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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어졌지만 음력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에 산에 올라가 산수유 열매를 따서 붉은 색 주머니에 담고 국화주(菊花酒)를 마시며 사기(邪氣)를 물리치는 세시 풍습 중에 하나로 수유회(茱萸會)가 있었다.
조선 중기 문신 계곡(谿谷) 장유(張維, 1587~1638)는 그가 펴낸『계곡집(谿谷集)』제28권에 ‘礪山途中(여산도중)여산 가는 도중에’이라는 시(詩)에서 수유회(茱萸會)를 언급했다.
“萬古長嗟地(만고장차지)만고토록 장탄식이 나오는 이곳
羇遊鬢欲華(기유빈욕화)나그네 길 머리 더욱 희어지려 하는구나
鄕情憶茱菊(향정억수국)고향 정취 수유회(茱萸會)가 아련히 떠오르고
歸興趁椒花(귀흥진초화)산초(山椒) 꽃필 때 맞춰 돌아가는 마음
暮雪鷄城暗(모설계성암)저녁나절 눈 내리는 어둑한 계성 마을
蒼山驛路賖(창산역로사)산에 가로막혀 역참(驛站) 길 더디어져
惟應策羸馬(유응책리마)그래도 별 수 있나 피곤한 말 몰아쳐서
莫遣後棲鴉(막견후서아)까마귀 잠들기 전에 도착해야지”
타향살이에 길을 재촉하는 계곡(谿谷)이 중양절(重陽節)에 국화주(菊花酒)를 마시며 모임을 하던 수유회(茱萸會)를 생각하며 지은 시다.
산수유(山茱萸)는 "산에 사는 쉬나무"를 뜻하는데 수유(茱萸)는 나무의 열매가 빨갛게 익는 데서 수(茱) 자와 싱그러운 열매를 생으로 먹는 게 가능하다는 뜻에서 유(萸) 자가 유래되었다 한다.
경상도지방에서는 소등(燒燈)나무라고 한다. 열매에서 기름을 짜 불을 밝히는데 자주 쓰였기 때문이다. 꿀이 많이 나는 나무로 양봉업자들이 좋아하는 밀원수(密源樹)로 영어로도 bee bee tree라고 불린다.
『성호사설(星湖僿說)』에는 “호남 지방에서는 들깨 대신 쉬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서 등불을 켰다.”라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양반은 이사를 가면서 등불을 밝히기 위한 쉬나무와 학자수로 알려진 회화나무의 종자는 반드시 챙겨갔다고 한다.
산수유의 학명은 ‘약용한다.’라는 의미를 가진 코르누스 오피키날리스(Cornus officinalis)라고 한다.
열매를 식용으로도 이용하기 때문에, 산에서 자라는 수유라는 뜻에서 산수유(山茱萸)라고 하며 생약명도 산수유다.
이른 봄에 꽃망울을 터트리며 샛노란 꽃 들이 활짝 피어 봄의 전령사나 된 듯하다.
산수유의 열매는 8월에 익기 시작하는데, 매혹적인 붉은 열매는 사람이나 새들의 군침을 돌게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고 떫은 맛이 강해 별로 손대지 않는데, 새들은 익어서 쪼글쪼글해질 때 겨울 식량으로 요긴하게 따먹는다.
가끔 산수유꽃 따 먹는 직박구리가 산수유나무에 앉아 시끄럽게 울어대는 걸 보면 마치 곳간지기를 자처하고 있는 듯하다.
산수유 열매에 코르닌·베르베날린·타닌·우르손·비타민A 등이 함유되어 있으며, 약리작용이 있다.
약성은 온화하고 독이 없으며 맛이 시고 달다.
신장기능과 생식기능의 감퇴로 소변을 자주 보거나, 야뇨·두훈(頭暈), 이명과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은근히 통증을 느낄 때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 또, 유정(遺精)·몽정이 심하고 하체에 힘이 약하여 보행장애가 있거나 성 신경의 기능 허약으로 발기가 잘 안되거나 조루 등에 장복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밖에 잠자리에서 자고 난 뒤 땀을 많이 흘리거나 팔·다리가 찬 사람에게 사용해도 좋다. 다만, 부종이 있고 소변을 잘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민간에서는 산수유 열매를 차 또는 술에 담가서 강장제로 쓰고 있다. 대표적인 처방에는 좌귀음(左歸飮)이 있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