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최는 뉴저지 에디슨시 시장에 당선, 4년간 임기를 마쳤으나 너무나 아쉽게도 재선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의 뛰어난 학력, 경력, 인생 스토리, 게다가 소수계가 말그대로 소수에 불과하고 백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에디슨시 시장에 당선된 저력은 재선으로 이어질 요인이 많았다고 본다.
그러나 너무나 아쉽게도 단임으로 그쳤다. 최 시장이 재선에 실패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에디슨시 민주당에서 여전히 아웃 사이더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취임 후 최 시장은 만 2년 동안 경찰 노조의 협박과 회유를 무시하고 비대해진 경찰 조직을 절반으로 줄였다.
자격 없는 공립학교 교사들을 정리해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진 부정부패를 척결함으로써 시 예산을 정상화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당내 기득권 세력들에게 최 시장은 눈엣 가시였다. 이들은 똘똘 뭉쳐 그의 개혁 조처에 맞섰고 결국 최 시장은 2009년 재선을 위한 예비 선거에서 패배했다.
당시 최 시장은 재선을 위한 첫 관문인 2009년 6월2일 민주당 예비 선거에서 유효투표 1만3,204표 중 6,300표(47%)를 얻었으나 6,904표(52%)를 획득한 안토니아 리치글리아노 시의원에게 패했다.
이같은 당내 요인 외에도 준 최는 시장 첫 당선 이후 한인 사회를 비롯한 소수계 커뮤니티를 멀리한 사실에 대해 반성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것 역시 재선 실패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는 시장 선거에 처음으로 당선한 뒤 “더 이상 백인, 아시안이 중요하지 않다”고 인종간 화합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미국 내 한인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의미에서 완전한 미국인이 되는 것이다. 내가 한국계임은 분명하지만 그에 앞서 미국인”이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준 최는 또 “많은 아시아계 주민이 밀어준 데 대해 진정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투표자들의 80%가 백인이었고 나는 이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에디슨시가 안고 있는 교육문제, 교통난 등 현안을 잘 풀어낼 것으로 유권자들이 판단했기 때문에 뽑힌 것이지 내가 아시아인이었기에 당선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발언, 한인들은 물론이고 인도, 중국 등 다른 소수계 커뮤니티로부터 섭섭함과 함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그는 시장으로 당선된 뒤 뉴욕 한국일보는 물론 한인 언론사, 한인 커뮤니티를 찾은 적이 없었다. 타 소수계 커뮤니티 역시 마찬가지여서 그에 대한 서운함이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준 최는 비록 에디슨이란 특정 도시에서 2005년 시장으로 출마, 당선됐지만 초기에는 뉴저지 한인 밀집 거주 지역인 팰리세이드팍이나 포트 리 같은 지역 한인들로부터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연히 그의 시장 당선은 팰리세이드팍이나 포트 리 거주 한인들에게 자기네가 속한 도시의 시장으로 한인이 당선된 것 못지 않은 기쁨이나 축하할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럼에도 시장 선거가 끝난 뒤 에디슨 뿐아니라 인근 뉴저지 도시 한인들에게 들려온 그의 반응은 섭섭한 점이 적지 않았다.
에디슨 시장 선거에서 한국, 인도, 중국계로부터 몰표를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이들 커뮤니티에 정도 이상으로 관심과 고마움을 표시해달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러나 동양인들의 보편적 정서인 정이나마 은근히 표시해주기를 기대했음에도 이것마저 표현하지 않자 소수계 사회는 준 최 집권 초반부터 실망감을 나타냈다.
뉴저지 한인들 뿐 아니었다. 뉴욕 한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뉴욕은 뉴저지와는 비록 허드슨 강을 사이에 두고 조지 워싱턴 브릿지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지만 준 최에 대한 두 지역 한인들의 실망감은 거의 같을 수 밖에 없었다.
선거 전 뉴욕 한인들 가운데는 준 최의 당선을 고대, 정신적 물질적 지원을 한 이도 상당수 됐다. 당선 후 역시 그의 쾌거에 환호하며 기뻐했다.
그러나 뉴욕 한인들 역시 최 시장의 한인사회 외면에 뉴저지 한인들처럼 그에게 섭섭함을 느끼고 멀어져 갔다.
결국 최 시장이 재선을 노렸던 2009년 민주당 예비선거 때는 한인 등 소수계 커뮤니티는 그에게서 한참 멀어진 자리에서 그저 바라보는 정도에 그쳤다.
흔히들 한인을 포함 소수계가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미 주류사회에 편입되어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특히 소수계 인사가 정계에 진출, 어느 정도 위치와 지분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속한 소수계 커뮤니티보다는 주류사회와 더 가까운 행보를 보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준 최의 경우는 한인사회는 물론이고 타 소수계 커뮤니티를 외면하는 것이 썩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그만큼 소수계는 주류 사회와 소수계 커뮤니티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를 판단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겠다.
앞으로 준 최가 어떤 정치적 방향이나 지향점을 가질지는 알 수 없으나 그를 둘러싼 여러 가지 유무형의 자산이 그냥 묻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가 다시 한번 정치적 입지를 다져, 보다 거물 정치인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그것이 준 최 본인은 물론이고 미주 한인들, 특히 자라나는 젊은 한인들에게 자부심과 함께 롤모델이란 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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