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핸드백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수집품 중 하나이며, 그중에서도 에르메스 버킨(Hermès Birkin)은 최고의 존재로 평가받는다.

이 가방들 가운데, 영화배우 제인 버킨(Jane Birkin)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되고 그녀가 실제로 사용한 원조 ‘버킨’은 그야말로 버킨 중의 버킨이다. 바로 그 가방이 최근 소더비(Sotheby’s)의 ‘패션 아이콘’ 경매에서 판매되었다.

이 원조 버킨은 파리에서 열린 소더비의 Fashion Icons 경매에서 7월 10일 종료 시점에 무려 **860만 유로(약 1,010만 달러)**에 낙찰되며 버킨백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을 뿐 아니라, 경매에서 판매된 가장 비싼 핸드백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소더비 보도자료에 따르면 입찰 시작가는 놀랍게도 100만 유로(약 170만 달러)로 책정되었으며, 이는 이미 종전 최고가였던 2021년의 에르메스 ‘히말라야 니로티쿠스 크로커다일 다이아몬드 켈리의 513,040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소더비 핸드백 및 패션 글로벌 총괄 모르간 할리미(Morgane Halimi)는 “원조 버킨의 판매는 패션 역사와 더 넓은 럭셔리 산업의 중요한 이정표이며, 동시에 제인 버킨이라는 뮤즈의 지속적인 영향력과 매력을 기념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제인 버킨(1946–2023)은 1980년대 초, 에르메스 CEO 장 루이 뒤마(Jean-Louis Dumas)와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난 후, 이 가방의 영감이 되었다. 당시 젊은 엄마였던 버킨은 아이들과 여행 중 자신의 기내용 가방이 실용적이지 않다고 불평했고, 이에 뒤마와 ‘이상적인 실용적이면서도 스타일리시한 가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둘은 구토봉투에 스케치를 하며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고 전해진다. 1985년, 에르메스는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버킨에게 선물했고, 그녀의 이름을 따도 되겠냐고 요청했다.

이 가방은 곧 제인 버킨의 아이코닉한 이미지의 일부가 되었다. 소더비에 따르면 현재 이 가방은 “제인이 마지막으로 사용한 상태 그대로”이며, 그녀의 삶과 스타일, 활동가로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잠금 장치 아래에는 ‘J.B.’라는 이니셜이 가죽에 새겨져 있으며, 그녀가 사용하던 손톱깎이도 스트랩에 그대로 달려 있다. 유니세프와 국경없는의사회(Médecins du Monde) 스티커 자국도 확인되는데, 이들은 그녀가 아끼던 인도주의 단체들이다.

이 원조 버킨은 경매에 두 차례 등장한 적이 있다. 1994년에는 제인 버킨이 에이즈 연구와 인식 제고를 위해 ‘Association Solidarité Sida’ 자선경매에 기부했으며, 2000년에는 파리에서 수집가이자 딜러인 캐서린 B(Catherine B.)가 구매했다.

캐서린 B는 7월 3일 소더비 홈페이지에 게재된 에세이 ‘원조 버킨을 소유한다는 것(What It’s Like to Own the Original Birkin)’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2000년대 당시의 경매는 지금처럼 기술이 발전된 시대가 아니었어요. 저는 조용히 참여하고 싶었고, 전문가와 전화로 연결해 입찰에 참여했죠.” 그녀는 경매를 “카드 없는 포커 게임”이라고 묘사했으며, 이는 이번 경매에도 꼭 들어맞는 표현이다.

입찰은 10분간 이어졌고, 총 9명의 컬렉터들이 전화, 온라인, 현장에서 경쟁했다. 최종 낙찰은 소더비 일본 대표 이치카와 마이코(Maiko Ichikawa)를 통해 익명의 수집가가 전화로 참여하여 이뤄졌고, 낙찰과 동시에 현장은 박수로 가득 찼다.

아랍에미리트의 대표 영어신문 Khaleej Times는 7월 14일자 단독 보도를 통해 낙찰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 가방을 구매한 이는 일본의 중고 명품 유통 기업인 Valuence Holdings Inc.의 CEO, **사키모토 신스케(Shinsuke Sakimoto)**다. 발류언스는 자신들을 ‘순환 디자인 회사(Circular Design Company)’라고 칭하며, 이번 가방은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여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원조 버킨은 주요 미술관 전시에 두 차례 출품된 적이 있다. 2018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Items: Is Fashion Modern?” 전시, 그리고 2020년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의 “Bags: Inside Out” 전시에 등장했다. 당시 소유주였던 캐서린 B는 이 가방을 대여하며 “모든 문화적 대상은 시장 가치를 넘어, 우리의 삶 속에서 문화적 의미를 되새길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많은 수집가들이 디자이너 백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핸드백은 전통적인 예술작품과 같으며, 박물관에서 기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에르메스의 장인정신, 패션 역사에서의 위치, 대중문화적 상징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일무이한 유래를 고려할 때, 이 가방만큼 그 정의에 부합하는 아이템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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