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나무는 이란의 페르시아 지방이 원산지로 한(漢) 무제(武帝) 때 장건(張騫)이 서역으로부터 신품종의 추자(楸子)를 가져왔고, 이를 호두[胡桃]라 불렀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으로부터 온 추자라 하여 당추자(唐楸子)라 하였다.
『고려도경(高麗圖經)』과 『목은집(牧隱集)』에 호두[胡桃]가 나온다. 고려 때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유청신(柳淸臣)이 들여와서 고향인 천안에 심은 것이 최초로 알려졌다.
초기 철기 시대의 유적인 광주 신창동 저습지 유적에서 출토된 호두를 근거로 원삼국 시대에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지금은 세계 전역에서 재배되고,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중부 이남에 분포한다.
한방에서 호두의 맛은 달고 성질은 따뜻하며 신(腎)과 폐(肺)에 들어가는 것으로 본다. 신(腎)과 폐(肺)를 보하고 머리칼을 검게 하며 천식을 낫게 하는 효능이 있다. 호두기름(胡桃油)은 동맥이 굳어지는 것을 막는다. 그밖에도 호두나무 잎(胡桃葉)과 호두 껍질(胡桃殼), 호두나무 가지(胡桃枝), 호두나무 뿌리(胡桃根)에 이르기까지 버리는 것 없이 모두 약으로 쓴다. 보신폐(補腎肺)하는 효능으로 인해 꾸준히 먹으면 치아와 머리카락부터 피부, 뼈에 이르기까지 젊고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다.
호두는 죽, 떡, 과자, 술, 장(醬) 등을 빚는 재료로 이용되었다. 먼저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호도당(胡桃糖)이라 하여 호두로 엿도 만들었고, 호도장(胡桃醬)이라 하여 속껍질을 벗긴 호두 속살을 볶아서 간장에 넣는 음식이 있었는가 하면, 호두 속살에 진간장을 묻힌 다음 실고추와 깨소금을 뿌린 ‘호도장아찌’도 만들어 먹었으며, 호두죽은 호두의 속껍질을 벗기고 곱게 갈아서 쌀 간 것과 섞어 무리죽으로 끓이는데, 먹으면 몸이 건강해지고 피부에 윤기가 난다고 하였다.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호두를 까서 물에 담가 불린 후 바싹 말려 다져 잣가루 대신 쓴다고 하였으며, 호두가루는 떡의 소나 고물로 이용하였다.
『이씨음식법(李氏飮食法)』에 기록된 추절병은 황률가루와 찹쌀가루를 꿀에 되게 반죽하여 삶아 설탕 소를 넣고 손에 꿀을 묻혀 석이단자만 하게 만든 후 연지분홍색이 나게 하고, 꿀을 발라 호두가루를 묻혀서 만든다. 『주식시의(酒食是儀)』의 갖은두텁떡과 소합떡법, 『윤씨음식법(尹氏飮食法)』의 대추편, 『규합총서(閨閤叢書)』와 『이씨음식법』』의 원소병에는 떡소에 호두가루를 넣어서 만들었다.
호두잣박산은 호두껍질을 벗기고 잣박산을 할 때와 같이 썰어서 엿에 백청을 잠깐 섞어 매우 졸인다. 잣과 호두를 한데 부어서 버무리고 네모난 그릇에 부어서 단단하게 다진 후 찬 데 두어서 엉기면 반듯반듯하게 산자 크기만큼 베어서 만든다.
호두강정은 호두 온 쪽을 까서 찹쌀가루에 간장을 타서 무쳐 지지면 된다. 호두만두 만드는 법은 호두를 거피한 뒤 다지고 꿀을 섞어 반죽하여 만두 모양으로 빚는다. 맛 좋은 검은 엿을 콩가루 없이 손에 냉수를 묻혀 백지장처럼 늘어뜨려 소를 넣고 싼 다음 모양을 곱게 만들고 흰 꿀을 묻혀 잣가루를 뿌린다. 열구자탕의 고명으로도 사용하였다.
ChatGPT가 생성한 호두만두
술을 빚기도 하였는데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잣술을 빚는 법과 같이 호도주(胡桃酒)를 빚는다고 하였다. 또 『음식방문(飮食方文)』에서는 찹쌀에 밤, 호두, 잣, 곶감, 대추, 생청, 생강가루를 정화수와 합하여 술을 빚어 먹으면 부인은 보혈(補血), 수태(受胎)하고 남자는 총명(聰明), 보신(補身), 보기(補氣)한다 하여 보혈익기주(補血益氣酒)라 하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예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불포화지방이 함유된 호두를 매일 1.5온스 섭취를 하면 심장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승인했다. 이 FDA 승인결과로 인해, 호두는 단일 식품으로는 최초로 심장질환 예방에 효능이 있음을 인정받았고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호두 및 호두를 포함한 다양한 제품에는 “일일 1.5온스(약 43g, 8개 정도)의 호두 섭취는 심장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라는 문구로 꾸준한 섭취를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