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께나 있는 바닷고기 세상에 ‘우럭’이라는 물고기가 살았다.

육식성인데, 주로 물고기를 잡아먹지만, 새우나 게 같은 갑각류와 오징어도 먹는다.

게을러서 만조와 간조의 한 시간 전후에만, 즉 물 흐름이 바뀌는 때에만 먹이를 찾아 활동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어두운 야간에는 움직이지 않고, 주로 당당하게 주간에만 활동한다.

독의 강도가 약할 뿐 독(毒)있는 물고기다. 이 놈보다 성질이 더 사나운 ‘개우럭’도 있다.

일명 '돌우럭'이라고도 불리는 녀석은 암초·돌·갯바위와 같은 거친 암반 지형을 좋아하는 습성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보통 연안의 수중 바위·돌·테트라포드에 숨어 서식하며, 다른 락피쉬(rock fish)들처럼 야간에 활발히 활동한다. 게다가 이처럼 개볼락이 좋아하는 지형은 파도가 강한 곳이 대부분이다. 그런 특징인지 몰라도 힘이 상당히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문제는 늦게나마 출생신고를 하려고, 면사무소에 찾아갔는데, “아뿔싸!”한마을에 ‘우럭조개’가 이미 출생신고를 마쳤다. 혀를 찰 일이다.

“그래 그럼 ‘왕우럭’으로 합시다!” “네 ‘왕우럭’도 있습니다.”

환장할 일이다. “조개 이 xx들!” 우럭은 화가 치밀어 올라 길길이 뛰다 면사무소를 뛰어 나갔다.

면직원은 ‘개볼락’이라는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마쳤다.

‘개볼락’은 돌 틈에서 자란다고 하여 ‘돌볼락’이라고도 한다.

개볼락은 표피에 거칠거칠한 비늘이 굵은 비늘이 있고 투박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생김새와는 달리 품격있는 회 맛을 자랑한다.

조선 순조 때의 문신 담정(潭庭) 김려(金鑢,1766~1822)가 진해에서 저술한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는 보라어(甫羅魚)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보라어는 모양이 호서에서 나는 참조기[黃石首魚]와 유사하나 극히 작고 빛깔은 옅은 자주빛이라고 하였다.

본토박이는 이를 보락(甫鮥)이라 부르고 혹은 볼락어(乶犖魚)라고 하는데 우리 나라 방언으로 옅은 자주빛을 보라(甫羅)라 하고, 또 보라는 아름다운 비단을 말하는데, 보라라는 이름은 이에서 비롯됨이 틀림없다고 하여 그 이름에 대한 풀이를 하고 있다.

그리고 진해의 어부는 때때로 그물로 잡으나 많이 잡지는 않으며 매년 거제도 사람이 볼락을 잡아 젓갈로 담근 것을 수백 단지나 배에 싣고 와서 팔고 생삼[生麻]과 바꾸어 간다고 하였다.

이래서 사람들이 우럭이라고 부르는 것과 달리 사전에 따르면 조피볼락이 정식 명칭으로 등재되어 있다.

우럭은 조개 종류의 정식 명칭으로 이미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럭이란 말이 이미 일반화되어 조피볼락이라 하면 못 알아듣는 사람이 더 많고 정작 이름의 진짜 주인인 조개를 찾으려면 '우럭조개'라고 불러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우럭은 통용되는 명칭이지만, 일반적으로 이 조피볼락이나 누루시볼락을 우럭이라 부른다. 이 둘 모두 페르카목 양볼락과에 속한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