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치(pacific spiny lumpsucker)는 겨울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생선이기도 하지만 주문진 아래 지역에서는 어획되지 않는 북부지역의 물고기로 강원도 북부지역인 고성군, 속초시, 양양군 등지에서는 추운 겨울철에 도치를 잡는다.

강원도 고성지방에서는 겨울철에 산란하러 들어오는‘알도치’를 주로 잡는다. 특히 가진항에서는 11월경부터 본격적으로‘알도치’를 잡기 시작한다.

도치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북상하는 어종이다. 이에 10월에는 남쪽에서 도치가 많이 나지만 이때는 수심 300~400미터에서 어획되므로 과거에는 도치잡이를 하지 않았다.

도치는 11월이 되면 북쪽에서 많이 나는데, 이때는 수심 30~80미터 이내로 들어오므로 연안 어선들이 조업하기 시작한다. 12월 중 순경이 되면 도치가 부두 가까이 들어오므로 수심 10미터 이내에서도 어획이 가능하다. 도치가 이렇게 가까운 곳까지 들어온 것을 두고 어부들은 "개안으로 들어온다."라고 표현한다.

이때 작은 어선으로 도치를 잡는데, 작업하는 작은 어선을‘갓바리’ 어선이라 한다.

추운 겨울철이 되면 도치는 암반이 깔린 연안으로 산란하러 들어온다. 12월에 고성과 속초 인근에서 어획이 가능하며, 산란한 후인 1월에는 다시 먼 바다로 나간다.

3월에도 일부 어획되기는 하지만 뼈가 억세져서 맛이 없으므로 조업을 중단한다.

못생긴 생김새와는 달리 살이 질기지 않으면서 쫄깃하고, 기름기 없이 담백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날로 먹는 회는 물론이고 뜨거운 물에 한소끔 끓인 후 한 번 더 데친 도치숙회(熟鱠), 알을 소금에 재워두었다가 찐 알의 찜이나, 묵은지 위에 도치를 얹어 조려낸 두루치기, 얼큰한 탕 등으로 쓰인다.

고성의 특미로 꼽히는 도치요리는 도치두루치기 외에도 도치알탕, 도치 숙회, 도치찜 등으로 도치 요리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도치두루치기는 도치와 신김치를 마늘, 파, 고춧가루를 비롯한 갖은 양념과 함께 볶아 먹는 요리인데 담백하고 야들야들한 도치에 잘 익은 김치가 어우러져 비린내가 나지 않고 개운하다.

특히 고성 사람들이 즐겨 먹는 도치찜은 조리법이라고 할 것도 없이 간편한 음식이다. 도치를 데치고, 알과 내장을 손질한 후, 꾸덕하게 말려두었다가 찜솥에 쪄내기만 하면 되는 음식이다. 기름기가 적고, 비늘이 없는 생선이라 겨울바람만 잘 통하면 쩐내와 잡내가 나지 않는다. 너무 바특하게 말린 도치는물에 불려 두었다가 부들부들해지면 찜을 한다. 도치찜을 먹기 좋게 툭툭 잘라 놓고, 예부터 즐겨 먹어 왔던 간장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간장에 고춧가루, 파, 마늘, 참기름, 설탕을 넣은 양념장이다. 간장 양념장에 찍어 먹는 도치찜은 두 가지 맛이 난다. 뜨거울 때 먹으면 육질이 유난히 부드러우면서 담백하고, 약간 식었을 때의 육질은 쫀득쫀득하면서 고소한 맛이 난다. 고성지방에는 도치찜을 제례상에 올리는 풍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외에도 김치를 썰어 넣고 자박하게 끓인 ‘도치알탕찌개’는 겨울의 제철음식으로 제격이라 할 것이다.

도치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과 무기질, 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고, 살이 매우 연하고 뼈도 부드러워 노인이나 어린아이들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좋은 영양식이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