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중순이면 뉴욕 롱아일랜드 헌팅턴 호텔에서는 앤틱 쇼가 열립니다. 이곳 앤틱쇼는 나름대로 꽤나 유명합니다. 매년 뉴욕에서는 가장 이른 시기에, 정례적으로 개최되는 데다 상당히 먼 타주의 앤틱 샵들도 대거 참가하기 때문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초기 아시아 도자기, 체코를 비롯한 동유럽과 유럽의 다양한 컬렉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앤틱도 지역에 따라 나오는 물건들이 꽤나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뉴욕에서는 발명왕 에디슨이 초창기에 만들었던 두꺼운 원형 레코드판은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카고에서는 몇몇 앤틱 샵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원통에다 옷가지 등을 넣고 손이나 발로 돌리면 세탁이 되는 원조 수동 세탁기 역시 뉴욕에서는 못 봤지만 시카고에서는 몇차례 만났습니다.
8, 16mm 영사기 필름 경우 시카고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데 반해 뉴욕에서는 제법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앤틱 쇼도 참가 샵들이 뉴욕주에만 한정되면 평소 보아왔던 물건들이 대종을 이루므로 흥미가 반감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헌팅턴 호텔 앤틱 쇼는 워싱턴, 매사추세츠, 메인, 노스 캐롤라이나 등 상당히 먼 주에 있는 샵들이 대거 참가하므로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헌팅턴 호텔 앤틱 쇼에는 다른 곳과 달리 글라스 제품이 특히 많이 나옵니다. 바탕에다 다양한 무늬를 은으로 그렸거나 정교하게 새긴 화려한 모양의 유리 그릇류가 풍부하게 선을 보입니다.
옮기다 보면 쉽게 깨지거나 흠이 생기는 등 다루기가 무척 까다롭지만 은과 결합한 유리 그릇류는 그만치 신경을 쓸 가치가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유리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먼지나 때만 털어내면 깨끗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은은 시간이 흐르면 검게 변색되지만 은 제품을 닦는 세정제만 잘 쓰면 금새 반짝반짝 빛을 발합니다.
이처럼 깨끗하게 손질한 유리와 은이 조화를 이룬 앤틱은 화려하기 그지 없습니다. 은의 가격은 비싸지 않지만 손질해놓은 은 제품의 아름다움은 금이나 다른 보석류보다 화려하고 귀해 보입니다. 최소한 제 눈에는 그렇게 비칩니다.
그러나 제가 헌팅턴 앤틱쇼에서 만난 가장 특이한 인연은 골무였습니다. 자그만 나무 장식장 안에 모아놓은 앤틱 골무들은 모두 은과 도자기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뉴욕 헌팅턴쇼는 엘리아스 페칼레 쇼(Elias Pekale Shows, Ltd)라고도 불립니다. 이 회사는 근 40년간 롱아일랜드에서 앤틱 쇼를 기획해왔습니다.
롱아일랜드는 뉴욕은 물론이고 미 전역에서 주민 소득이 아주 높은 지역입니다. 집들도 큼지막한 정원을 가진 대저택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안목이 높고 취향이 까다롭다고는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그런 경향이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앤틱을 대하는 취향 역시 녹록치 않을 롱아일랜드에서 쇼를 40년간 꾸준히 이어왔다는 것은 엘리아스 페칼레 쇼가 그만치 역량이 뛰어남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이 맞아 떨어진다면 헌팅턴 쇼를 방문해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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