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권 언론에 의해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선정된 귀리는 한문으로 연맥(燕麥)이러 한다.

영국 등에서는 말 먹이로 재배되지만 스코틀랜드에서는 주요 작물로 취급받을 만큼 널리 재배되었고, 찌고 납작하게 눌러서 만든 오트밀의 형태로 가공해 죽이나 시리얼 형태로 아침식사 등으로 소비된다.

오트밀 죽 외에도 반죽을 만들어 프라이팬에 팬케이크처럼 지지거나 비스킷 모양으로 만들어 오븐에 굽는 오트케이크(Oat cake)도 전통 음식으로 유명하다.

러시아에서도 오트밀 제법이 생겨나기 전부터 이를 상식했는데, 다른 낱알 곡식들과 마찬가지로 우유, 버터나 비계 등 유지류와 소금으로 간을 맞춰 솥에 넣고 푹 끓여 까샤라는 죽으로 만들어 먹었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n 1918-2008)의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Odin Den' Ivana Denisovicha)'에서는 평소에 멀건 보리죽이나 풀죽을 먹고 살던 굴라크 죄수들이 점심식사 시간에 귀리로 만든 까샤가 나오자 '오늘 까샤는 고급이네'라고 말하며 감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설의 주인공인 슈호프가 "어릴 때 말에게 귀리를 먹였는데, 내가 커서 귀리를 보고 좋아서 환장하게 될 줄은 그 때는 상상도 못 했다."고 씁쓸하게 과거를 돌이켜 보는 장면도 나온다.

북유럽에서도 호밀과 함께 주식으로 사랑받는 곡물들 중 하나이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중북부 지방에서는 호밀빵 말고 귀리빵도 자주 볼 수 있으며 위의 오트밀도 'Havregryn'이라고 해서 아침식사 때 많이들 먹는다.

우리는 고려시대부터 귀리와 멥쌀을 이용하여 밥을 지어 먹었다.쌀을 재배하기 힘든 개마고원이나 태백시나 평창군 같은 고산지대에서 재배하여 해먹었다.

귀리밥은 별미로 정월대보름 때 먹을 때가 많다.

러시아에서 대량재배되어 러시아산 귀리가 저렴하여 밥하기에는 좋다. 실재로 러시아에서는 추운 곳이라 고려인들이 귀리밥을 자주 해먹었다.

함경도는 예로부터 지리가 험준하여 귀리가 많이 나는 지역이어서 귀리로 만드는 음식이 발달했다.

귀리떡은 귀리가루로 익반죽해서 만든 떡으로 북쪽 지방의 대표적인 요리이다. 함북 사투리로는 귀밀떡이라고 불린다.

귀리떡은 손님이 왔을 때 해 먹는 음식으로 주로 명절에 먹었으며 귀리를 찐 후에 참기름을 발라서 먹었다.

귀리떡은 아주 매끄러워서 '젓가락으로 잘못 집으면 후치령(厚峙嶺)을 넘어간다'는 말이 량강도, 함경도에 전해온다.

귀리를 먼저 가루로 만든 후 익반죽한 참기름을 발라 먹는데 익반죽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귀리떡의 맛이 달라진다고 한다.

귀리의 단백질은 백미의 3배 / 현미의 2배, 섬유질은 백미의 6배 수준으로 다른 곡물에 비해 풍부한 편이라 건강식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그리고 혈당조절과 소화촉진기능에 좋다.

한 끼를 걸렀는데 남은 두 끼니에 밥을 안 먹고 귀리를 먹는다면 결론적으로 하루에 쌀밥 한 공기 수준의 탄수화물 밖에 섭취를 안 한다. 여기에 근력 운동을 했기 때문에 단백질을 안 먹을 수 없으니 단백질까지 먹으면 두 끼니를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