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黃精; Polygonatum sibiricum Redoute)은 백합과식물로 낭사황정(囊絲黃精; Polygonatum cyrtonema Hua), 열하황정(熱河黃精; Polygonatun macropodium Turcz.), 전황정(滇黃精; Polygonatum kingianum Coll. et Hemsl), 권엽황정(卷葉黃精; Polygonatum cirrhifolium (WaIl.) Royle) 등의 뿌리줄기다.
황정을 용함(龍銜), 태양초(太陽草), 백급(白及), 면죽(免竹), 중루(重樓), 계격(鷄格), 녹죽(鹿竹), 구격(苟格), 마전(馬箭), 필채(筆菜), 황지(黃芝), 필관채(筆管菜), 생강(生薑), 야생강(野生薑), 야선강(野仙薑), 산생강(山生薑), 옥죽황정(玉竹黃精), 백급황정(白芨黃精), 양작홍(陽雀蕻), 토영지(土靈芝), 노호강(老虎薑), 산도구(山搗臼), 계두삼(鷄頭參), 황계채(黃鷄菜), 산강(山薑)이라고도 불렀다.
한편 재해가 난 해에 이재민들의 대용식량으로 사용했으므로 미포(米脯)라고 불렸다.
중국 서현(徐鉉)의『계신록(稽神錄)』에 ‘임천(臨川)에 어떤 사인(士人)이 부리는 여종을 학대하였더니 여종이 산중으로 도망갔다. 오랜 뒤에 어떤 들풀을 보았는데, 그 잎이 예뻐서 그 뿌리를 뽑아 먹어보니 아주 맛이 있었다. 이때부터 늘 이 풀을 먹었는데 오래 지나자 결국 주리지 않고 몸이 가볍고 강건하게 되었다. 밤에 큰 나무 밑에서 쉬던 중 수풀 사이로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범인가 두려워 나무 위로 올라가 피했다. 새벽이 되어 땅으로 내려와 보니 자기 몸이 문득 공중으로 날아가는 듯하고 혹 산봉우리 끝에서 새처럼 나는 듯하였다. 몇 해가 지나 그 사인(士人)의 집 사람들이 땔나무를 하러 갔다가 그를 보고 주인에게 아뢰었고, 곧 그녀를 잡아들이게 하였으나 잡을 수가 없었다. 하루는 절벽 아래서 마주쳐 사람들이 그물로 3면을 포위했는데 그녀가 순식간에 몸을 산꼭대기까지 솟구치니, 주인이 매우 기이하게 여겼다. 혹자가 말하기를 “이 여종이 어찌 신선의 풍골〔仙骨〕을 가진 것이겠는가? 단지 영약(靈藥)을 먹어서 그런 것일 뿐이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갖가지 맛있고 향기로운 술과 음식을 길목에 차려놓고 먹는지 안 먹는지 살펴보았다. 그녀가 과연 와서 먹더니 먹고 난 후 멀리 가지 못하게 되었고, 사람들이 그녀를 붙잡아 그 연고를 모두 말하게 하였다. 그녀가 먹은 풀을 가리키니, 그것이 바로 황정(黃精)이었다.’
선가(仙家)에서 복용하는 약초(藥草)로 근경(根莖)을 먹으면 땅의 정수를 섭취할 수 있다하여 황정(黃精)이라 하였으며, 이것을 복용하면 장수(長壽)를 누린다고 한다.
조선 후기의 한학자이자 개화사상가인 추금(秋琴) 강위(姜瑋 1820~1884)는“飄颻五岳黃精飯(표요오악황정반)오악을 유람할 적엔 황정반을 먹었거니와 浩蕩千場白玉壺(호탕천탕백옥호)호탕함은 간 곳마다 백옥호를 들이 키었네”
여기서 말한 오악은 조선의 이름난 다섯 산, 즉 백두산(白頭山), 금강산(金剛山), 묘향산(妙香山), 지리산(智異山), 삼각산(三角山)을 가리킨 것으로, 강위가 젊었을 때 명산을 두루 유람하면서 시주(詩酒)로 세월을 보냈던 데서 온 말이다.
옛날 도사(道士), 선인(仙人)들이 황정(黃精)으로 밥을 지어 먹으며 장생불사(長生不死)했다고 한다.
두보(杜甫)는 장인산(丈人山)이라는 시(詩)에서“掃除白髮黃精在(소제백발황정재)백발을 물리칠 수 있는 황정이 있으니, 君看他時冰雪容(군간타시빙설용)그대 후일 내 신선 같은 용모를 보게 될 걸세.”라고 하였다.
조선 중기 문신 교산(蛟山) 허균(許筠, 1569~1618년)의『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12권 문부에 ‘강릉부(江陵府) 태화현(太和縣)에 임세적(任世績)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1백 13세가 되었는데도 얼굴이 50세 남짓한 사람 같아서 보고 듣는 것이 쇠하지 않았다.
집이 산골짜기에 있어서 날마다 삽주뿌리와 황정(黃精)을 캐 먹었다. 이러한 세월이 오래되자 눈이 점점 밝아지고, 귀가 점점 잘 들리며, 빠졌던 이가 점점 나고, 다리 힘이 점점 강건하여졌다. 두 아들이 죽은 이후에도 손자 다섯이 있어 그러한 봉양을 폐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나의 진기(眞氣)를 보존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내게 어찌 별다른 방술(方術)이 있겠는가” ’라고 했다.
이렇듯 황정(黃精)은 모양이 특이하고 숲의 그늘진 곳에서 깨끗한 이슬을 머금고 자라는 모습이 신선 같다고 하여 불가에서는 신선초 또는 선인반(仙人飯)이라 부른다.
중국 명나라 시절 본초학자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이 엮은 약학서『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황정(黃精)을 가장 자세하게 기술해 놓았다. '황정은 신선들의 양식이다. 3월에 싹이 돋아나는데 크기가 한 자 가량이고 잎은 대나무 같이 짧으며 마주 붙는다. 복숭아 같이 뿌리가 누른색이고 끝이 붉은 빛이다. 4월에 푸르고 흰 꽃이 핀다. 열매는 희어서 기장 같다. 싹이 돋아나기 전인 2월에 뿌리를 캐 볕에 말려서 쓴다.'
조선 숙종 임금 때 실학자인 유암(流巖) 홍만선(洪萬選:1643∼1715)이 주로 농업과 일상생활에 관련된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기술한 백과사전『산림경제(山林經濟)』제1권 섭생(攝生)편 복식(服食)에 ‘황정(黃精)을 가늘게 썬 것으로 한 섬[石]을 물 두 섬 닷 되에다 아침에서 저녁까지 삶아 푹 익힌 다음 식혀서, 손으로 주물러 부수어 베주머니로 즙을 짜내고 볕에 말린다. 그리고 가루를 만들어 계란만하게 환(丸)을 만들어 한 개씩 하루 세 번 먹는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는데 이것을 먹으면 곡식은 먹지 않아도 되며 백병(百病)이 제거되고 몸이 가벼워지며 늙지 않는다. 『신은지(神隱誌)』
또 한 가지 방법은, 황정을 응달에 말려서 가루를 만들어 매일 맑은 물에 타서 먹는데, 많고 적음은 임의대로 하며, 1년이 되면 늙은이도 젊어진다. 『의학입문(醫學入門)』에는 “처음 캐가지고 먼저 흐르는 물에 쓴 맛을 짜낸 다음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려서 쓴다.” 하였다.『신은지(神隱誌)』’고 하였다.
2월과 8월에 뿌리를 캐어 볕에 말린다. 뿌리ㆍ잎ㆍ꽃ㆍ열매가 모두 먹을 만하다.
캐어 우선 흐르는 물에 푹 담가 놓아 고미(苦味)를 제거한 다음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린다.
봄철에 돋아나는 어린 싹을 나물로 먹는다. 근경에 점액질과 전분, 당분이 많으며 강장 효능과 혈압을 낮추는데 효능이 있으며, 인체의 면역작용을 촉진시킨다. 맛과 기운이 모두 평온하며, 습기가 많아 폐와 신장의 음기를 보충하고 진액은 마른기침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꿀에 졸여 정과를 만들고 엿을 고아 먹기도 한다.
단 황정(黃精)을 먹고 매실(梅實)을 먹지 말아야 한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