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온돌의 세계화를 생각하며

김인규 기자 승인 2022.10.17 17:34 | 최종 수정 2022.10.17 18:13 의견 0

지금이야 영구 귀국해있지만 근 20년간 미국에 살 때는 한국의 것들이 무척 그리워지는 때가 있었습니다. 아주 특이하거나 귀한 것이 그리워지는 게 아니라 한국서는 일상적으로 접하거나 평범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한국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 하는 장면을 보면 불현듯 포장마차가 그립습니다. 안주로 나오는 우동, 오뎅도 먹고 싶고 뼈없는 닭발이나 돼지 껍데기 를 생각하면 입안에 침이 절로 고입니다.

그러나 외국서 살면서 가장 그리워지는 것은 저 경우 한국의 온돌 문화입디다.

Antique Cello Hot Water Bottle. 한겨울 뜨거운 물을 넣은 뒤 담요 등으로 말아 몸 옆에 두고 자면 따뜻해져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한 기구입니다. 온돌 문화가 없는 미국 가정에서 그나마 몸에 직접적인 온기를 전해주는 난방기구인 셈입니다.

<먼지와 바람 일으키는 온풍기는 ‘노’, ‘노’>

열반사판형 히터. K-M사가 1940년 생산 판매한 열반사판 전기 난로입니다. 반사판 목이 전후좌우로 방향을 틀 수 있도록 돼있습니다. 이 제품은 본 분들은 요즘 한국에서 팔리고 있는 선풍기형 열반사판 히터는 한국이 가장 먼저 만든 것으로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사실을 알게 됐다고 다소 놀랍니다

내가 살았던 곳들이 평범한 아파트여서인지 모르나 겨울이 닥아오면 제일 고민이 난방 문제였습니다. 미국의 난방은 온풍 시스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온풍 시스팀은 24시간 가동하기엔 전기료가 너무 많이 든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켰다 껐다를 반복해야 합니다.

그러나 가장 큰 불만은 온풍기에서 나오는 바람이 안구를 건조시키는데다 집안의 모든 먼지까지 한꺼번에 순환시킨다는 점입니다. 특히 바닥이 카펫인 경우 바람 먼지의 농도는 한층 심해져 기분인지 모르나 눈은 물론이고 코, 목구멍까지 칼칼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동반하는 소음은 어떻구요.

이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바로 온돌입니다. 물론 지금의 온돌 시스팀은 예전 구들장을 놓고 군불을 때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변모했습니다.

그러나 바닥에 열을 가해 그 공간 전체를 따뜻하게 만드는 방식만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난방, 특히 주거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난방 시스팀 가운데 온돌보다 더 뛰어난 것은 없다고 봅니다. 우선 실내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해준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료비 역시 온풍기 등 다른 수단의 난방 기기에 비해 훨씬 저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공간 속의 먼지를 악순환시키는 바람도 일지 않을 뿐 아니라 소음도 전혀 없질 않습니까.

또하나 더. 집안에서는 맨발이거나 양말 한 켤레 정도만 신고 있는 게 본인은 물론이고 바닥의 청결을 유지하는데 가장 이상적이라 봅니다.

가장 일반적인 난방기구인 무쇠난로입니다. 얼핏 보기에 평범한 무쇠난로처럼 보이지만 특허받은 날짜가 2개나 새겨져 있는 귀하신(?) 몸입니다. 1924년 11월11일, 같은해 12월18일입니다. 특허 날짜와 함께 ‘12시간마다 한번씩 재받이를 흔들어서 재를 버리게 돼있으며 또 다른 특허가 붙어있다’는 사실도 아울러 밝히고 있습니다. 별달리 특수한 기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 100년된 난로에도 몇 개의 특허를 걸어놓은 점은 지적 소유권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이 오래전부터 확립돼왔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온돌은 열 효율성, 경제성, 건강면에서 단연 앞서>

미국 등 서양식 주거 난방 방식으로는 한 겨울에 맨발이나 양말 한 켤레만 신고 버티기엔 불가능합니다. 구두나 부츠, 최소한 슬리퍼 정도는 신고 있어야 견딜 수 있습니다.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든 없든 외부에서 묻혀 가지고 들어온 흙이나 각종 먼지가 떨어질 것은 뻔한 이칩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면 온돌은 누가 뭐래도 가장 뛰어난 주거 공간 난방 시스팀입니다.

미국에도 주로 한인들을 대상으로 온돌 시스팀을 설치해주는 업자들이 있습니다. 열을 전달하는 매개체나 설치 방법도 몇가지가 됩니다. 자신의 집에 이를 설치해본 한인 소비자들은 대부분 만족스러워 합디다. 몇몇분들은 주변에 자랑할 정도로 물 건너온 온돌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저는 온돌이야말로 전세계 주거 난방 시스팀에 혁명을 몰고 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건축 관련 기업이나 난방 기구 회사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온돌을 전 세계를 상대로 마케팅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물론 지금도 미국, 특히 겨울이 추운 지방에서는 온돌을 설치해주는 한인 비즈니스가 등장했다간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인 뿐아니라 타민족, 특히 미 주류 사회를 상대로 온돌 보급을 적극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술력과 자본력 갖춘 기업들의 참여 절실>

그러자면 아무래도 기술력은 물론이고 자본력을 갖춘 왠만한 규모의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초기부터 바로 수익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온돌 시장은 분명히 블루 오션이라고 믿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 건설되는 아파트 단지 등에 한국식 온돌 시스팀이 채택돼 한해 정도 겨울을 나면 틀림없이 그 파급력은 대단할 것으로 봅니다. 특히 미국인들은 새로운 문물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은 만큼 온돌이 어느 정도 소개만 되면 무척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 정부도 온돌의 세계화에 관심을 갖고 정책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식을 몰라서 그렇지 그 맛과 건강상의 좋은 점을 알고부터는 한국 음식의 세계화가 점차 빨라지고 있지 않습니까.

온돌 역시 마찬가집니다. 온돌의 장점을 알게 된다면 한식 이상으로 빠르게 미 주류 사회를 파고 들 것으로 보이며 그 파급 효과와 경제성은 엄청날 것입니다.

단순한 방바닥을 넘어 침대, 방석 등 수많은 종류의 파생 상품을 개발, 판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oil carrier. 전기가 없던 시절 난방용 및 조명용 기름들을 옮길 때 사용한 100살 이상 먹은 통입니다. 둥근 통 밖에 덧씌워진 낡은 나무판 사이에는 세로형의 유리가 붙어 있어 기름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지를 알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한식과 함께 정책적 육성 필요, 표준화 작업도 병행해야>

한국 정부나 규모를 갖춘 유관 기업들은 하루라도 빨리 온돌의 세계화에 적극성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덧붙여 이미 이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존의 소규모, 영세 한인 비즈니스가 이로인해 피해를 보지 않는 방안도 마련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 분들이야 말로 온돌의 국제화에 뛰어든 선구자들이기 때문이지요.

또 하나더 가장 중요한 선행 요건이 있습니다. 온돌, 한국식 온돌의 국제 표준 규격화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온돌’이란 고유 명사는 물론이고 열 전달 시스팀 등 우리가 표준화할 수 있는 것은 몽땅 표준화해 온돌을 두고 두고 우리의 것으로 고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어느정도 세계화가 되고 있는 한식을 온돌방에서 먹는 한국 의식주 체험방같은 것도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한겨울 눈이 펄펄 내리는 맨하탄 거리를 내다보면서 따뜻한 방바닥에 앉아 동치미 냉면을 미국인들이 먹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더 욕심을 부리자면 이들이 한국의 천연 염색 천으로 만든 옷까지 입고 있다면 더 좋겠지요.

저작권자 ⓒ 해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