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 문신이었던 가정(稼亭) 이곡(李穀, 1298∼1351)의『가정선생문집(稼亭先生文集)』50권(卷之十五) 율시(律詩)에 ‘謝洪合浦寄橘茶(사홍합포기귤다)홍 합포(洪合浦)가 귤과 차를 부쳐 준 것을 감사하다.​’라는 시(詩)가 보인다.

“晩食藜羹味亦長(만식여갱미역장)만식에는 나물국도 맛이 좋은데

忽驚分我洞庭香(홀경분아동정향)동정향을 나눠 주다니 이것이 웬 떡이오

煙江玉膾雖無計(연강옥회수무계)안개 낀 강의 옥회는 구할 길이 없다 해도

時對金虀發興忙(시대금제발흥망)이따금 금제 대하면서 흥을 가누지 못한다오

芽茁黃金待一雷(아줄황금대일뢰)봄 우레 기다려서 돋아나온 황금색 싹

焙香新寄貢餘來(배향신기공여래)대궐에 바치고 부쳐 준 향기롭게 볶은 차

玉川七椀神功速(옥천칠완신공속)옥천의 일곱째 잔 신묘한 그 효과 신속해서

便擬乘風到月臺(변의승풍도월대)곧장 맑은 바람 타고 월대에 내려앉을 듯도”


이 시(詩)에서 합포(合浦)라는 택호(宅號)를 가진 홍씨(洪氏)가 누구인가.

경상도 회원현(會原縣)의 합포(合浦)는 고려 원종(元宗) 때에는 일본 정벌의 발진기지(發進基地) 역할을 한 곳으로 지금 창원 마산(馬山)에 있던 포구(浦口)다.

일본 정벌을 위하여 배를 만들던 이곳의 책임자는 1274년 원(元)의 일본정벌 때 소용대장군 안무사 고려군민총관(高麗軍民摠管) 홍다구(洪茶丘, 1244년~1291년)였다.

홍다구(洪茶丘)는 고려 사람이지만 ‘원나라에 붙어먹고 살던 무리’라는 뜻을 가진 부원배(附元輩)라고 부른다.

홍다구(洪茶丘)는 합포(合浦)를 치소(治所)로 삼고 인근 고을 백성들의 곳간을 털어내고 어선을 징발하고 목공들을 모아 군선제조를 했다.

그런 그가 고려와 원나라를 오가며 정치활동을 펼치던 문장가였던 가정(稼亭)에게 귤과 차를 선물했으니 화려한 필치로 답시(答詩)를 보낸 것이다.

이 시에 나오는 동정향(洞庭香)은 향기 짙은 동정귤(洞庭橘)이라는 말이다.

감귤에는 금귤(金橘)ㆍ동정귤ㆍ청귤(靑橘)ㆍ산귤(山橘)ㆍ왜귤(倭橘) 등 5종이 있는데, 동정귤은 상품에 속한다.

홍합포(洪合浦)가 보낸 동정귤(洞庭橘)에 대해 가늘게 썬 생선회에 감귤을 껍질째 짓이겨서 함께 섞어 버무린 ‘금제 옥회(金虀玉膾)’라 표현했는데, 이는 감귤은 황금같이 노랗고, 생선회는 백옥같이 하얗다. 라는 것이다.

특히 옥천(玉川)은 당나라 시인 옥천자(玉川子) 노동(盧仝 775~835)을 말하는데, 그의 ‘다가(茶歌)’를 빗대 선물 받은 차를 극찬한 것이다.

‘玉川七椀神功速(옥천칠완신공속)옥천의 일곱째 잔 신묘한 그 효과 신속해서’라는 구절은

‘다가(茶歌)’의 “五椀肌骨淸(오완기골청)다섯째 잔은 기골을 맑게 해 주고, 六椀通仙靈(육완통선영)여섯째 잔은 선령을 통하게 해 주고, 七椀喫不得(칠완끽부득)일곱째 잔은 다 마시기도 전에 也唯覺兩腋習習淸風生(이유각양액습습청풍생)두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 맑은 바람이 솔솔 이는 걸 깨닫겠네.”를 인용한 것이다.

아마 가정(稼亭)은 당시 부원배(附元輩) 홍다구(洪茶丘)를 고려를 위해 싸우는 원나라의 장수나 경계인으로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