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에서는 엉덩이를 사투리로 방치라고 한다.

대전에 가면 한우 엉덩이 뼈와 살로 찜을 한 ‘방치찜’이 있다.

충청도 대표 보양식답게 한우 엉덩이뼈를 10시간 이상을 끓여 갈비탕같이 맑게 육수를 빼고, 충청도에서 나고 자란 금산 인삼, 연산 대추, 청양 고추, 공주 밤, 서산 마늘을 듬뿍 올렸으니 향토의 맛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 방치찜은 굵다란 등뼈가 가늘어지는 곳의 뼈에 살이 두툼하게 붙은 한 토막으로 살코기는 갈비살과 거의 같다. 고기의 결이 죽죽 찢어지는 갈색 고기가 매우 부드럽고 맛이 있다.

대전에서 한우암소전문점 ‘만년애한우’를 운영하면서 바보곰탕집을 이 집은 기존 곰탕집들의 사골곰탕과 다르게 한우 꼬리반골을 3시간 정도 끓여 갈비탕 같이 맑게 육수를 빼서 2차 조리를 통해 단맛과 매콤한 맛을 가미한 곰탕이다.

한우밖에 모르는 바보라는 뜻에서 ‘바보곰탕’이라 이름이 붙었지만 맑은 곰탕을 먹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기름을 걷어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정성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맛이다.

바보곰탕을 ‘방치탕’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특히 국물에 고추를 넣어 고기국물 특유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충청도 말로 얇은 맛이 난다. 적지 않은 뚝배기에 살이 붙은 큼지막한 꼬리뼈가 푸짐하게 나오며, 여기에 금산 인삼, 연산 대추, 청양 고추, 공주 밤. 서산 마늘 등 충청권 대표 특산물인 로컬푸드를 적정비율로 조리한 보양식으로 더욱 알려져 있다.

이 집 ‘해방찜’을 보지 않고는 해방된 날 먹었던 찜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그럴듯 하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가 않다. 방치찜에 해물 등이 들어간 음식일 뿐이다.

그러나 메뉴명만 듣고서는 광복절날 태극기 휘날리며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재미있는 음식 이름이다.

식생활문화를 연구하는 필자는 이집의 ‘해방찜’을 보고 기발한 응용요리 능력에 찬사를 보내게 됐다.

‘방치찜’과 ‘해물찜’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여기에서 오는 풍부한 영양과 맛 그절정에 ‘해방찜’이 있다.

방치찜에 살아 있는 싱싱한 전복, 대하, 돌문어 가리비 등 다양한 해물이 대파, 마늘 등의 향과 어우러져 육즙이 표면에서 고기를 익히는 이중의 현상 속에서 진한 육수가 우러나 천연의 감칠맛을 자아낸다.

해방찜과 비슷한 요리가 없지는 않았다.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나오는 육개장 만드는 법에 소고기의 여러 부위와 함께 전복, 해삼을 넣는다. 고기는 다지고 그 외 부분은 골패처럼 네모지게 썰어 넣는다. 식사로도 할 수 있지만 건육에 겨자를 쓰면 술안주로도 좋다고 첨언한다.

1800년대 말엽에 해방찜과 비슷한 육개장이 있었다는 것이다.

일두백미(一頭百味) 소 한 마리에 백 가지의 맛이 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각종 해물이 들어갔으니 그 맛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