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대 또는 딱주라고 하는 초롱꽃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을 한자어로는 사삼(沙蔘)이라고 한다.
사삼(沙蔘)이라 부르게 된 것은 모래 땅[沙地]에 잘 자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며, 잎사귀는 구기자(枸杞子)와 비슷하고 뿌리는 아욱[葵]과 비슷한데, 젓가락[箸]만하며, 겉은 붉고 누르면서 적황(赤黃) 속은 하얗기 때문에 백삼(白蔘)이라고도 한다.
잔대는 이외에도 딱주, 제니, 잔다구 등의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박지원朴趾源의 손자인 조선말기 영의정을 지낸 문신 환재(瓛齋) 박규수朴珪壽(1807~1877)는 『환재집(瓛齋集)』에 그의 벗인 강릉부사 사연(士淵) 윤종의(尹宗儀 1805~1886)가 사삼고(沙蔘膏)를 먹고 병이 낫다는 소식을 듣고 보낸 편지에 사삼(沙蔘)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제가 말하는 진짜 사삼(沙蔘)은 바로 세속에서 이름 붙인 ‘만삼(蔓蔘)’이라는 것입니다. 이 식물은 곧은 줄기가 뻗어 나오는 것이니, 본래 넝쿨로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만(蔓)’이라는 이름을 얻었으니 이상합니다. 우리 형제가 오래전에 이것에 대해 변별한 것이 있고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입이 닳도록 누누이 이야기 하였는데, 혹시 형께서도 들어보셨는지요?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나오는 사삼에 대한 제가(諸家)의 설과 도본(圖本)을 살펴보아도 넝쿨로 자란다는 증거는 전혀 없고, 다만 싹이 높이 솟아나 자라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우리나라에서 만삼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아 차이가 없었습니다. 지금 단지 만삼을 구하여 복용하였으니, 곧 사삼을 거둔다면 진짜 효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형께서 시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식물은 곳곳에 있습니다. 그 뿌리는 세속에서 사삼이라고 말하는 것과 서로 비슷합니다. 7, 8월에 두 송이씩 서로 마주보고 자주색 꽃이 핍니다. 그 아래에는 마치 방울 같고 등롱(燈籠) 같은 것이 달리기 때문에 초동(樵童)들이 ‘촉롱화(燭籠花)’라고 부릅니다. 꽃이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지만 실제로는 한 종류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는 잔대 즉 사삼(沙蔘)을 ‘만삼(蔓蔘)’또는 ‘촉롱화(燭籠花)’라 하였다.
예로부터 인삼, 현삼, 단삼, 고삼과 함께 다섯 가지 삼의 하나로 꼽아왔으며 민간 보약으로 널리 썼다. 학명은 Adenophora triphylla var. japonica (Regel) H. Hara이다.
산야에서 흔히 자라는 식물로 높이가 40∼120㎝에 달하며 뿌리가 굵고 전체에 털이 있다.
잔대는 도라지와 달리 생으로 씹어 먹어도 아리지 않고 달기 때문에 시골에서는 배고픈 시절 많이 먹었다.
봄에 새싹을 나물로 먹고 뿌리는 이른 봄 또는 가을에 채취하여 구워 먹거나 약재로 사용한다.
뿌리는 이른 봄 또는 가을에 채취하여 식용이든 약용이든 간에 일단 캔 다음 껍질을 벗긴 후에 잔대는 맛이 순하고 담백하다.
잔대의 잎은 데쳐서 나물로 무치기도 하고 국거리로도 맛있으며 볶아도 좋다. 또 삶아서 말렸다가 묵나물로 이용한다. 잔대 뿌리는 도라지나 더덕처럼 먹을 수 있는데 봄과 가을에 뿌리를 캐서 껍질을 벗겨버리고 소금에 비벼 씻어 유즙을 제거한 후 볕에 말려서 저장하기도 하며, 이를 구이도 만들고 생채로 무쳐도 맛있고 장아찌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썰어서 말렸다가 다시 물에 불려서 조리할 수도 있으며 약술을 빚어 자양강장제로도 쓰인다.
조선말부터 대한제국기의 역사가이자 시인이며 독립운동가인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 쓴『매천집(梅泉集)』에 닭이 두 머리째 울 때 글을 다 쓰고 ‘마침내 아연을 가져다가 자리 한쪽에 있던 사삼소주(沙蔘燒酒) 한 병에 타서 마셨다. 이 술은 바로 평소에 산증(疝症)을 치료하던 것이었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산증(疝症)이란 생식기와 고환이 붓고 아픈 병증. 아랫배가 땅기며 통증이 있고 소변과 대변이 막히기도 하는 병이다.
매천(梅泉)은 사삼소주(沙蔘燒酒)를 산증(疝症)치료를 위해 즐겨 마셨던 것이다.
이상 ChatGPT 생성 이미지
뿌리는 인삼과 비슷한 약효가 있다고 하는데, 사포닌(saponin)과 이눌린이 함유되어 있어서 한방에서 거담, 진해, 건위, 강장제 등의 약제로 이용하며, 도라지 뿌리의 대용으로도 쓰며, 폐결핵성 해소나 옹종(癰腫)에 치료제로 사용한다.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사삼맥동탕과 익위탕(益胃湯)이 있다.
민간약으로도 기관지염이나 기침, 복통 등에 사용한다. 잔대는 독을 풀어주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뱀이나 농약, 중금속 등 온갖 독을 푸는 데 묘한 힘이 있는 약초이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