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사람이 우리춤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며 한국 전통춤을 한층 더 가깝게 길라잡이 하는 ‘김연정의 승무와 태평춤 이야기 – <춤이 말을 걸다>’ 공연이 2024년 12월 1일(일) 오후 5시, 서울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 펼쳐진다.
이번 공연에는 국가무형유산 승무 이수자인 김연정이 스승 이애주로부터 물려받은 춤에 대한 생각과 더불어 스스로가 몸의 움직임을 통해 느낀 전통춤의 세계를 관객과 함께 나눈다.
춤꾼 김연정은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로 시작하는 시인 조지훈의 <승무>라는 명시로 인해 그 어떤 춤보다도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정작 ‘승무’ 춤을 직접 본 사람은 많지 않더라구요. 게다가 시가 그리고 있는 승무보다 더 깊은 뜻이 춤 ‘승무’에 담겨있지요. 이애주 선생님은 늘 승무를 ‘나빌레라’ 느낌으로만 추면 안 된다고 하셨었죠. 글로 승무를 만나는 것은 춤을 한번 직접 보는 것만 못하니, 일반 대중이 좀 더 쉽게 춤을 만나고 그 깊은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의 자리가 더욱 자주 마련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춤이 말을 걸면 이에 마음 열어 호응하는 것이 전통춤의 무한한 세계와 접속하는 첫걸음입니다.” 고 공연기획의 바람을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 춤꾼 김연정은 “승무는 하늘의 이치, 즉 자연과 만물의 변화 원리를 헤아리는 마음으로 춘다면, 태평춤은 땅의 생명 가진 모든 존재를 보듬는 마음으로 춘다”며 ‘하늘의 춤, 땅의 춤’으로 각기 작품이 가지는 의미와 철학을 풀이한다.
국가무형유산 승무 보유자 이애주는 2021년 타계 전에 김연정에게 완판 승무를 잘 가르치라는 말을 남겼다. 김연정은 스승의 유지를 받들고 이제 전통춤계에도 긴 호흡의 춤을 감상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2년 전부터 완판 승무를 가르치고 또 추고 있다. 개인 공연으로 2번, ‘이애주한국전통춤회’ 단체 공연으로 2번 추었으니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 완판 승무를 올리는 자리이다.
춤이 말을 걸면 춤꾼이 몸짓하고, 관객이 눈으로 물으면 춤꾼이 춤사위로 답하다.
40분가량 되는 공연시간은 추는 춤꾼뿐만 아니라 보는 관객도 힘들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완판 승무에는 인간문화재 한영숙 명무의 승무 춤사위 모두가 온전하게 들어 있으며 과장마다 기운이 변화하는 춤의 구조적 특징이 잘 드러남으로써 관객은 짧은 승무에서 맛보지 못한 서사를 느낄 수 있다. 오히려 관객의 집중과 호응이 더 좋아 덩달아 춤꾼들이 춤을 추면서 힘을 받는 이유이다. 승무는 사람의 생로병사, 자연의 사계절 변화와 같은 우주의 순환을 담은 것이 무에서 태어나 다시 무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수련의 몸짓에 가깝다.
태평춤은 또한 한성준, 한영숙으로 이어 내려온 춤으로 경기도당굿의 악과 춤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우리춤의 즉흥성과 자유로움이 어떤 춤보다도 살아있는 춤이다. 거기에 더해 이애주 명무가 70, 80년대 시대의 아프고 힘든 역사를 온몸으로 받아 안으며 새롭게 구성한 작품이다. 김연정은 스승의 태평춤을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춤을 거듭 재구성해 간 스승의 마음을 한층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춤이 말을 걸다>에서 관객은 승무와 태평춤을 보고 춤꾼의 해석을 들으면서 한국 전통춤의 미학적 깊이를 헤아리고 전통과 현대, 인간․자연․사회가 얽혀 있는 진지하고도 아름다운 한국춤의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전통음악그룹 판의 유인상 음악감독이 장구를 잡고 정동민이 대금, 고령우가 피리, 김용성이 아쟁, 정부교가 꽹과리, 박주홍이 징을 맡아 춤반주에 나선다.
국가무형유산 승무 이수자 김연정은 月井춤문화연구원 대표이자 이애주춤연구소장으로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겸임교수, 이애주한국전통춤회 부회장, 한영숙춤보존회 부회장으로서 전통춤의 계승과 연구에 힘쓰고 있다.
- 공연 개요 -
공연명 : 김연정의 승무와 태평춤 이야기 <춤이 말을 걸다>
일시 : 2024년 12월 1일(일) 오후 5시
장소 :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
주최/주관 : 月井(월정)춤문화연구원
후원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진흥원, 이애주문화재단, 이애주한국전통춤회, 김규 밀플라토
티켓 : 전석 2만원
문의 : 010-5189-5387, 010-4145-3053
* 본 공연은 2024년 이수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한성준-한영숙-이애주로 이어져 온 ‘승무'와 '태평춤’을 제자 김연정이 한층 깊게 성찰하여 풀어내는 이색적인 ‘이야기 춤판’
<별첨>
-말로 다하지 못한 스승과 제자의 연(緣)
유홍준(이애주문화재단 이사장, 전 문화재청장)
故 이애주 교수의 행사가 있을 때면 늘 한결같이 말없이 선생을 돕고 있는 제자가 있었습니다. 선생이 병이 깊어 다시 일어설 수 없겠다는 판단을 하고 못다 이룬 꿈을 대비하는 과정에 정성으로 선생의 자료를 간추린 제자, 또 선생이 돌아가신 후 ‘이애주춤’의 유산을 갈무리하고 정리하여 책으로 묶어내어 이론 정립에 힘쓴 제자가 바로 김연정입니다.
김연정은 한영숙 선생 타계(1989년) 후 이애주 교수가 승무 무형문화재로 지정(1996년)되기까지 중요한 시기에 스승을 보좌하고 춤지도를 받았습니다. 전통춤의 원형적 탐구 시기인 이애주 교수의 90년대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보아 특히 한성준-한영숙-이애주로 내려온 승무의 웅숭깊은 원맥을 체험했다 할 수 있습니다. 그 후 미국에서 오랜 연구 기간을 보내고 2011년 다시 이애주 선생께 돌아와 더욱 폭넓게 선생의 춤을 온몸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애주 교수는 형식적으로 남에게 보이기 위한 인위적인 춤을 추는 것은 춤의 본질이 아니라 했습니다. 오직 춤 내면의 원리와 우리춤의 원형적 탐구에 일생을 바쳤습니다. 그 뜻을 이어받아 오늘 이 자리에 제자 김연정이 승무와 태평춤을 이야기로 푼다 하니, 스승과의 연(緣)을 어찌 맺고 풀지, 인문학적으로 춤을 정립했던 스승의 가르침을 어찌 펼쳐나갈지 자못 기대가 됩니다.
시대의 춤꾼 故 이애주 교수의 제자 김연정의 ‘춤이 말을 걸다’ 공연은 춤꾼과 관객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춤으로 소통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함께 하시어 전통춤의 내면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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