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 호의 침몰은 여전히 대중의 기억 속에 크게 남아 있다. 그 비극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아, 타이타닉 관련 기념품은 별도의 수집 카테고리를 형성할 정도다. 그중에서도 승객이 배 안에서 쓴 편지는 특히 희귀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영국 윌트셔(Wiltshire)의 경매사 헨리 앨드리지 & 선(Henry Aldridge & Son)은 4월 26일 열린 ‘타이타닉, 화이트 스타, 교통 및 20세기 아이콘’ 경매에서 타이타닉 생존자인 아치볼드 그레이시(Archibald Gracie) 대령이 항해 중 쓴 편지를 출품했다.

이번에 처음 경매에 등장한 이 편지는 예상가 상한선인 £60,000(약 8만600달러)을 훌쩍 넘은 £300,000(약 39만9000달러)에 낙찰돼 타이타닉 승객이 쓴 편지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그레이시는 '가장 유명한 타이타닉 생존자 중 한 명'으로 여겨진다. 그는 1912년 오셔닉(Oceanic) 호를 타고 유럽을 여행한 뒤, 귀국하기 위해 타이타닉 1등석에 승선했다.

빙산과 충돌한 4월 14일 밤, 그는 2등 항해사 찰스 라이트톨러(Charles Lightoller)를 도와 일반 구명보트를 띄우고 승무원 구역 지붕 위에 있던 접이식 보트들을 풀어내는 데 참여했다. 그중 하나인 접이식 보트 'B'는 전복되었지만, 그는 이 보트를 붙잡고 있다 구조선 R.M.S. 카파티아(Carpathia)에 의해 구조되었다.

미국 뉴욕에 도착한 후,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을 집필하기 시작, '1913년 『The Truth About the Titanic(타이타닉에 관한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그러나 이 책은 유작이 됐다. 그는 침몰 사고로 인한 저체온증과 부상, 그리고 악화된 당뇨병 합병증으로 1912년 12월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Archibald Gracie 편지 이미지 - 제공: Henry Aldridge & Son]
타이타닉 생존자이자 『The Truth About the Titanic』의 저자, 아치볼드 그레이시가 쓴 독특한 타이타닉 편지카드 – 이미지 제공: Henry Aldridge & Son.

이 편지는 4월 10일자로, 그레이시의 지인이자 판매자의 외증조부에게 런던으로 보내졌다. 편지에서 그레이시는 타이타닉보다 자매선인 올림픽(Olympic) 호에 더 감명받았다고 언급하며, “(타이타닉은) 좋은 배이긴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나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경매사 앤드루 앨드리지는 이 문장을 “가장 예언적인 문장”이라며 경매 전 성명을 통해 밝혔다.

앨드리지는 아치볼드가 편지를 쓴 5일 뒤 "타이타닉은 북대서양 해저에 가라앉았다"며 “이 편지는 이 분야에서 알려진 것 가운데 가장 훌륭한 작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