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밥

김인규 기자 승인 2021.10.04 09:54 의견 0

우리나라에서는 한솥밥을 먹고 안 먹고의 차이는 엄청 컸다. 그래서 식구(食口), 식솔(食率)이라고 부르는 것도 정신적 유대와 무관하지 않다.
한 솥밥을 먹으면서 함께 사는 친족을 동찬(同爨)이라고 한다.
동찬(同爨)의 찬(爨)은 부뚜막에 불을 때는 것이니, 동찬(同爨)이란 같은 부엌에서 만든 밥을 먹었다는 말과 같다. 동거(同居)하여 정(情)이 쌓임을 말한다.
북위(北魏) 때 군중(軍中)에서 10명을 단위로 삼고 화(火)라 하여 함께 밥을 지어 먹게 했다. 이 때문에 한솥밥을 먹는 사람을 화반이라 하며, 일반적으로 동반(同伴)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조선시대에도 군대에 ‘일심단선(一心團扇)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이는 군인들이 부대 단위로 부채에 이름을 적고 ‘일심사생(一心死生)’을 맹약했다고 한다. 맹약 시에 ‘일심배(一心杯)에 술을 가득 따라 부대원들 끼리 나눠먹고 ’일심반(一心飯)이라 하여 한 솥에 밥을 해서 나눠 먹으며 일심동체의 맹약을 했다고 한다.
한집에서 한솥밥을 먹고 살던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입는 옷을 시마복(緦麻服)이라 한다.
그럼에도 한울에 살아도 한솥밥을 먹을 수 없는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첩(妾)이다.
그래서 첩(妾)이면 ‘시앗 솥’을 걸게 하여 밥을 따로 지어 먹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랑채에 나그네나 떠돌이 행상이 묵어도 반찬은 내 주어도 밥은 내주지 않아 손수 단지에 밥을 지어 먹고 다닌다하여 이를 ‘단지밥’ 손수 해 먹는다고 한다.
이렇듯 ‘수작(酬酌)’이나 ‘한솥밥’은 산 사람 사이의 연(緣)을 확인하는 것이지만 조령(祖靈)과 자손의 신인공식 차원의 연(緣)을 확인하는 것은 바로 ‘비빔밥’이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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