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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佛家)에서는 국수를 ‘승소(僧笑)’라 한다. 힘든 수행을 하는 절에서의 별미 중 하나로 스님을 웃게 할 정도로 맛있다는 뜻이다.
사찰에서도 국수는 별미 중의 별미였다.
사찰에서의 발우공양은 엄숙하다 못해 발우에 숟가락 닿는 소리조차 용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늘은 상 공양입니다!” 라는 행자의 전갈은 엄숙함을 해방시켜준다. 평소 발우공양과 달리 상 공양 때는 평상복으로 공양에 임하며, 담소(談笑)가 허락된다. 이런 상 공양 때는 국수가 차려지는 경우가 많아, 별식인 국수를 먹는 스님들 입가에 미소가 이어졌다.
조선중기 문신이며 시인이었던 옥담(玉潭) 이응희(李應禧·1579~1651)의 『옥담유고(玉潭遺稿)』에 “희게 찧으면 승소(僧笑)가 되고 노랗게 찌면 객담(客談)이 된다” 는 말이 언급돼 있는 바, 조선 시대 중기의 문신인 유몽인(柳夢寅. 1559∼1623)이 저술한 대한민국 최초의 야담집『어우야담(於于野談)』에 ‘승소란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객담이란 누룩’이라 하였다.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이 중국 과거에 합격한 후 어느 절에 들렀다. 스님이 떡과 함께 “승소(僧笑)를 적게 내니 승(僧)의 웃음 적어라(僧笑小來僧笑小)”는 구절을 내놓으며 대구(對句)를 청하였다. 이에 목은(牧隱)은 “객담이 많이 오니 객의 담소 많구나(客談多至客談多)”란 대구를 지었다는 것. 그러나 승소(僧笑)의 미소는 용납될 뿐, 객담(客談)의 취기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승소(僧笑)에 대한 야사(野史) 한 토막을 소개할까 한다.
한 늙은 중이 자기 손으로 산골에 뙈기밭을 일구고 얼마 간의 메밀을 심었다.
어느새 여섯 잎이나 자라자 늙은 중은 흐뭇하여 “올해에는 국수를 실컷 먹게 되겠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제자중이 한마디 하였다.
“스님입안에 넣어야 잡순것입니다!”
메밀을 거두어 마당질을 하게 되자 늙은 중은 “국수 먹을 때가 다 되였구나. 메밀국수는 먹어 놓은거다.” 라고 하자 제자중이 또 참견을 하였다. “스님 입안에 넣어야 잡순 것입니다.”
메밀을 찧어 국수를 눌러 큰 그릇에 담아놓자 구수한 냄새에 닭 알침이 목구멍으로 절로 넘어갔다. “국수를 눌러놓았는데 아직도 배불리 못먹는단 말이냐?” 제자중이 옆에서 종알거렸다. “스님의 입안에 넣어야 잡순것이라는데두요.” 늙은 중은 그만 화가 불끈 나서 소리쳤다. “국수 그릇이 내 앞에 놓였으니 당장 배불리 먹게 되였다. 그런데도 입안에 넣어야 먹은 것이라니 세상에 요런 방정 맞는 소리가 어데 있단 말이냐.” 늙은 중은 제자 중을 때리려고 후닥닥 일어나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 서슬에 국수그릇이 지팡이에 맞아 땅바닥에 엎어졌다.
제자중은 걸음아 날 살려라 달아 빼며 소리쳤다. “스님, 내가 입안에 넣어야 잡순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내 말이 틀렸습니까?” 여러 중들이 손뻑을 치며 깔깔 웃어댔다.
속담에 “스님의 입안에 넣어야 먹은 것”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