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R. 톨킨의 『호빗』에서 주인공 호빗은 마지못해 아늑한 집을 떠나 무서운 드래곤에게서 보물을 되찾는 여정에 나선다. 하지만 영국 브리스틀에 위치한 경매사 옥셔니엄(Auctioneum) 에게는 보물이 훨씬 더 가까운 곳에 있었다.

집주인의 사망 후 유품을 감정하기 위해 파견된 옥셔니엄 감정팀은, 놀랍게도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 속에서 『호빗』 초판 1쇄본을 발견했다.

이 책은 옥셔니엄의 온라인 경매 ‘Books & Works On Paper’ 에 출품되었으며, 경매가는 최소 1만 파운드(약 1,340만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 봤을 때 눈을 의심했어요!”
옥셔니엄의 도서 전문 감정사 케이틀린 라일리(Caitlin Riley)는 성명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게 진짜라는 걸 깨달았을 때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죠. 상상도 못할 정도의 희귀본이에요!”

『호빗』이 출간된 이후, 판타지 장르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옥스퍼드 대학의 앵글로색슨어 교수였던 톨킨은 언어와 문학, 신화에 대한 깊은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어른들도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모험 동화를 집필했다.

생생하고 마법적인 세계관 속 독창적인 등장인물들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중 하나로 남아 있다.
1937년 9월 첫 인쇄분은 단 1,500부에 불과했으며, 이들은 그 해 12월 이전 모두 완판되었다. 이후 출판사 조지 앨런 & 언윈(George Allen & Unwin)의 요청으로 톨킨은 후속작 작업에 착수했고, 그것이 바로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3부작이다.

옥셔니엄에 출품된 『호빗』 초판본은 원래의 녹색 천으로 제본되어 있으며, 표지 삽화 역시 톨킨 본인이 직접 그린 것이다. 다만 먼지 덮개(더스트 재킷)는 빠져 있으며, 일부 마모와 결함이 있으나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태다. 워낙 희귀한 판이라 이러한 결점은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초판 1쇄본은 희소성 덕분에 수집가들 사이에서 극히 높은 수요를 자랑한다. 이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책에 수록된 흑백 삽화 10점으로, 모두 톨킨의 원작이다. 이후 판에서도 일부 삽화는 남아 있지만, 채색되어 있거나 일부는 빠져 있다.

이번에 발견된 책은 식물학자 조지프 휴버트 프리스틀리(Joseph Hubert Priestley, 1883–1944)의 가족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던 것으로, 그의 형제 레이먼드 에드워드 프리스틀리 경(Sir Raymond Edward Priestley)은 지질학자이자 남극 탐험가였다.

이들 형제가 톨킨과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프리스틀리 경은 옥스퍼드 대학과 인연이 있었으며, 톨킨의 절친이자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의 작가인 C.S. 루이스와 서신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가능성은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