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북학파의 대가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 1750~1805)는 능양(菱洋) 박종선(朴宗善 1759~1819)에게 국수를 만들어 먹자면서 유람을 권유하였던 사실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능양(菱洋)은 실제 금강산 유람을 하면서 오동나무 통에서 숙성된 갓김치 국물에 말은 국수를 맛보게 되고 그 소회(素懷)를 시(詩) 남겼다.

“隱約松林玉洞開(은약송림옥동개)은은히 송림 너머 옥 같은 계곡 열리거늘

山村索酒少徘徊(산촌색주소배회)산간 마을에서 술집 찾아 잠시 배회하였네.

瓊漿吸倒凉河洛(경장흡도량하락)신선의 음료 들이키며 차가운 국수도 비우니

何用屠門大嚼來(하용도문대작래)무엇하러 푸줏간을 향해 쩝쩝거리랴.”

조선 후기 음성(陰城) 현감(縣監을 지낸 능양(菱洋) 박종선(朴宗善 1759~1819)의『금강백론고(金剛百論藁)』에 나온 시(詩)다.

능양(菱洋)은 1800년 4월에 금강산을 유람하였는데, 26일 ‘아침에 철이령(鐵伊嶺)을 넘어 한 시내를 건너니 바로 장안동(長安洞)이었다. 주가(酒家)를 찾아가서 술을 샀는데 국수를 파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예전에 들으니 개저수냉(芥菹水冷 :시원한 갓김치에 말은 국수)은 맥인(麥人 : 메밀 씨)을 갈아 국수로 뽑은 것인데 산간의 진미라고 하였다.

산간 사람들이 겨울에 갓김치를 오동나무 통에 담갔다가 봄이 되어 꺼내면 정말 맛이 좋다고 하더니 이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각자 한 그릇씩 국수를 먹어보니 다만 길가에서 갈증을 해소하거나 산간에서 사먹는 음식이 입을 즐겁게 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 시원한 맛이란 족히 일생 최고의 맛에 해당되니 이제부터는 고기 맛을 잊어도 좋겠다.’

갓김치를 시원하게 담아 여기에 국수를 말아 먹고 그 맛이 고기 맛을 잊어도 좋겠다는 능양(菱洋)의 과장된 표현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계절이 다가 온다.

위 시(詩)에서 능양(菱洋)은 국수를 하락(河洛)이라 표현 했다.

이 하락(河洛)은 당(唐)나라 명황제(明皇帝)가 사슴피를 유락(乳酪)에 섞어 안녹산(安祿山)에게 주며 ‘열하락(熱河洛)’이라 하였는데 아마도 여기서 유래한 것 같다.

산동에서는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는데 ‘하락(河洛)’이라고 한다. 고 하였다. 이는 중국 장주(長洲) 사람 여종옥(呂種玉)의『언청(言鯖)』에 나온 말이다.

하락면(河洛麪)은 중국발음으로‘허루어’이다.

그러나 ‘하락(河洛)’이 아니고 ‘낙하(洛河)’라고 해야 맞다.

그리고 산동에서는 메밀국수를 낙하(洛河)라고 하는 것은 그 유래가 아마도 ‘열낙하(熱洛河)’에서 온 것이 아닌가 하고 왕사정(王士禎 1634-1711)은 추정하고 있다.

왕사정(王士禎)의『지북우담(池北偶談)』에 “明皇射鹿, 取血煎酪, 賜哥舒翰及安禄山, 謂之熱洛河. 禄山帳下, 健兒名曵落河, 恐因字音相近而傅㑹其説. 今齊魯間, 以蕎麥作麵食名河洛, 俚名亦有所本.당나라 현종은 평소 안녹산(安禄山)을 좋지 않게 보았던 가서한(哥舒翰)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두 사람을 불러 잔치를 벌여주며 평소 가서한(哥舒翰)이 좋아하던 고향음식인 ‘열락하(熱洛河)’를 내어놓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의 호사가들은 안녹산(安禄山)의 부하 장수인 예낙하(曵落河)의 발음과 열낙하(熱洛河)가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하는데 이는 부회라는 것이다. ” 능양(菱洋)이 설명했듯이‘하락(河洛)’의 중국식 발음은‘허루어’가 된다.

능양(菱洋)은 그것이 우리식‘후루룩’과 유사한 음성상징의 기능이 있는 것으로 상상하였던지,‘열낙하(熱洛河)’에서‘량낙하(凉洛河)’라는 새로운 조어를 만든 것이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