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까지 이어지는 에콰도르 제야의 축제

미국서는 밤 9시면 잠들어 어떤 행사가 있는지조차 몰라

김인규 기자 승인 2022.01.06 17:40 | 최종 수정 2022.01.06 17:46 의견 0

내(도나 스티텔러)가 에콰도르 꾸엥까로 이사하기 전, 나의 새해 전야제 행사는 샴페인 한 병과 작은 폭죽 한 두 개를 터뜨린 뒤 밤 9시에 잠드는 것이었다.

나는 미국에 있던 지난 15년 동안 라이언 시크레스트(미국의 텔레비전 및 라디오 진행자)가 Dick Clark's New Year's Rockin' Eve 프로그램에서 제야의 종을 울리는 것을 전혀 보지 못했다. 그동안 내가 받았던 제야 키스는 반려견 그레타가 치즈를 먹다 나의 입을 핥아 준 것이 유일했다.

그러나 에콰도르에서는 독특한 복장이나 여행 가방을 끌고 다니는 사람들, 모닥불을 피우고 디즈니 월드에 뒤지지 않는 불꽃놀이 등을 하는 이웃들로 인해 새해 맞이 행사를 마음껏 즐기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사이에 수백 개의 텐트가 마을 곳곳에 나타난다. 또한 모니고떼(monigote, 어떤 사람의 모습을 일부러 기괴하게 표현한 인형)들을 팔러다니는 장사들을 수시로 만난다. 모니고떼는 지난 한해의 모든 시련과 고난을 뒤로하고 다가오는 해에는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행사에 쓰이기 때문이다.

모니고떼를 만드는 것은 어른들에게는 곰을 만드는 것과 같다. 먼저 3피트부터 6피트 크기의 종이가 붙어있는 인형을 고른다. 그러면 모니고떼가 어떤 마스크를 쓸지 결정하는 재미있는 부분이 나온다. 사람들은 이것을 자정에 모닥불에 던져 작년의 모든 나쁜 액운을 사라지게 한다. 마스크의 선택은 무척 다양하다. 비호감 정치인, 못생긴 시어머니, 화가 난 얼굴, 마녀, 악마, 못된 광대 등 자정에 화형시키고 싶은 모든 것들이 모니고떼에 들어있다.

나는 나를 밀어내고 내 자리에 앉을 입사 지원자들을 나보고 인터뷰하게 한 못된 상사를 상징하는 마녀 가면을 골랐다. 그의 이름이 마사였으므로 모니고떼를 마사라고 불렀다.

누구를 불태울지 유쾌하게 결정한 뒤 35센트짜리 시내버스를 타고 다른 용품들을 사러 시내를 돌아다니다 버스를 탔다. 곧 이어 젊은 남성 4명이 진한 붉은 입술과 큰 가발, 브래지어에 터질 듯이 채워넣은 풍선, 미니 스커트 밑으로 털 많은 다리에 검은 그물 호스를 입은 모습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이 전통은 ‘늙은 미망인’으로 번역되는 비우다(Viuda)라고 불린다. 기괴한 복장을 한 남자들은 거리로 나와 버스를 타고 즐겁게 잔돈을 모은다. 그들의 수집품은 밤 늦게 이웃들의 파티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공동 냄비에 들어간다.

나는 청년 4명에게 각각 1달러씩을 주고, 그들이 버스 통로를 행진하며 모두를 웃게 만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는 내가 태우고 싶은 모니고떼의 셔츠에 넣을 10개의 리스트를 적기 시작했다. 이 전통을 경험한 첫 해여서 오랫동안 쌓인 원한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었다. 스타벅스에서 내 차를 빼던 얼간이 운전사, 옛 남자친구, 그리고 밤에 와인을 마시고 치토스를 먹으며 스트레스를 많이 주었던 직업이 여기에 포함되었다.

그 다음에 나는 가까운 수퍼로 가서 포도를 가득 구입했다. 자정이 되면 다가오는 해의 달마다 행운을 얻기 위해 포도 송이 12개를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조건은 자정이 되자마자 60초 이내에 그것들을 다 먹어 치워야 한다.

그 다음 나는 화려한 색깔의 속옷을 파는 길거리 행상인들에게서 속옷을 사야 했다. 빨간색은 다가오는 해에 사랑을 가져다 주고, 노란색은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도움을 받기 위해 필요로하는 색상을 두 배로 늘렸다.

집에 돌아온 후 나는 오래된 짐을 찾기 위해 다락방을 뒤졌다. 내년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한밤중에 여행 가방을 들고 그 블록을 뛰어다녀야만 여행에 성공을 가져다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륙에서 가장 먼 도시를 보기 위한 파타고니아, 시온 공원의 협곡을 하이킹하기 위한 유타, 그리고 아직도 나를 6살처럼 대해주는 사랑하는 언니들과 놀기 위한 플로리다 등 내가 방문하고 싶은 장소의 사진들로 트렁크를 채웠다.

나는 재미로 만반의 준비를 했고, 마침내 자정까지 깨어있기 위해 도전했다. 나는 새해를 맞아 흥분했다… 단 한 가지만 빼고…나는 밤 9시에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집 앞에서 연주를 하는 밴드와 이미 열심히 파티를 시작하려는 동네 사람들 100여명이 모인 모습에 잠이 깼다.

이들로 인해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자정까지 버티고 해야할 숙제를 무사히 마쳤다.

<인터내셔널 리빙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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