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실, 보안담장이 갖춰진 아파트가 월 400달러

친구따라 여행갔던 꼬스따리까가 제2의 고향으로

김인규 기자 승인 2022.03.05 18:23 의견 0

나(제니퍼 라샤라이트)의 첫 번째 꼬스따리까 여행은 2013년이었다. 한 친구가 나를 꼬스따리까의 북태평양 해안 도시 쁠라야스 델 꼬꼬(Playas del Coco) 바닷가 마을에 있는 그녀의 가족 별장에 2주 동안 머물라고 초대했을 때, 거절할 수 없었다.

쁠라야스 델 꼬꼬는 라이베리아의 국제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해안 도시이므로 외국인, 피한객, 피서객들에게 인기 있는 휴양지이다. 공항에서 이곳까지 차로 30분 거리이기에 한 시간 이내에 바닷가에 도달할 수 있다.

나는 친구와 함께 여행하면서 그곳의 삶이 얼마나 단순한지 잊을 수 없었다.

마을의 집들 중 일부는 닭을 기르고 있었고 그들은 종종 길거리로 뛰쳐나오곤 했다. 나는 그것이 너무 진기하다고 느꼈다. 길을 걷는 소들을 보는 것도 익숙해졌고 모든 것이 좋았다.

캐나다 사스캐처원(Saskatchewan) 소녀가 다른 삶의 방식을 보게 되어 놀라웠지만 어느새 방학이 끝나 나는 캐나다로 돌아가야 했다.

몇 년 동안 나는 꼬스따리까를 몇 번 더 방문했고, 심지어 90일 동안 머물기도 했다. 친구가 그곳으로 이사를 가 1년에 한 번 방문할 수 있는 구실이 생겨 기뻤다. 결국에 나도 뛰어들었다.

2019년 캐나다 현지 뉴스 기자로서의 정든 직장을 그만두고 쁠라야스 델 꼬꼬(Playas del Coco)로 이사했다.

나는 곧 꼬스타리까를 여행하는 것과 사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알게 되었다. 3개월 동안 여기 사는 게 어떤 건지 꽤 잘 알 것 같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여기서 살겠다면 여러분은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없이 살 수 있을까?

캐나다의 집은 4베드룸에 짐들이 방마다 가득 들어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런 것들이 전혀 필요없음을 느꼈다.

여기서 나는 한 달에 400달러 원룸에 살고 있다. 안전한 담장과 경비실이 있는 공간에 몇 안 되는 이웃들과 함께 사용하는 공유 수영장, 울창한 나무들이 주변에 있다.

꼬스따리까의 아파트는 ‘가구가 구비된’ 곳과 ‘가구가 없는’ 곳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내가 아파트를 빌릴 때도 가구가 완비되지는 않았다. 대형 가전제품은 공급받았지만 나머지는 임차인이 마련해야 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가구가 없는’ 아파트는 정말 가구가 아무 것도 없다. 히터도 없고 냉장고도 없고, 다른 아무것도 없다.

반면에, 내 아파트처럼 가구가 갖춰진 곳에는 침대, 베개, 시트, 수건, 접시, 식기류, 냄비, 팬 등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이 사지 않아도 되고 여기저기 부족한 것만 채우면 된다. 커피 메이커 없이도 커피 만드는 법을 배웠다. 아침 스무디를 만들기 위해 믹서기를 샀으나 집에서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과일과 채소가 너무 풍부하고 저렴해서 동네 가판대에서 사먹는 편이 오히려 편하고 저렴하다. 나는 이 건강한 일상에 빠지지 않을 방법이 없다.

여기서는 생활비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꽤 쉽다. 식료품을 덜 사고 덜 낭비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좁은 공간에 산다는 것은 집에 온 것만큼 많은 음식을 저장하고 얼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오히려 더 신선한 음식을 먹게 된다.

여기서는 자동차를 갖지 않고 있다. 자동차는 높은 수입세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그것이 내가 걷기 좋은 동네에서 사는 것을 선택한 이유다. 나는 시내에 살고 있으며 보건소와 치과, 은행, 식료품점, 미니마켓, 그리고 까사도스(casados 쌀, 검은 콩, 플랜테인, 샐러드, 또르띠야, 그리고 고기나 생선의 지역 요리)에서 팔라펠(falafel 병아리콩을 으깨 만든 작은 경단을 보통 납작한 빵과 함께 먹는 음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음식을 제공하는 수십 개의 식당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

놀랍게도 팔라펠 식당을 운영하는 남자는 나와 같은 캐나다 지방 출신이다. 세상 참 좁네. 내가 주문하려고 전화하면 그는 내 이름을 기억한다. 가끔 고향에서 온 사람과 교류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꼬스따리까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살면서 얻게되는 문화적 충격에는 대가가 따를 수 있지만, 분명 장점도 있다. 당신은 기대치를 조정하기만 하면 된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세계 최초의 편의시설을 기대할 수는 없다. 도로 상태가 좋지 않을 때도 있고, 여행을 할 때, 은행에 갈 때, 소들이 길을 걸을 때, 약간 짜증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여러분이 찾던 느린 속도의 삶의 일부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여러분은 곧 꼬스따리까인들이 완성한 뿌라 비다(Pura Vida)의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터내셔널 리빙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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