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는 상큼한 향과 맛으로 봄철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주는 채소이다. 예로부터 새해가 되면 첫인사인 세배와 선물을 주고받는데, “처갓집 세배는 미나리강회 먹을 때나 간다”는 속담도 있다.
처갓집 가는 목적이 오직 미나리를 먹으러 간다는 의미로 들리지만 핵심은 봄 미나리가 그만큼 맛있다는 뜻이다. 설날과 입춘이 지나면 아직 몸으로 느껴지는 날씨는 한겨울이지만 이미 봄이 시작됐다고 보는 것인데, 미나리는 이때 먹는 것이 최고라고 한다. 겨우내 묵은 나물만 먹다가 날씨가 풀리기 전 얼음 구멍을 뚫고 캐낸 봄 미나리야말로 진짜 별미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미나리는 기원전 479년에 편찬된 『시경(詩經)』의 "즐거워라. 반궁의 물가에서 그 미나리를 사뿐히 캐노라."는 내용이 있는데, 우리는 신라의 최치원(崔致遠, 857~ ?)선생이 미나리를 처음 기록했다고 한다.
1481년에 간행된 ’분류두공부시언해‘에는 근(芹)의 새김을 한글로 '미나리'라 처음 풀었고, 1527년 조선 중종 때, 최세진(崔世珍)이 쓴 ’훈몽자회‘에서 근(芹)을 '미나리'로 적으면서부터 미나리 표기는 줄 곧 이어졌다.
1542년 조선 중종 때 김안국(金安國)이 왕명을 받아 의사(醫司) 호군(護軍) 박세거(朴世擧), 사맹(司猛) 홍침(洪沈)을 시켜 내의원정(內醫院正) 문세련(文世璉), 직장(直長) 유지번(柳之蕃), 전의(典醫) 이척(李倜), 전직장(前直長) 정추(鄭樞), 혜민서(惠民署) 전직장 홍세하(洪世河) 등과 함께 편찬한 『분문온역이해방(分門瘟疫易解方)』에는 시호라는 한자 풀이를 한글로 '뫼ㅅ믈나리'라 옮겨 실었다. 묏미나리로 추정할 수 있는 어원은 믈나리>므나리>미나리 순으로 소리가 바뀐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미나리는 바치는 것 즉 헌근(獻芹), 근훤(芹暄), 근폭(芹曝)이라는 뜻으로 불렸는데, 해마다 황제에게 바치는 조공품으로, 임금이 직접 참가하는 나라의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 중의 하나였다.
『일성록(日省錄)』 에 보면 과거시험의 제목으로 미나리가 나왔고, ‘미나리 궁전[芹宮]’이라는 말도 있는데 궁궐 이름 같지만 사실은 미나리 밭을 의미하는 단어다. 하지만 진짜 미나리를 키우는 밭이 아니라 미나리로 상징되는 인재를 키우는 곳을 뜻하니 학교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고, 옛날로 치자면 태학(太學) 내지는 성균관(成均館)을 가리키는 말이다.
뿐 만아니라 세조 때는 세자궁 앞의 미나리 밭을 잘못 관리했다 하여 사옹원의 침장고 관리들을 벌을 내렸고, 세종 때는 미나리김치를 제사상에 올렸다.
미나리는 논미나리와 밭미나리가 있는데, 밭미나리는 돌미나리라고도 부르는데, 원래 야생 미나리로 지금은 밭에서 재배한다고 해서 밭미나리라고 부른다.
돌미나리라 불리던 밭미나리는 본래 계곡의 샘터나 들의 습지 또는 물가에서 야생하는 것으로, 물미나리에 비하여 줄기가 짧고 잎사귀가 많다.
ChatGPT4o 생성 돌미나리 이미지
논미나리는 줄기가 길고 상품성이 높으며. 밭미나리는 줄기가 짧고 잎사귀가 많다. 밭미나리는 3기작 재배가 가능하고, 정식 후 35~45일이면 수확할 수 있다
특히 논미나리 보다 향이 강하고, 줄기에 속이 차 있어서 씹는 질감이 좋다. 더 중요한 것은 디스토마가 없어 건강식품으로 아주 좋다.
미나리는 육류의 냄새를 잡고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데, 특히 돼지고기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해 삶을 때 미나리를 넣기도 하지만 먹을 때 싸 먹어도 좋다.
돼지고기 삼겹살 구이를 먹을 때 미나리와 같이 싸 먹으면 입안의 기름기를 싹 쓸고 내려가 입안이 개운하고 느낌 함을 잡아 준다.
돼지고기는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돼지고기를 먹으면 설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미나리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을 뿐만아니라 소화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속을 조화롭게 하기 때문에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면 한결 편해 질 수 있다.
미나리를 살짝 구워 같이 먹으면, 기름기 많은 삼겹살의 느끼한 맛을 미나리가 지워 주어 삼겹살을 질리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육회를 먹거나 육회 비빔밥에 들어간 미나리 줄기를 살짝 씹으면 기분 좋은 향긋함이 입에서 코로 전달되는데, 아삭하게 씹을수록 그 향은 배가 된다. 이 아삭함과 향은 텁텁한 입을 개운하게 해 준다.
미나리는 건강식품으로 『동의보감(東醫寶鑑)』 에 미나리는 황달과 부인병, 음주 뒤의 두통과 구토에 효능이 있다고 되어 있습니. 또 해독 작용이 뛰어나 한방에서 예로부터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미나리는 피를 맑게 하는 식품으로 혈압 강하, 해열 진정, 해독, 일사병 등에 유효하다고 소개되어 있다. 미나리에는 칼슘, 칼륨, 철, 비타민 A, B, C 등이 많다. 독특한 향미를 주는 미나리의 정유 성분인 이소람네틴과 페르시카린은 염증을 억제하고 알코올을 분해하여 숙취 해소에 효능과 함께 정신을 맑게 하고 혈액을 보호하는 힘을 가지고 있고, 식욕을 돋우어 주고 장의 활동을 좋게 하여 변비를 없애기도 한다.
그래서 복어탕을 끓일 때 미나리를 곁들이면 맛의 조화를 이룰뿐 아니라 해독의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어 좋다.
미나리는 칼륨이 함유되어 있어 몸속에서 나트륨 작용을 억제하여 수분과 노폐물을 배출하는 것을 도와주고 신장의 기능을 강화시켜 주무로. 김치를 담글 때 양념으로 쓰이고, 어류를 먹고 탈이 나거나 '더위 먹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어서 전골이나 생선 종류의 탕을 끓일 때 빠지지 않는 재료 가운데 하나다. 또 나물로 무쳐서 먹기도 하고, 데쳐서 제육이나 편육에 감아 강회로 먹기도 하고, 근래에는 샐러드에도 이용되고, 녹즙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미나리를 구입할 때 잎이 선명하고 짙은 초록색으로 길이가 일정한 것을 골라야 한다. 줄기가 굵으면 식감이 질길 수 있으므로 적당한 굵기의 것을 골라야 하며, 줄기 밑 부분은 연한 적갈색이 돌고, 잔털이 적은 것이 좋다. 또한 줄기를 꺾었을 때 쉽게 부러지는 것, 단면에 수분감이 있는 것이 신선한 것이다.
논미나리나 물미나리는 거머리가 있을 수 있으니 놋수저를 넣은 찬물에 담가두거나 식초를 한 큰술 탄 물에 담가두면 거머리가 빠져나온다. 그 후 줄기 끝부분을 1cm 정도 자른 후 흐르는 물에 살살 흔들며 씻어야 한다. 미나리는 잎을 제거하고 줄기만 먹는 경우가 많은데 잎에는 항산화 성분이 줄기보다 약 6배가량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