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대표적 세계 동화를 수록한 이 책은 Olive Beaupré Miller가 1929년
The Book House for Children (Chicago, USA)에서 출간했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 **"Pigling and Her Proud Sister"**는 William Elliot Griffis가 지은 **"A Korean Cinderella Tale"**이다.
Griffis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미국의 동양학자로, 일본과 한국의 전통 이야기를 영어로 번역 및 재창작한 인물이다. 그는 한국을 소재로 한 이야기 몇 편을 소개했으며, 이는 미국의 아동 도서에 동양 문화를 소개하려는 맥락에서 수록된 것.
Griffis의 책은 당시 동양에 대한 미국인들의 흥미와 교육적 목적에 따라 널리 사용되었고, 그 중 이 이야기 역시 그런 맥락에서 수록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정확하게 몇 부가 발행됐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나 출판사 The Book House for Children은 1920~30년대 미국 중산층 가정을 겨냥해 아동용 시리즈를 대량 인쇄했다. 특히 My Book House 시리즈는 수십만 부가 인쇄되었다.
이 책에는 일본, 중국, 인도, 아랍 등 여러 민속 동화가 함께 수록되어 있으며, 이는 당시 어린이 독자들에게 세계 각국의 전통을 접하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줄거리:
배꽃(Pear Blossom)은 한국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녀였다. 그녀는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강 씨는 새 아내를 맞아들이게 된다. 새 어머니는 자기 친딸인 진옥(Jade)만을 귀여워했고, 배꽃에게는 힘든 집안일을 시켰다.
배꽃은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순종적으로 일했지만, 계모는 항상 그녀를 나무라며 심부름을 시켰다. 어느 날, 무거운 물동이를 이고 물을 뜨러 가는데, 항아리의 밑이 깨지고 말았다. 이때 들려오는 쥐의 목소리:
"걱정 마. 내가 깨진 항아리를 고쳐줄게!"
쥐는 깨진 부분을 메워주고, 배꽃은 무사히 물을 떠올 수 있었다.
다음 날은 쌀을 찧는 날이었다. 무거운 방아를 들고 힘겹게 일하는데, 이번에는 개구리가 나타나 말했다:
"내가 깨진 방아를 고쳐줄게!"
개구리도 도와주었다.
이처럼 그녀는 힘든 상황마다 동물들의 도움을 받으며 견뎌냈다.
이후 왕궁에서는 큰 잔치가 열리고, 마을 소녀들이 초청받았다. 계모는 진옥만 예쁜 옷을 입혀 보내고, 배꽃에게는 더러운 헌옷만 주었다. 그러나 마법 같은 일이 벌어져, 배꽃은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도깨비의 도움으로 잔치에 갔다.
잔치에서 왕자는 배꽃에게 한눈에 반한다. 하지만 배꽃은 정체를 들킬까 두려워 도망치다 신발 한 짝을 떨어뜨린다. 왕자는 그 신발을 따라 배꽃을 찾아오고, 결국 배꽃을 자신의 신부로 삼는다.
계모와 언니는 이 사실을 시기하고 괴로워하지만, 배꽃은 그들을 용서하고 평화롭게 살아간다.
이 이야기는 신데렐라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한국판 민담으로, 착한 배꽃이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고난을 이겨내고 행복을 찾는 이야기이다.
윌리엄 그리피스는 19세기 말 미국에서 활동하던 선교사 겸 동양학자로, 동양 민담을 영어로 번역해 서구에 널리 알렸다. 이 이야기도 그가 여러 조선 민담을 바탕으로 각색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