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젊은이 황영식씨, ‘우주 개척, 우주 관광’에 뛰어들어

최초로 민간 우주 관광에 나섰던 ‘버진 갤럭틱’ 거쳐 보잉사 우주 부문으로 스카웃돼 근무

김인규 기자 승인 2022.06.21 18:45 | 최종 수정 2021.09.02 22:13 의견 0
황영식(사진 가운데)씨가 회사 동료들과 회식하고 있다
황영식씨를 배웅하기 위해 시카고 공항에 나온 외할머니와 어머니
뉴멕시코에 있는 우주선 기지

뉴멕시코에 있는 우주선 기지와 버진 갤럭틱의 VSS Unity 우주선

우주 유영중인 버진 갤럭틱의 브랜슨 회장
우주 여행에 앞서 우주선 앞에서 관중들에게 열변을 토하는 브랜슨 회장

2021년 7월11일 영국인 리처드 브랜슨이 회장으로 있는 버진 갤럭틱의 우주선 ‘VSS 유니티’가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고도 80㎞ 이상 우주 가장자리까지 날아올랐다.

이보다 아흐레 뒤에는 아마존 CEO였던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도 6명을 태우고 3~4분간의 무중력 상태를 포함한 10분 동안 우주를 여행했다.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제프 베이조스와의 달 착륙전에서 선제타를 날리는 등 우주 개척 내지는 관광 사업분야 3강전에 합류했다.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의해 달 착륙선 단일 사업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향후 10년내 8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관광이나 주거 목적의 이같은 우주 사업을 선점하기 위한 ‘우주 삼국지’가 맹렬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한국 기업 가운데 우주 사업에 합류하거나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는 곳은 아직까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주 개척 공룡 기업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관련 지식과 경험을 축적, 한국의 관련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를 대비하고 있는 미주 한인 젊은이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민간업체로는 가장 먼저 우주로 날아간 버진 갤럭틱에서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근무하다 얼마전 보잉사에 스카웃돼 우주부문 사업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황영식(31)씨.

그는 2015년 5월 남가주 명문 USC를 졸업하고 LA소재 오바마 케어 프로모션 회사에 다니다 2016년 7월 유명 게임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게임업체는 대우와 장래가 보장된 회사였지만 밖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부정적 면을 많이 발견하게 돼 거취를 고민하게 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우주 탐사 관련 행사가 LA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열리게 돼 참석한 것이 우주로 향한 진로를 잡는 결정타가 됐다. 황씨는 게임업체의 동료, 선배들이 만류하는 데도 불구하고 바로 사표를 던지고 버진 갤럭틱 문을 두드렸다.

까다로운 서류 심사와 몇 단계의 인터뷰를 거쳐 2016년 7월 버진 캘럭틱 본사에 특채됐다.

대학 시절 전공이 문과여서 모하비 우주 공항내 버진 갤럭틱 본사의 우주 비행선 제조 예산, 일정, 업무관리 등을 담당하는 Associate Program Business Manager역을 맡았다.

브랜슨 회장과는 단독으로 만나지는 않았으나 중요한 시험비행 때 영국에서 날아와 현장을 방문하면 목례를 하곤 했다. 한번은 브랜슨 회장이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로 깜짝 방문, 큰소리로 감사하다고 소리치며 격려를 해준 적도 있었다.

이후 주차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브랜슨 회장이 “헬로”라며 악수를 청해와 듣던 것과는 달리 아주 소탈한 면모를 가진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황영식씨는 입사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상사들로부터 업무를 아주 잘 한다는 칭찬과 함께 능력을 인정받았다. 우주 비행선 생산 일정 관리와 우주 비행선의 예산 관리라는 기본적 업무 외에 다양한 생산 부문간의 일정을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그간 버진 갤럭틱 본사 생산 부문에서는 각 현장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전체적인 시험 비행 일정이 자주 지연되곤 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러나 황영식씨가 입사한 이후 이런 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관리함에 따라 작업 스케줄이 아주 원활하게 돌아가게 됐다.

종전까지 생산 관리 업무가 난맥상을 보인 주된 이유는 생산직 엔지니어들과 비전공 중간 관리자들 간의 불협화음이 큰 탓이었다. 즉 엔지니어들은 자기 전공에 대한 자부심이 커 비전공 중간 관리자들의 목표 설정 등에 반발하거나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황씨는 종래 책상에 앉아 전화로 이것 저것을 묻고 일방적으로 생산 일정 등을 결정하는 방식을 과감히 버렸다. 그는 직접 현장을 찾아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 귀찮더라도 가르쳐 달라”고 허리를 굽혔다.

신참, 더욱이 우주 공학 전공도 아닌 아시안 문과생이 몸을 바짝 낮춘 태도를 보이자 엔지니어들은 황씨를 동생처럼 여기며 아주 즐겁게 협조해주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같은 결과는 당연히 생산 차질을 줄이고 능률 극대화로 이어져 회사 간부들로부터 황영식씨는 크게 인정을 받았다. 더욱이 현장에는 한국인이라고는 전혀 없었음에도 생산 라인의 업무를 한층 개선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현재까지 버진 갤럭틱 우주 여행에 신청한 한국인은 대구 출신 단 한명인 것으로 황씨는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누군지 등 신상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한다.

입사 이후 짧은 기간에 능력을 인정받아 연봉이 고공 행진하고 회사로부터 스탁옵션까지 받았지만 그는 지난 2월 LA 소재 보잉사의 우주 부문으로 스카웃돼 갔다.

비록 보잉사는 항공기 전문회사로 우주 여행 분야와는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나 나름대로 상당히 의욕적으로 우주 분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밀 사항이어서 더 이상 언급할 수가 없다고 한다.

후발 주자인 보잉으로서는 우주선 제작 기술보다는 생산 라인간의 원활한 협조와 효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 이 분야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황영식씨를 선택, 스카웃해간 것이다.

황영식씨는 우주 여행에 대한 꿈은 여전히 유효하고 우주 여행 관련 일자리도 늘고 보다 다양한 우주 산업 경험도 쌓고 싶어 고민 끝에 보잉으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또한 버진 갤럭틱에서 쌓아놓은 인맥과 경험 지식을 보잉 우주 부문에 적용해보고 싶은 의욕도 한몫했다.

황영식씨가 최첨단 우주 항공 분야에 뛰어들게 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 황기학씨는 2000년 8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한국 관광공사 시카고 지사장으로 파견 근무하게 돼 시카고에 오게됐다. 아버지는 지사장직을 마친 후 귀사했다. 그러나 황영식씨는 2005년 9월 미국 시카고 Nortridge Prep 9학년으로 전학해왔으며 2009년 6월 졸업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해 9월 남가주 명문 USC에 입학했다.

그가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된 첫 계기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국에 유성우가 내린다는 소식에 아버지가 밤중에 자고 있던 그를 깨워 과천 백운 저수지로 데려가 밤하늘의 유성우를 보게 했다.

중학생때는 당시 관광공사 시카고 지사장이던 아버지가 모처럼 가족들과 시카고에서 두 시간 거리인 산골마을 갈레나의 이글 리조트 골프장 통나무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됐다.

그날 밤에 가족들과 마당에 나가 밤하늘에 빼곡한 별들을 바라보며 얘기를 나눈 것도 우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우주 분야로 진로를 택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고교 때였다. 독서와 도서수집이 취미인 아버지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장서판을 사갖고 왔다. 황영식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이를 읽고 또 읽어면서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다.

아직은 우주 산업에 대한 초보자에 불과하다고 겸손해하지만 한국이 관련 사업에 적극 뛰어든다면 자신의 모든 지식과 경험, 열정을 쏟아부어 조그만 보탬이라도 되는 게 최종 소망이자 목표라고 말한다.

그는 시간과 여건이 허락할 때마다 부모님과 남동생, 외할머니가 거주하고 있는 시카고를 수시로 찾는 효자, 효손이기도 하다.

부모님과 외할머니는 그를 만날 때마다 “빨리 결혼을 하라”고 성화지만 아직까지는 우주 사업에 보다 많은 관심과 시간을 쏟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버지 말씀처럼 서로 마음이 통하는 착한 한국 아가씨와 운명적 만남을 하게 된다면......”하고 여운을 남긴다.

만약 그런 아가씨를 만나면 드넓은 우주 공간에서 웨딩마치를 울릴 수 있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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