨로부터 태권도를 배운 뉴욕시 브롱스 소재 아인스타인 메디컬스쿨의 의대생 50여명이다.

이들은 당시 강사범으로부터 태권도를 배운 후 보스턴과 펜실베이아, 조지아, 캘리포니아 등 미국 곳곳에서 유능한 의사로 명성을 떨쳤지만 “보다 나은 사람이 되라”고 늘 강조한 스승을 잊지 않고 거의 매년 강 사범을 방문한다.

이들은 9.11 발생 몇 년 후 뉴욕을 방문, 강 사범과 함께 만나 스승과 제자간의 정을 나누며 옛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강 사범을 처음 만났을 때는 20대의 패기만만한 젊은이들이었지만 이제는 하바드대 암센터의 소장에서부터 교직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을 두고 있는 40~50대 의젓한 어른이 되었다.

모두들 나름대로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성공한 전문인들이라 자부하지만 환갑을 훌쩍 넘긴 스승 앞에서는 30여년전부터 몸에 배인 ‘차렷, 선생님께 경례’로 존경심을 표시한다.

로널드 디피노(태권도 5단) 하바드 암센터 소장은 “사범님은 늘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중요시 여기고 자기 개발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강조하셨다. 이와같은 스승님의 가르침이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제자들은 “사범님으로부터 절제력과 결단력, 남에 대한 존중을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강 사범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이렇게 제자들이 잊지 않고 매년 찾아줄 때마다 돈이나 명예와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지금까지 내가 가르친 수천명의 제자들이 모두 친자식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기뻐했다.

9.11 직후 불안감을 느낀 수련생들이 늘어난 태권도는 이후에도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 사랑과 존경을 받는 호신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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