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려다 66시간 악몽 겪어" 일본 나리타공항서 토론토로 되돌아와

일본직원 "코로나 증명서 24시간 초과" 몽튼 거주 3모녀, 항공편 다시 기다려

김인규 기자 승인 2022.06.29 11:00 의견 0

"항공사가 하라는 대로 했는데 한국을 눈 앞에 두고 다시 되돌아온게 너무 억울합니다."

너무 분해서 말도 안나온다는 뉴브런스윅주 몽튼 거주 임현(43·여·사진 왼쪽)씨는 "세상 천지에 이런 경우가 어디있나"라며 "엄마와 어린 두 딸(사진 가운데·오른쪽)을 66시간 동안 고통 속에 몰아넣고 에어캐나다는 고객불만 안내장 1장만 달랑 던져주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항공사 직원들은 자기들이 아무 것도 도울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캐나다 한국일보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3년 만에 고령의 부모님을 뵙기위해 두 딸과 함께 한국행에 나선 임씨는 6,300달러를 지불, 몽튼-몬트리올-밴쿠버-인천 여정 에어캐나다 항공편을 예약했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한국행은 6월25일(토) 출국 당일부터 악몽의 연속이었다.

끊임없는 항공편 지연과 에어캐나다의 무책임한 대응 때문.

"25일 새벽 5시25분 몽튼 공항 출발예정이었는데 수차례 지연됐다. 계속되는 연기 이메일로 불안해져서 새벽 2시 무작정 공항으로 갔다. 공항의 에어캐나다 직원은 일정변경은 전화로만 가능하다고 해서 5시간을 기다려 통화를 시도했고 전화통을 잡은 지 1시간40분이 걸려 겨우 상담원과 연결이 돼 토론토-일본 나리타-인천으로 항공일정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담당직원과 통화하기까지는 무려 6시간40분이 걸렸다.

그날 오후 6시25분 토론토행 비행기를 탑승, 이제는 잘 되겠지 마음 놓았는데 얼마 후 비행기가 고장났다고 해서 모두 하차했다. 이때부터 8시간을 또 기다린 끝에 26일 새벽 2시에 토론토로 출발했다.

승객들이 배고프다고 호소했더니 직원은 100ml 물 한 통과 쵸코바 하나씩을 주었다.

9살, 14살 두 딸과 함께 당한 살인적인 기다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토론토공항을 떠나기까지에는 10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아이들을 달래가며 오후 1시35분 나리타 항공편을 탑승했다.

캐나다를 뜨는 데에만 총 24시간40분이 걸렸다.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세 모녀는 한국의 할아버지·할머니를 다시 만난다는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나리타는 잔인했다.

항공사 일본직원은 코로나검사 증명서가 '24시간 이내 발급' 규정을 어겼다며 한국행 탑승을 막았다.

"내 잘못이 아니라 에어캐나다의 비행기 지연 때문이며 토론토공항의 에어캐나다 직원들이 문제가 없다고 해서 여기까지 왔다"며 항의도 하고 호소도 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임씨는 일본 소재 한국공관에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지만 공항직원은 토론토행 비행기 출발시간이 30분밖에 없다며 강압적으로 이들을 항공기에 태웠다.

한국 땅을 밟아보려고 무려 66시간 동안 공항과 기내에서 새우잠을 자며 고생했지만 소용 없었다. 그 사이 어린 딸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구토 증세까지 보였다.

현재 토론토 다운타운의 지인 집에서 대기 중인 임씨는 "정말 악몽같은 4일이었다. 팬데믹이 끝난 뒤 폭발적으로 몰린 예약때문에 에어캐나다가 비행기 배정부터 고객대응까지 모든 서비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자기들 돈벌이에 이용만 당한 것 같아 너무 분통이 터진다"라며 "토론토에 와서 다시 한국행을 요청했지만 10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답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어캐나다는 66시간 동안 우리가 고통받는 사이 식사와 숙소 제공은 커녕 따뜻한 사과조차 전혀 하지않았다. 우리가 겪은 극심한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합당한 보상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에어캐나다가 모든 지연과 항공편 변경 및 토론토 회항 등 보상할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캐나다 한국일보 조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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