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평선이는 백미돔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영어로 ‘belted beard grunt’이라 부른다. 몸은 옅은 황갈색 바탕에 너비가 넓은 6개의 어두운 갈색 수직무늬가 특징이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 가장자리는 검은색을 띠고, 아래턱에는 아주 짧은 수염이 나 있다. 아가미뚜껑 가장자리에는 2개의 가시가 돋아 있다. 몸길이는 보통 25~30cm 정도로, 타원형에 가까운 형태를 갖췄다.

군평선이의 이동 거리는 생각보다 길다.

겨울에는 아라비아 반도와 인도 사이에 있는 아라비아해 수심 60~70m에서 서식하다가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 동중국해와 우리나라 서남 해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해 정확히 6월에서 8월까지 연안 지역에 산란을 한다.

이 시기에 살이 올라 맛이 가장 좋고,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몰려들어 잡기도 쉬워진다. 여름철 남해안에선 군평선이가 생선구이로 식탁에 자주 오른다.

‘군평성이’는 한철에만 잡히고 그 수량이 많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이를 전문으로 잡는 어부는 없고, 보통 새우나 다른 물고기를 어획하면서 함께 그물에 딸려 잡히는 것들이 시장에 판매된다. 군평선이는 한뼘 조금 넘는 소형 어종이고, 몸집에 비해 뼈가 두껍고 억세다.

‘군평선이’라는 생선이 하나 더 있다. 군평선이의 유래 역시 전설 같은 이야기에서 비롯한다.

임진왜란(壬辰倭亂) 때 이순신 장군이 여수 감영을 순시했을 때 밥상에 올라온 생선이 워낙 맛이 있어 이름을 물어 보았다고 한다. 누구도 생선 이름을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장군이 음식상을 차려 온 관기(官妓)의 이름을 물으니 ‘평선이’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장군은 “앞으로 이 생선 이름은 평선이로 불러라”고 하명하였다고 해서 그후 평선이라 불렀는데 구워 먹으면 더 맛있어서 ‘구운 평선이’즉 ‘군평선이’로 불렸다는 것이다.

여수를 비롯한 전라남도 남해안에서는 이 생선을 ‘샛서방고기’라 부르기도 한다.

고기 맛이 너무 좋아서 남편한테 주기 아깝고 몰래 만나는 샛서방한테만 구워준다고 해서 나온 표현이라는 설이 있고 샛서방이 사위를 의미해서 장모가 남편보다 듬직한 사위가 처가에 올 때마다 구워준다고 해서 ‘샛서방고기’라고 불린다는 설도 있다.

전남 벌교에서는 ‘얼게빗등어리’전남 고흥에서는 ‘쌕쌕이’, 전남 신안에서는 ‘땍빽이’ 경남 통영에서는 ‘꾸돔’ 등으로 불리며, 뼈가 매우 억세고 거칠어 흔히 딱돔, 닭돔이라 불린다. ‘금풍생이’라고도 한다.

‘금풍생이’로 찜을 해 먹을 수 있는데, 재료는 군평선이 1마리, 무 100g, 양파 2분의 1개, 대파 1대, 고추장 1큰술, 간장 2큰술, 고춧가루 1큰술, 설탕 1작은술, 다진 마늘 1큰술이다. 군평선이를 손질해 비늘과 내장을 제거하고 씻는다. 무와 양파는 채 썰고, 대파는 어슷 썬다. 냄비에 무를 깔고 군평선이를 올린다. 고추장, 간장, 고춧가루, 설탕, 다진 마늘을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 붓는다. 물 1컵을 넣고 센 불에서 끓이다가 중불로 줄여 20분 정도 찐다. 양파와 대파를 넣고 5분 더 끓이면 완성한다. 뼈가 단단해 씹는 재미가 있다.

군평선이를 푹 고아 내 체에 걸러 육수를 만들고 들기름에 달달 볶은 쌀을 넣어 뭉근히 끓여낸 ‘군평선이어죽’ 도 먹을만하고, 군평선이 양념구이는 군평선이 1마리, 소금 약간, 간장 1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약간을 준비한다. 먼저 군평선이를 손질한다. 비늘을 제거하고 내장을 빼낸 뒤 깨끗이 씻는다. 물기를 닦고 소금을 살짝 뿌린다. 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참기름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군평선이 겉에 양념장을 고루 바르고 30분 정도 재운다. 오븐이나 그릴에 넣고 200도에서 15~20분 굽는다. 겉이 바싹해질 때까지 굽고, 뼈째 씹어 먹으면 된다.

이외에도 소금구이, 조림 등으로 이용한다. 크기가 작지만 살이 탄탄하여 횟감으로도 일품이다.

잔가시가 없어 살을 발라 먹기 좋지만, 살집 또한 두껍지 않아 뼈 사이사이에 있는 살을 골라 먹기 위해 아예 손으로 들고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